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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꽃정원 Feb 02. 2024

주택에서 살아볼까

들어가며

 처음 막연한 주택살이 시도는 남편의 거절로 무산됐다. 집안일도 많은데 집 밖의 일까지 어떻게 하면서 사냐는 것이다. 이 거절이 큰 싸움으로 번지지 않았던 연유는 나 또한 아이를 자유롭게 뛰게 하고 꽃 키우자고 백가지 집 바깥일을 얻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다 혼자 사시는 시어머니가 갑자기 크게 아프시게 되어 퇴원하고 함께 살게 되었다. 어디서 살지를 생각하다가 주택에서 살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게다가 퇴원 날짜가 그리 멀지 않은 시점이어서 그 사이에 주택을 구하던지 짓던지 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우리의 주택살이에는 이러한 현실적인 외력이 있었고, 아이를 키우기 좋을 것 같다는 생각과 식물을 원 없이 키워볼 수 있겠다는 내 안의 내력이 만나 주택살이는 시작되었다.

 

처음에는 맞는 집을 찾아다니다가 가격과 구조가 맞는 집을 구하지 못해서 직접 집을 짓기로 했다. 이사를 가고 싶은 마을의 적당한 빈 땅을 찾아 계약을 했다. 주택에 대한 공부를 하며 대략적인 집의 모습을 설계했다. 건축사를 만나서 본격적인 설계를 완료하고, 공사가 시작되었다. 땅을 다지고 한층 한층 올려가며 집의 외관이 완성되었다. 외장재와 내장재 공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겨울이 되어 창호와 바닥, 전기, 인테리어 공사가 시작되었다. 그렇게 겨울이 가고 봄이 오자 집이 완성되었다. 공사가 잘 되었는지, 모든 방을 돌아다니며 확인하고, 미리 쓸고 닦아놓았다. 


 어머니 집과 우리 집을 모두 팔고, 짐을 정리했다. 새 집에 가져갈 것만 챙기고, 새 집에 필요한 새로운 가구들도 미리 만들어 놓았다. 그렇게 우리의 세간과 가구를 실은 트럭이 우리 집에 도착했다. 가구와 물건들을 오랜 시간 동안 머릿속에 미리 그려놓은 대로 놓기 시작했다. 상상만 했던 주택 살이가 현실이 되었다. 처음 연결된 가스, 물은 새로운 사용자 등록을 했고, 전기 사용 계약을 하고, 인터넷은 전신주 구조 때문에 통신사를 바꿔서 한참 기다렸다가 쓸 수 있었다. 한동안은 외부 현관 매트, 주방 유리 가림천처럼 아파트 살 때는 필요 없었던 소소한 물건들을 쇼핑백 가득 사 오는 게 일상이 되었다. 비용을 아낀다고 완성되지 않은 허허벌판의 마당도 완성해야 했고, 각종 잔디와 식물들을 심고, 우편함을 만들어서 설치하고, 계단에 여행사진 액자를 설치하는 등 밤까지 일하고 정리해도 어수선한 시기가 있었다. 


옆 집의 이웃들에게 인사를 돌리고, 아이의 학교를 전학시키고, 나의 직장의 위치도 집 가까운 곳으로 옮겼다. 이제 아래층에는 어머니도 함께 살게 되었다. 집의 완성과 이사 날을 기다리는 길고 긴 시간 동안 매주 EBS '건축탐구 집'을 보고, 도서관에서 주택 건축 과정에 대한 책은 거의 다 읽었으며 인터넷에서 '전원주택 장단점'같은 글도 보이면 유심히 읽었다. 그렇게 이사와 함께 모든 것을 새롭게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다른 사람이 아닌 나의 주택살이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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