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살 적 나의 주 관심사는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있을까 없을까 였다. 일찍 퇴근하는 편인 나는 그래도 넉넉한 주차 자리에서 편안한 주차를 할 수 있었다. 아주 가끔 늦게 집에 들어왔을 때는 지하주차장에 자리가 없었고, 아파트 구석이나 도로 한 쪽에 차를 불편한 마음으로 주차를 했다. 차를 바깥에 주차하면 날씨때문에 불편했다. 그래서 주택으로 이사를 가면 어떻게 밖에 차를 두어야 할지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것은 사실이었다. 지하 주차장이란, 어두컴컴하고 개성없는 모습을 하고 있지만 여름이고 겨울이고 일정한 환경과 온도를 유지하고 있어 차를 가진 사람에겐 참 편리한 시설이었다. 그래서 아파트 살 적에는 시동을 걸어 밖으로 나서는 것이 번거롭지 않아 차를 많이 타고 다녔다. 집에서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지하주차장으로 내려가 차에 시동을 걸고 내가 가고자 하는 공간으로 이동하면, 마치 실내에서 실내로 순간이동을 한 것만 같았다. 겨울에도 적당히 입을 수 있었던 여유가 이 지하주차장에서 나왔다.
우리가 주택을 설계할 때 두 세대가 함께 해야하기에 공간적 여유가 많지 않았기 때문에 방만으로 채워 넣기도 빠듯했고, 차고는 고려대상이 아니었다. 그리고 아마 대부분의 주택에 차고까지 있는 집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주차장은 설계 및 준공 허가의 의무이기 때문에 마당에 주차선과 주차 공간이 지정되어 있다. 그리고 이사를 하고 이제 자연스레 차를 바깥에 주차하게 되었다. 하지만 차를 바깥에 주차하니, 차를 열면 여름의 열기와 겨울의 한기를 극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뜨겁든 차갑든 차는 굴러가지만 그 안에 타고 가는 사람은 참 힘들었다. 여름에는 햇볕 반사개 생각이 간절해진다. 차 안에 있는 물건이 녹거나 상하기 때문에 물건을 함부로 놓고 내려서도 안 된다. 하지만 여름은 에어컨에 의지해 차를 탈 수 있기에 그나마 낫다.
겨울이 오면 아침이 꽤나 복잡해진다. 눈이 오면 눈을 털어줘야 하고, 12월 중순쯤 되면 서리가 강하게 끼는 데, 차를 타려면 앞, 옆, 뒤 유리까지 싹 긁어내야 비로소 시야가 확보 된다. 출근하다 사고를 내면 안되기 때문에 바쁘다고 대충 긁으면 안된다. 바쁜 아침의 20분을 잡아먹는 일과가 생기는 것이다. 그렇게 긁어 내고도 내부와 외부 온도 차 때문에 안을 따뜻하게 하고 가지도 못한다. 직장이 걸어갈 거리에 있지만 차를 애용했는데, 차를 타기 위해 준비해야하는 과정의 번거로움때문에 겨울에는 걸어다니고 차를 잘 안타게 된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다리가 최고의 이동 수단이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덥고 추운 계절이 되면 가까운 거리는 차를 안타게 된다.
추가로 주택의 주차에는 이웃들간의 배려가 필수다. 우리 마을은 골목을 따라 근처 이웃들의 차 5대가 평행주차를 하는 형태이다. 처음에 이사를 와서는 주차선도 없고, 주차의 황금 자리를 몰랐으니 임의로 주차 자리를 잡았다. 그런데 몇 달 뒤에 옆집 이웃이 "차를 전봇대 앞으로 주차 해달라"고 요청을 했다. 이유인 즉슨 모든 차가 안전하게 주차를 하면서 다른 차가 지나갈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줘야 하기 때문에 주차 위치를 조정해 달라는 말이었다. 그 이후로 지내면서 자연스레 근처에 주차하는 차가 누구의 차인지 알 게 되고, 주차를 할 수 있는 영역도 알게 되었다. 이제는 처음 보는 차가 주차되어 있으면 눈에 걸리고, 손님이거나 근처에 볼일이 있겠거니 하게 되었다.
어느 날은 직장에서 근무를 하는 데, 왠 문자를 한 통 받았다. 옆집에서 보낸 문자 인데, 지금 옆집이 외벽 페인트칠 작업을 하는 데, 작업 차가 자리를 잡아야 해서 그 앞을 막고 있는 내 차를 빼달라는 문자 였다. 오후에 문자를 확인했는데, 아침에 문자를 보낸 걸 보고 미안한 마음에 급하게 뛰어서 집으로 달려가 차를 옮겼다. 인터넷 웹툰에서 보니 외부인이 수시로 주차를 하는 주택 지역은 이중 주차 피해때문에 싸움과 신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기도 한다고 한다. 차고가 있었으면 주차 공간이 좀 더 여유로웠으면 하는 바람은 여전히 있지만 지금 상태로서는 이웃간의 배려와 여름, 겨울 대처로 차고 없는 주택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