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에서 맥주 양조장까지
잠시 헨더슨빌에 머물고 있는 이방인에게 매일 하루가 여행이다. 익숙하지 않은 길을 걸으며, 발길 닿는 곳마다 구글맵에 작은 하트를 하나씩 찍어 나가다 보면 나만의 헨더슨빌 지도가 서서히 완성된다.
한국에서는 즉흥적인 P 성향이었지만, 이방인이 되자 계획형 J 성향으로 변해야 했다. 그래야 하루를 무탈하게, 그리고 조금이라도 알차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곳의 공기, 길거리의 풍경, 마주치는 사람들, 그리고 우연히 들어선 작은 카페까지 모든 것이 새롭고, 낯설어 헨더슨빌에서의 하루는 마치 퍼즐을 맞춰가는 과정 같다.
길을 나서기 전, 구글맵을 열어 위치를 확인하고, 리뷰를 읽고, 돌발 상황에 대비할 심리적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이제는 익숙하다. 치밀한 계획 속에서도, 예상치 못한 순간들이 하나둘 스며든다. 아침 산책 후 마시는 첫 모금의 커피, 멈춰 서서 보게 되는 몽실몽실한 구름, 낡은 벽돌 건물 속 오래된 빵집, 그리고 도넛 한 입. 이곳에서의 하루는 치밀한 계획과 우연이 섞인 여정이다.
자, 이제 이방인의 발걸음을 따라, 헨더슨빌을 함께 탐험해 볼까요?
Flat Rock Park : 아침 루틴의 필수 코스다. 이른 아침,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졸린 눈을 비비며 공원을 걷다 보면 신선한 공기가 뇌세포를 깨워준다. 철학적 사색 따위는 없다. 그냥 매일 온몸으로 느껴지는 날씨를 체크한다. 이곳은 예전에는 골프장이었지만, 이제는 주민 모두가 이용할 수 있는 넓은 공원으로 변신했다. 공원 입구에는 파빌리온과 커다란 놀이터, 그리고 피크닉 테이블이 놓여 있다. 공안 안에는 개울과 연못까지 있어서 남녀노소 누구나 하루를 보내기에 최고의 장소이다. 오전에는 주로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을 나오는 사람들이 많고, 오후에는 한쪽에서는 어린아이들이 놀이터에서 놀거나, 다른 한쪽에서는 봄부터 가을까지는 프리 요가 수업이 펼쳐진다. 간혹 해가 질 무렵 공원 안의 메모리얼 벤치에 앉아 하늘에 낮게 떠 있는 뭉게구름을 바라볼 때면, 시간은 천천히 흘러간다. 그리고 마법처럼 하루의 모든 시름이 산들바람에 실려 사라진다.
Jump Off Rock : 로렐 파크(Laurel Park)에 위치한 해발 약 3,100피트(약 945미터)의 전망대이다.이른 아침에 방문해 탁 트인 전경을 내려다보며 하루를 시작하는 것은 꽤 근사하다. 아무 기대 없이 첫 방문을 했을 때, 구름에 덮인 헨더슨빌의 풍경은 영화 속의 한 장면 같았고, 그 인상이 아직도 생생하다. 매번 방문할 때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늘 한적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 이곳은 프로포즈, 졸업사진, 가족사진, 결혼사진 등 기념 촬영 장소로도 사랑받는다.
Glassy Mountain : 글래시 마운틴은 칼 샌드버그 홈 국립사적지(Carl Sandburg Home National Historic Site) 내에 위치한 전망대로, 노스캐롤라이나 플랫락(Flat Rock) 지역에서 가장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 중 하나이다. 왕복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짧은 코스로, 가볍게 등산하기에 적당하다. 쭉쭉 뻗은 나무가 많아서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그늘도 많고, 시원하게 걷기 좋다. 종종 뱀을 만나기도 하니 주의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정상에 자리한 커다란 납작 바위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평화로운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이 바위 때문에 혹시 이곳이 플랫락(Flat Rock)이라는 지역 이름의 유래가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산 길에는 시인 칼 샌드버그(Carl Sandburg)의 흔적을 따라 그의 고택인 칼 샌드버그 홈(Carl Sandburg Home)에 들러볼 수 있으며, 이곳의 마스코트인 염소들을 쓰다듬는 것도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Dupont State Recretional Forest: 노스캐롤라이나 헨더슨 카운티와 트랜실베이니아 카운티에 걸쳐 위치한 10,000 에이커(약 40㎢) 규모의 보호구역으로, 하이킹, 자전거 타기, 승마 등 다양한 야외 활동이 가능하다. 여름에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소리를 들으며 더위를 식히거나 물에 몸을 담글 수도 있다. 강아지와 함께 하이킹하기에도 좋으며, 유모차를 가지고도 이동할 수 있을 정도로 대부분의 구간이 무난하다. 가을에는 단풍이 물들어 더욱 아름다우며, 트리플 폭포(Triple Falls), 후커 폭포(Hooker Falls), 하이 폭포(High Falls)등이 유명하다. 영화 '헝거 게임' 촬영지로도 유명한 트리플 폭포는 세 개의 단차를 따라 물이 흐르는 독특한 구조를 가진 폭포이며, 주차장에서 약 15분 정도 하이킹하면 도착할 수 있다. 신선한 아침 산공기를 마시며 폭포 주변 산책 구간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눈이 밝아지고 맑아지는 것 같다.
Hendersonville Library :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들러서 도서관 안의 1인실, 2인실 스터디룸을 이용한다(한 번에 최대 3시간까지 가능). 일정을 정리하고, 한 주간의 일기도 쓰고, 생각을 정리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영화 상영부터 다양한 프로그램까지 열리는 곳이라 조용한 듯 활기차다. 도서관 앞의 초록색 의자를 볼 때면 그 의자에 앉아 계시던 노숙자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도서관 안에서 조용히 책을 읽으시다가, 그 초록색 의자에 앉아서 조용히 식사를 하곤 했다. 어디를 가야 할지 몰랐던 생초보 이방인에게도, 갈 곳 없는 노숙인에게도 헨더슨빌 도서관은 쉼터가 되어준다. 차별 없이 문을 열어주는 공간, 누구에게나 두 팔 벌려 환영하는 곳. 도서관은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 사람을 품는 따뜻한 장소가 될 수도 있음을 여기서 배웠다.
Saluda Library : 집에서 15분 가량 떨어진 살루다 도서관을 찾으면,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다. 워낙 작은 마을이라 도서관도 아담하고 사랑스럽다. 조용한 2층 서재를 독차지하며 읽고 쓰는 시간은 그 자체로 소중하다. 도서관을 나서면 카페 ‘와키몽키’에서 크로와상 샌드위치를 주문하고, 마을의 작은 잡화점 M.A. Pace General Store를 기웃거린다.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는 순간, 이방인의 하루가 조금 더 특별해진다.
살루다를 찾는 이들은 주로 짚라인과 래프팅을 즐기거나, 마을에서 가장 유명한 레스토랑인 Purple Onion에서 식사를 하기 위해 오지만 나는 액티비티보다는 고요한 도서관과 작은 카페, 그리고 오래된 잡화점이 주는 정겨운 분위기 때문에 자주 발걸음을 하게 된다.
DICKS에서는 주로 아이들의 스포츠용품을, REI에서는 남편과 나의 운동화, 하이킹 용품을 구경하며 쇼핑의 즐거움을 만끽한다. 우리의 참새방앗간인 REI에서 다양한 아웃도어 용품들을 이것저것 구경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게다가 친절한 직원 어스틴이 근무하는 날에는 헨더슨빌과 애쉬빌 인근의 핫 플레이스 정보를 한가득 얻어 온다.
그리고 헨더슨빌에는 다양한 Thrift Store가 있다. 그중에서 Humane Society Thrift Store, Habitat 그리고 Four Seansons를 뻔질나게 방문한다. 말도 안 되는 가격의 독특한 앤틱제품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LuLu 또한 중고 물품을 판매하지만 Consignment Store로 Thrift Store 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질 좋은 제품들이 더 많다. 다양한 인테리어 용품과 가구가 즐비하고, 유명 브랜드의 옷들이 가득하다.
MacFarlan Bake Shop : 도넛이 생각나면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주고 곧장 이곳으로 가야 한다. 머뭇거리는 순간, 오늘 갓 만든 글레이즈 도넛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진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갓 튀겨낸 도넛의 은은한 단내가 공기를 가득 채운다. 그다음으로 빠르게 동나는 애플 프리터는 사과의 달콤함과 시나몬 향이 어우러져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다. 가볍고 촉촉한 이 도넛은, 밍밍한 미국식 블랙커피와 묘하게도 잘 어울린다.
HenDough Chicken & Donuts : 헨더슨빌에 도착한 후 첫 번째로 방문했던 도넛가게다. 이곳의 도넛은 묵직하고, 가격도 묵직하다. 커피 씻은 물 같은 밍밍하기 짝이 없는 아메리카노 커피와 가격이 불만이지만, 사장님이 친절해서 자주 방문한다. 이곳에서 도넛보다 기억에 남는 것은 내쉬빌 핫 치킨 비스킷이다. 얼마나 맵겠어?' 하며 시켜봤다가, 맵찔이 남편이 한 입 먹고 딸꾹질을 시작했다. 나도 먹어보고 혀가 타들어 가는 느낌에 ‘맵다’를 몇 번이나 외쳤는지 모른다. 예상보다 훨씬 강렬한 매운맛이다. 매웠지만 바삭한 치킨과 비스킷의 조합은 완벽하다. 헨더슨빌의 많은 맛집들이 일요일에는 문을 닫는데, 이곳은 일요일에도 문을 연다. 다른 헨더슨빌 카페들과 마찬가지로 오전 8시에 열고, 오후 3시면 문을 닫는다. 특히 가을 성수기 주말에는 언제 가도 단체 관광객들로 북적여 테이블을 잡기가 쉽지 않다.
Flat Rock Village Bakery : 건강하면서도 맛있는 빵을 만드는 빵집으로 매일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점심에는 피자 맛집으로 변신한다. 역시나 커피는 기대하지 않는다. 보리차 탄 맛이 난다. 빵에 어울리는 진한 아메리카노의 맛은 당분간 잊으리.
Sharewell Coffee : 공기 좋은 플랫락에 자리 잡은, 보기 드물게 제대로 된 커피를 내놓는 곳이다. 헨더슨빌에서 밍밍한 커피만 마시다 보니, 한국에서 마시던 그 맛과 비슷한 커피를 찾았을 때의 감격이란! 당연히 자주 오지 않을 수 없다. 1층과 2층 모두 아늑한 분위기고, 2층에는 야외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아침 8시에 문을 열고 오후 2시면 닫으니, 일찍 서두른 것이 좋다. 다행히도 이곳은 아이들 학교에 데려다주고 집에 돌아오는 길에 있어, 동선이 완벽하다. 그리고 어느 때 방문해도 이렇게 깜찍하고 아늑한 공간을 나 혼자 독차지할 때기 많이서 살짝 미안해질 정도다. 하지만 이 정도 커피 맛을 낸다면, 조만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다.
The Book & Bee Cafe and Tea : 영국식 차를 즐기며 여자들의 수다 한가운데 푹 빠질 수 있는 곳으로 음식도 차도 모두 맛있다. 다만 스콘의 양은 조금 아쉽다. 런치타임쯤 되면 자리가 없으니 이곳을 제대로 즐기려면 오픈 시간에 맞춰 가는 것이 좋다. 바글바글, 와글와글. 헨더슨빌 여성들은 영국 차 문화를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처음 방문했을 때 가장 놀라웠던 건, Book & Bee라는 이름 덕분에 책이 잔뜩 있을 거라 기대했는데 실제로는 책 무늬 벽지와 인테리어용으로 배치된 몇 권의 책이 전부였다. 실망할 뻔했지만, 곳곳에 유명한 책 속의 글귀들이 적혀 있어 책에 대한 갈증이 깔끔하게 해소됐다. 차 한잔 마시며 글귀를 읽다 보면, 꼭 책 속에 폭 안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Sweet Frog : 프로즌 요거트 아이스크림에 개구리알 모양의 젤리를 토핑으로 얹어 먹는 재미가 있다. 달지 않으면서도 달콤한 맛은 한국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다. 한국에 어서 들어오렴. 인기 돌풍은 장담해!
Pops Diner : 친절한 직원들과 다양한 메뉴가 있는 브런치 식당으로 유명한 곳이다. 아마도 레트로를 연상시키는 인테리어가 인기에 한몫을 하는 듯하다. 와플 하우스보다 열 배는 괜찮다.
Eggs Up Grill : 아침 식사로 딱 좋은, 무난하면서도 만족스러운 곳이다. 메뉴도 다양하고 특히 에그 베네딕트가 가장 추천할 만하다. 좌석이 많고 공간이 넓어 북적이지 않아 좋다. 덕분에 바쁜 아침에도 여유로운 분위기를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밝은 인테리어 덕분에 매장에 들어서는 순간, 괜히 미소가 지어진다. 기분 좋은 하루를 시작하기에 적당하다.
The Baker's Box : 이곳에서는 주문을 하고 음식을 기다리는 동안 지루할 틈이 없다. 스파이더맨 테마와 다양한 레고 장식 덕분에 마치 작은 전시회를 구경하는 기분이 든다. 햄버거도 훌륭하지만, 진짜 강점은 케이크와 디저트다. 빵이 맛있다 보니 당연히 햄버거도 맛있을 수밖에 없다. 심지어 햄버거 메뉴 이름도 흥미롭다. ‘피터 파커 버거’ 같은 스파이더맨 등장인물 이름을 따온 것이 재미를 더한다.
물론 햄버거도 좋지만, 해산물을 선호하는 나로서는 규로(gyro)를 주로 주문한다.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역시 여기 오길 잘했어’라는 생각이 든다. 차지키 소스는 낯설어 늘 데리야끼 소스로 바꿔 주문했다. 이제 와서야 한 번쯤 도전해 볼 걸 싶은 후회가 든다. 뽀빠이 과자가 들어간 쉬림프 브리또랩도 매콤하면서도 상큼한 맛의 조화가 훌륭하다. 다만 감자튀김은 늘 눅눅한 게 흠이다. 하지만 그거 빼고는 뭐든 맛있다.
Hot dog world : 이 지역의 명소. 값싸고 맛있는 핫도그로 유명하다. 쫀득하고 부드러운 소시지가 입안에서 톡 터지는 그 느낌이 일품이다. 여기에 어니언 튀김까지 곁들이면 완벽한 한 끼가 된다. 헨더슨빌에 오면 반드시 들러야 할 필수 코스다. 치솟는 물가 속에서도 여기는 여전히 가성비 천국이다. 적당한 가격에 배부르게, 그리고 맛있게 먹을 수 있으니 이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우리나라로 치면 천 원의 행복 시절 김밥천국 같은 존재다. 언제 가도 주차장은 만차다. 배짱 좋게 주말에는 영업을 안 한다. 진지하게 이 맛을 익혀서 한국에서 핫도그 월드를 열어볼까? 고민했을 정도로 지금까지 먹어본 핫도그 중 단연 최고다.
West First Wood-Fired : 이곳은 화덕피자의 진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바삭한 도우와 신선한 재료가 어우러진 맛이 일품이다. 한 판 다 먹을 수 있을까 싶지만, 첫 조각을 베어 물면 고민은 끝난다. 1인 1 피자? 당연히 가능하다. 아니, 필수다. 맛있는 피자를 먹으며 대화가 깊어지는 곳. 그러다 보면 어느새 오전 영업 마지막 손님이 되어 있다. 문 닫을 시간에야 자리에서 일어나는 일이 다반사다. 맛과 분위기, 둘 다 놓치고 싶지 않다면 이곳이 답이다. (영업시간 : 오전 11시-2시, 4:30-오후 8시)
STONE BOWL : 헨더슨빌과 애쉬빌 일대에서 유일한 한식당이다. 이곳에 오면 반가운 마음이 든다. 해물피자는 반드시 먹어야 하고, 돌솥밥은 평균이다. 너무 뜨거워해서 먹지 못하거나,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거나 반응이 극과 극이다. 그 외 다른 메뉴들은 평범하다. 아시안 불모지인 이곳에서도 미국인들에게 한국음식이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장사가 잘돼서 Breavard에도 2호점까지 오픈했다. 주인이 중국인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내가 십 년만 어렸어도 헨더슨빌에 한국식당 여는 건데…! 하고 잠시 상상을 했다. 상호명은 지글지글?
Pappas and Beer : 멕시코 음식점 중에서도 가성비가 뛰어난 곳. 런치 메뉴는 알차고, 가격도 착하다. 값싸고 맛있으니 점심시간에는 항상 붐빈다. 식전에 나오는 따끈한 나초튀김이 이곳의 숨은 매력이다. 특히 곁들여 나오는 소스가 별미라, 본격적으로 식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손이 바쁘다.
El PASO #1 : 생일파티나 모임하기에 딱 좋은 곳. 이국적인 인테리어 덕분에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마치 멕시코에 온 듯한 기분이 든다. 푸짐한 타코 샐러드, 비프 화지타, 멕시코 스파게티, 등등 맛이 없는 메뉴가 찾기 어려울 정도로 모든 메뉴가 맛있고 깊은 맛이 있다. 여기에 휘핑크림이 듬뿍 올라간 피나콜라다 한 잔까지 곁들이면? Muy Bien! 무이 비엔
Umi : 헨더슨빌의 대표적인 일식당. 그런데 가장 인상적인 점은 바로 메뉴 곳곳에서 등장하는 호박의 존재감이다. 무슨 요리를 시켜도 호박이 빠지지 않는다. 점심 도시락 메뉴가 인기지만, 양은 다소 적고 맛도 무난한 편. 특별한 감흥은 없지만, 일본식 도시락을 가볍게 즐기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Golden Corral : 미국 뷔페 음식점으로 토요일 오전에는 할인을 한다. 모든 음식이 평균 이상이지만, 후라이드 치킨이 특히 맛있다.
Shine : 오후 4시 이후에 오픈한다. 헨더슨빌에서 특별한 날을 보내기에 완벽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세련된 분위기와 정성스럽게 준비된 요리가 기념일의 의미를 더해준다.
Season’s at Highland Lake. 하이랜드 레이크 안에 있는 레스토랑으로 직접 농장에서 재배한 유기농 채소로 만든 요리를 즐길 수 있다. 공기 맑은 산속에서 계절의 변화를 느끼며 먹는 음식은 그 자체로 특별한 경험이 되어 더욱 맛있게 느껴지며,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자연과 내가 이어지는 순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달콤한 고구마 프라이까지 곁들이면 “This is nuts!” - 와, 대박! 말도 안 되게 맛있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HUBBA HUBBA :동네 빵집 명소인 Flat Rock Village Bakery 옆에 있으며, 이곳은 전통적인 우드 파이어드 방식으로 고기를 천천히 훈제하여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Pulled Pork에 대한 너무나 기대가 컸을까?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못했고 대신 립과 콘브레드는 대만족 했다. 실내 좌석은 없고, 야외 좌석만 있으며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단, 테이블 사이로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미국 닭들을 보고 놀라지 마시라. * “Hubba hubba 는 "끝내준다 또는 "와! 멋지다. “ 는 뜻의 감탄사이다.
FLAT ROCK WOOD ROOM: 베이비백립과 화덕피자가 먹을 만 하지만 뚱뚱한 피기 프레즐이 최고의 즐거움을 준다.
Blue Ridge Beer Garden : 헨더슨빌에서 편하게 한잔하고 싶다면 Main Street에 있는 Blue Ridge Beer Garden이 딱 맞다. 1950년대 주유소를 개조해 만든 이곳은 단순한 맥주집이 아니라, 지역의 이야기와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간이다. 맥주부터 비알코올 음료까지 선택지가 넉넉하다. 작지만 야외 공간도 있어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동네에서 맥주 한잔 기울이기에 제격이다. 하나 더—HVL Pedal & Brews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헨더슨빌을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여행하고 싶다면, 이곳에서 시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Sierra Nevada Taproom & Reataurant : 헨더슨빌을 찾았다면 가장 먼저 들러야 할 곳 중 하나가 있다. 맥주가 빚어지는 과정을 눈앞에서 지켜볼 수 있는 곳,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가도 충분히 즐길 거리가 많은 곳. 바로 노스캐롤라이나의 보석 같은 양조장, 시에라 네바다(Sierra Nevada)다. 이곳은 행정구역상으로 보면 헨더슨빌이 아니라 밀스 리버(Mills River)에 속한다. 하지만 헨더슨빌을 중심으로 한 지역, 즉 플랫 락(Flat Rock), 플래처(Fletcher), 아덴(Arden), 밀스 리버(Mills River) 같은 곳은 사실상 하나의 생활권을 형성하고 있어, 많은 지역 주민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헨더슨빌의 일부로 여겨진다. 그래서인지, Sierra Nevada 역시 헨더슨빌을 대표하는 명소처럼 여겨진다. 싱그러운 산공기와 홉 향이 어우러진 이곳에서 맥주 한잔의 여유를 즐기면, 비로소 마운틴 타운의 진짜 매력을 느끼게 된다. 헨더슨빌에서 하루를 마감하기 가장 흥겨운 장소이다.
헨더슨빌에서 두 번의 하루를 산다. 아이들을 챙기는 분주한 오전, 나의 배움을 위한 촘촘한 오전, 짧지만 온전히 나의 탐험 시간인 오후, 그리고 다시 부모의 일상으로 돌아가는 오후. 이렇게 일상과 여행을 오가며 하루를 채우다 보면 어느새 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헨더슨빌의 이곳저곳을 탐험하며, 나는 더 이상 방문자가 아니라 이 동네의 일부가 되어 갔다. 늘 걷던 산책길, 자주 들르는 도넛 가게, 익숙해진 가게들과 반갑게 마주치는 얼굴들. 구글맵의 저장 목록과 하트가 늘어날수록, 이 도시는 어느새 나의 일상이자 다정한 터전이 되어 있었다.
헨더슨빌에서의 시간은 오래도록 내 마음속 지도에 작은 하트가 되어 남아 있을 것이다. 한국으로 돌아가서도, 헨더슨빌에서처럼 일상을 여행처럼 살아가고 싶다. 시선이 머무는 곳마다 새로운 이야기를 발견하고, 발길이 닿는 모든 곳이 특별해질 수 있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