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해를 괴롭힌 프로젝트가 드디어 끝났고, 지지난주에 몸져누웠다. 스스로 피드백할 여유도 없이 계속 잠만 잤다. 의미 없이 누워있고 스마트폰만 주야장천 보며 시간을 보냈다. 올해 5월부터 끝나기만을 기다린 프로젝트였다. 처음 맡아본 일인데 부서도 뒤숭숭해서 그냥 혼자 꾸역꾸역 숨이 턱끝까지 차오를때까지 나의 정신력의 한계를 매일 경험하며 모든 힘을 끌어다 쓰고 끝내니 몸이 축나버렸다.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하는 나를 비웃었고, 도와주지 않았고, 안되길 빌었다. 그래도 누군가는 내가 하는 일이 잘되기를 바랐고 애쓰는 걸 안쓰러워했고 기도해 주었고 작게라도 도움이 되고자 마음을 써주었다. 지난해와 올해는 바지자락 잡고 끌어내는 사람들, 안타까워서 작은 손이라도 보탬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함께하며 대차게 흔들려봤다. 돌아보자면 꽤 오랜 시간 긍정의 힘보다 소수가 주는 부정의 힘에 조금 더 크게 반응하고 힘들었던 것 같다. 힘들었던 만큼 성취감은 배가 돼 가슴을 벅차오르게 했다.
흔들리는 나를 보며 나는 무엇을 좋아했고 어떤 사람이었는지 다시 찾기 위해 운동도 시작하고 취미도 만들고 브런치도 시작했다. 덕분에 그 시간을 견뎠다. 돌아보자면 5월에는 '선재 업고 튀어'를 보며 판타지지지만 아침마다 마음이 설레서 이겨냈고, 6월, 7월에는 이승철의 '아마추어'를 들으며 나를 위로했다. 8월은 지독한 무더위까지 더해져 진심으로 그만두고 싶었는데, 최강야구 영상을 보면서 나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을 거야라는 낭만을 믿고 기다리며 견뎠다. 그리고 옆에서 힘이 되어 함께한 사람들 덕분에 웃는 얼굴로 위로와 축하를 건네며 끝날 수 있었다.
이 경험을 하지 않았다면 내 한계는 갱신되지 않았을 것이고, 내가 사람과 상황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좋은 기회에 심리상담을 받으면서 들었던 이야기가 있다. 일단 해보세요. 처음인데 실수하면 어때요 일단 해봐요 그래야 알아요. 그래야 맞는지 아닌지 알지. 그렇게 부딪혔고, 흔들렸고, 그 결과로 성장했다. 그 시간마다 사람이 있었다. 나를 살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다고 다음에도 열심히 해내보고 싶다는 낭만 가득한 해피엔딩은 아니다. 그저 간절히 정말 간절하게 현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무도 숲도 보고 온도와 바람의 변화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