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정원 Jan 29. 2023

주택과 겨울

단독주택 살아보니 #9

 겨울이 왔다. 추운 날씨에 수도가 동파되지 않을까가 제일 큰 걱정이었다. 아파트에 살 때는 수도계량기에 크게 신경 쓴 적이 없었다. 이사 갈 때 수도 사용량을 체크하러 열어본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수도계량기와의 만남이었다. 주택으로 오니 수도 계량기가 밖으로 노출되어 있고 사용량도 많지 않다 보니 한 겨울에 수도가 얼어서 터지거나 물이 안 나오게 된다면 얼마나 불편할지 불안한 상상이 뭉게뭉게 솟아났다. 한 겨울에 집에 물이 안 나오는 불상사를 막기 위해 움직여야 했다. 미리 준비하는 성격인 남편이 수도 계량기에 헌 옷을 덮어주려고 수도 계량기 함을 열었더니, 계량기는 이미 보온재로 덮여 있는 일체형이었다. 그리고 그 위엔 옷이나 다른 것을 덮지 말라는 경고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2022년에 완공된 집이라 계량기를 덮어주던 시절은 옛말이 되었나 보다. 덮으면 안 된다니 별 수 없이 돌아섰지만, 남편은 결국 계량기 함 위에다가 비닐을 덮고 스티로폼 박스로 막아 놓았다. 나는 다른 주택 이웃에게 지금껏 동파가 없었는지 물어보았다. 이웃은 10년 동안 아무런 문제 없이 살고 있다고 했다. 우리 집도 큰 동파 피해는 없었는 데, 마당에 있는 수도관에 끼워 놓은 호스 줄에 물이 얼어서 연결부가 터졌다. 겨울 내 쓰지 않고 그냥 끼워진 채로 두었더니 안에 있던 물이 얼었나 보다. 마당에 물은 잘 나오지만 나중에 새로운 호스 줄을 끼워야 한다.

수도계량기 겨울 준비 / 동파된 야외 호스


 날이 추워지자 난방을 시작했다. 아파트에서 위아래 집은 층간소음을 유발하기도 했지만, 서로의 집을 든든하게 데워주는 존재이기도 했다. 아파트에 살 때보다 평수가 커지고 1,2층 두 세대로 이루어진 주택이니 난방비가 대체 얼마나 나올지 가늠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난방비가 아파트 살 때보다는 살짝 적게 나온다.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니 집을 지을 때 단열에 특별히 더 신경을 썼다. 그리고 애초에 건축법 상 단열 최소 기준치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 창호와 중문으로 철저히 외기를 차단해서 그런지 열 손실이 크지 않고 외풍도 적다. 또 보일러를 몇 시간에 한 번씩 알아서 작동되도록 맞춰 놓고, 집에서는 조금 쌀쌀하게 지낸다. 이처럼 주택이라고 아파트보다 더 비효율적이라기보다는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 우리 집은 나중에 정부 지원 기회가 생기면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려고 신청해 놓은 상황인데, 태양열 패널을 설치하면 전기세도 많이 줄 것 같다.

보일러 세팅 방법

 가끔 눈이 펑펑 쏟아졌다. 부지런하고 발 빠른 남편은 일어나 눈이 쌓여 있으면 출근 준비를 빨리 마치고 골목으로 나가 눈삽으로 눈을 치운다. 집 앞 골목과 집 안 주차장까지 쌓인 눈을 다 밀어낸다. 군대에서 했던 일이라 뭔가 익숙해 보인다. 가끔 아들이 따라나서서 일손을 보탠다. 골목에 주차된 차 위에 쌓인 눈도 다 털어내고, 이웃집 차 위의 눈도 털어주는 센스를 발휘한다. 집 앞 뒤로 눈 녹는 속도가 다른데, 남향 마당의 눈은 빨리 녹지만 집의 주 출입구는 북향이라 눈이 천천히 녹는데 사람이 자주 오간다. 이 북향 주 출입구에 지붕에서 내려온 물통에서 떨어진 물이 만나서 바닥에 얼음이 낀 부분이 생겼다. 그 부분을 밟고 아들이 미끄러지기도 했다. 미끄러운 부분에는 남편이 박스를 덮어서 덜 미끄럽도록 조치를 해놓았다. 이것 또한 눈이 오는 날에 살펴봐야 할 부분이었다.


 마당에도 겨울이 왔다. 잔디는 가을이 오자 알아서 노란빛으로 시들어 갔고, 나무들도 모두 이파리를 떨구고 가지만 남았다. 텃밭과 화단의 죽은 식물들을 모두 뽑아서 정리했다. 마당은 12월부터는 황량한 모습을 하고 있다. 텅텅 빈 땅에 흙을 일궜다. 흙을 부드럽게 해 줘야 식물이 잘 자란다고 하여, 땅을 두 삽만큼 파서 비료가 되라고 음식물 쓰레기들을 묻고 다시 덮어주었다. 한층 폭신해져 진흙 같아진 땅에 구근 몇 가지를 사서 군데군데 심었다. 겨울을 나고 봄에 예쁘게 피어날 노란 수선화, 보라색 붓꽃, 분홍 작약, 오색의 튤립도 심었다. 식물들도 이불을 덮어주어야 한다고 해서 낙엽을 주워와 덮어주었다. 청소부 아주머니가 가을에 가로수 낙엽을 모아서 대형 비닐에 담아 길에 그냥 두신다. 그 비닐을 어깨에 지고 왔는데, 허리가 아플 정도로 크고 무거웠다. 먼지를 잔뜩 일으키며 화단에 부어주고 군데군데 담배꽁초 쓰레기를 주워냈다. 식물들이 건강하게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수고해 보았다. 겨울이 한창인 지금 나무들은 겨울눈을 달고 있고, 봄 꽃들은 뾰족뾰족 초록 새싹을 내밀었다. 자연을 좋아하는 나는 마당의 겨울을 준비했고, 집을 잘 관리하는 남편은 그 외의 모든 일을 다 했다. 


붓꽃 새싹과 수국 겨울눈
매거진의 이전글 주택의 손님맞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