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꽃정원 May 05. 2023

무난한 이웃

단독주택 살아보니 #17

 나는 무난한 이웃이 되고 싶었다. 내성적인 성격의 소유자로서 무난한 이웃이란 서로 불평불만이 나오지 않고 각자 즐겁게 살아가는 정도를 의미한다. 지나고 보니 주택의 이웃 관계도 아파트와 많이 비슷했다.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칠 일은 없지만, 마당 일을 하거나 차를 오르내릴 때 마주칠 일이 종종 있다. 거기다 주택은 이사가 흔치 않기에 아파트보다는 이 가족을 오래 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집은 나중에 지어진 편이라 양 옆, 앞, 뒤로 이미 집이 들어서 있는 상황이었다. 건축 공사가 시작하기 전인 8월에 시끄러운 공사 현장에 대한 양해를 구하고 인사도 할 겸해서 주변 네 집에 손편지와 작은 선물 돌렸다. 이웃집의 현관 벨 앞에 서니 괜스레 떨렸던 기억이 있다. 벨이 울리고 공사하는 옆집이라고 소개를 하면 다들 나와서 인사를 받아주었고, 덕담과 간단한 소개를 나눌 수 있었다. 그렇게 공사를 하고 집이 지어져 이사 날이 되었다. 이사 오는 날에는 떡을 한 상자씩 돌렸다. 이사 온 지 1년이 되는 크리스마스에도 한 번 더 편지와 쿠키를 돌렸다. 1년 전처럼 짧지만 긍정적인 인사가 오갔다. 그동안 크게 교류하진 않았지만 무언의 영향을 주고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 이웃일 테니 그래도 1년간 서로 무난한 이웃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크리스마스 리스로 장식한 현관
밤에는 불멍도 조용히

 

 하지만 이웃들 간에 자칫 불편해질 만한 일도 당연히 있었는데, 주차 문제가 있었다. 아파트 살던 시절에도 한 세대당 자동차를 보통 2대 이상 주차하거나 외부인이 주차를 하기도 해서 주차 공간이 부족한 적이 있었다. 주택도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단독주택이라 그렇게 세대원이 많지는 않겠지만, 시골처럼 주차 공간이 무한정 여유롭지는 않아서 주차 공간이 부족하거나 주차하기가 힘들어질 때가 있었다. 집 앞 골목이 자기 땅인 것처럼 주차 금지를 시키는 모습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가끔 집간 소음을 일으키는 집도 있었다. 10시, 11시 넘어서 마당에 밝게 불을 켜 놓고 고기를 구우며 많은 사람들과 시끄러운 파티를 여는 집, 여름밤 창문을 열어놓고 락발라드를 열창을 하던 집이 있었다. 그게 한 두 번이어도 그 기억이 꽤나 오래갔다. 그 집의 이미지를 망치기 십상이었다. 아파트와는 달리 층간소음은 없어도 집간소음이 있을 있기 때문에 밤에 외부에서 시끄러운 것은 주의해야 한다. 


담배연기 말고도 지켜야 할 공기 예절이 있다. 마당에서 무언가를 소각하는 냄새가 있다. 바비큐 냄새는 애교이고 농업 폐기물이라던지 쓰레기 같은 걸 태울 때 나는 냄새가 참 고약하다. 바람에도 방향이 있어서 특정 집에서 나는 냄새가 자꾸 우리 집으로 넘어 들어왔는 데, 몇 달간 참을 수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쪽지를 보냈다. 그렇게 자꾸 무언가를 태우는 데는 이유가 있을 터인데, 그것을 못 하게 할 권리가 나에게 있나 하고 고민했지만, 누군가 불편해한다는 사실을 알려라도 드리고 싶어서 말씀을 드렸는데, 감사하게도 그 이웃께서 모기를 없애기 위해 불을 피운 거였는 데 불편하면 앞으로 피우지 않겠다고 배려해 주셨다.


 이사 온 지 2년째가 되는 지금은 인사하는 단계에서 한 발자국 나아가 주변 이웃들에 대해 좀 더 알게 되었다. 각 집에 세네 명의 가족구성원들이 있어서 생활 반경이 비슷하다던지 해서 특히 가까워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들을 통해 서로를 간접적으로 알아가고 있다. 특히 가족마다 주로 마당일을 하는 가족구성원이 정해져 있는데, 마당 일을 자주 하는 사람끼리는 특히 가까워지는 것 같다. 어머니는 마당 일을 하며 옆집 할머니와 나눈 옆 집의 이야기를 전해주시기도 한다. 남편은 종교 생활을 통해서 마을의 다른 이웃을 알게 되었다. 나의 경우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 때문에 같은 학년을 학부모 이웃을 알게 되어서 아이 등교 길에 말벗이 되었다.


  또 나는 같은 직장 동료인 이웃을 알게 되어서 직장에서도 마을에서도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매일 직장에서도 만나다 보니 친숙해졌고, 식재료를 자주 나눠 먹고 어느 날은 집 초대도 받았다. 서로 영향을 많이 주고받는 집끼리 소통이 잘 되니 더 든든한 이웃이 되었다. 마을 사람들끼리 데면데면한 것 같아도 어디에 어떤 사람이 사는지 같은 정보가 그렇게 재미있다. 그렇게 우리도 마을에 대해 알아가면서 어느덧 주변인에서 마을의 일원이 되어 녹아드는 것 같다. 아파트나 주택이나 생활 가까이서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고받는 사람들이 이웃이다. 주고받는 배려로 무장한 무난한 이웃이 이 시대에 진정한 이웃사촌은 아닐지 혼자 생각해 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층간소음 없는 집에 산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