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기미준 Oct 20. 2023

귀주대첩, 그리고 리더십 #3 (마음)

귀주대첩을 통해 3가지 리더십을 생각해 보려 합니다.


● 생각할 거리 2 :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이쯤에서 당시 왕인 ‘현종’을 한번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992년~1031년)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왕입니다. 비교적 젊은 38세에 돌아가셨죠. 

강감찬 장군이 그 시대에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우리 시대에는 잘 안 알려졌습니다. 


이분, ‘인동초’ 같은 인생을 사셨습니다. 


* 인동초 : 혹독한 겨울을 이겨내고 늦봄에 향기로운 꽃을 피우는 나무. 인내의 상징으로 많이 인용된다


출생부터가 아주 예사롭지 않습니다. 

엄마가 자신의 삼촌과 정을 통해 현종을 낳았습니다. 

삼촌과 조카지간에 아기가 생긴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엄마가 이미 남편이 있었고, 아빠도 이미 부인이 있었던 거죠

막장 드라마 같은 이런 상황에서 현종이 태어났는데, 현종을 낳고 얼마 있지 않아서 엄마가 죽습니다. 거기에 현종이 만 4살이 되던 해에 아빠마저 죽습니다. 

그래도 이 현종은 태조 왕건의 후예입니다. 왕자죠. 그래서 왕궁에서 자라는데, 당시 왕이었던 목종의 어머니(천추태후)가 김치양이라는 관료와 눈이 맞아 아들을 놓습니다. 

이 천추태후는 목종의 후계자로 자신이 놓은 아들을 앉히고 싶어 하는데, 궁궐에는 자신 아들보다 서열이 더 앞선 현종이 있습니다. 

그래서 12살 밖에 안된 현종을 절로 보내서 승려로 만들고 자주 그 절에 독이든 음식과 자객을 보냅니다. 

계속 죽을 위기를 넘기고 있었는데, 강조라는 사람이 쿠데타를 일으키고 당시 왕인 목종을 폐하고 현종 자신을 왕으로 추대합니다. 


인생 2막이 화려하게 시작되기에는 뭔가 자신의 기반이 거의 없는 왕입니다. 

자신을 따르던 신하도 없고, 강조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상황인데요. 


때마침 거란이 이 소식을 듣고 ‘왜 니가 왕이냐?’는 핑계로 고려를 쳐들어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2차 거란 침입이 바로 이때입니다)

현종은 자신을 왕으로 세운 강조에게 30만 군대를 주는데, 이 강조가 결국 패하고 현종은 나주까지 도망가게 됩니다. 


문제는, 고려는 호족사회였죠. 지방 호족이 아주 세력이 강합니다. 호족은 자체 군대도 가지고 있습니다. 왕이 나주까지 피난을 갔는데 아주 찬밥도 이런 찬밥이 없습니다. 

역사에 따르면 아전(지방 공무원)이 무기를 빼앗고, 누군가는 현종에게 활을 쐈으며, 자기가 임명한 절도사 조용겸은 자신을 납치하려고 했었죠. 


거기에, 겨우 전쟁이 끝나고 개경으로 돌아와서 파괴된 궁궐을 고치려 하니까 

무신과 군인들이 자기들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문신들을 잡아서 현종 앞에서 문신들을 매질합니다. 

그런 상황에서 거란이 3차 침공을 감행해서 또 쳐들어왔습니다. 

아마 역사에 기록된 가장 기구한 왕 중에 한 명이 현종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이 현종의 일생을 보면 한 가지 본받을만한 것이 있습니다. 

바로 끝까지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던 겁니다. 

어릴 때 수 없이 죽음을 피하려고 도망 다녔습니다. 

(후에 이런 모습을 보고 절에 있던 승려들이 땅굴을 파서 숨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2차 거란 침입 때는 전라도 나주까지 도망가면서도 왕으로서 역할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3차 거란 칩입 때는 거란이 자신이 있던 개경 앞까지 쳐들어왔지만, 피신하지 않고 성에서 방어하며 적을 맞습니다. 


결국 현종은 버티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강감찬이라는 훌륭한 장수를 발굴합니다. 

귀주대첩을 승리로 이끈 군주가 됩니다. 

그 후 농업, 직조업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조세법을 합리적으로 개혁한 군주로 기록됩니다. 


만약 그가 빨리 인생을 포기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만약이지만, 천추태후가 강감찬 장군도 죽였을 수도 있습니다. (강감찬 장군은 현종을 모시고 2차 전쟁 때 같이 피난을 간 현종 편입니다)


만약 3차 침입 때 개경 앞까지 거란군이 쳐들어왔을 때 2차 침입 때처럼 나주까지 도망갔다면 어떻게 되었을까요?

아마 강감찬 장군이란 걸출한 장군은 세상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이런 상황들은 그가 인생을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겁니다. 


10월이 지나고 11월이 되면 뉴스가 점점 들려옵니다. 

누가 임원이 되고, 누가 퇴직을 하고, 누군가는 이직을 한다고 하더라. 등등

마음이 뒤숭숭해지는 소식들이 들려오죠.  

그리고 12월이 되면 누군가는 임원이 되고, 누군가는 보직을 받거나 내려오시겠죠. 

누군가는 승진이 되고 누군가는 승진이 되지 않을 겁니다. 


그러나 그 결과보다는 ‘내가 포기하지 않고 올해를 완주했느냐’가 중요한 것 같습니다. 

비록 자신이 생각한 대로 평가/승진/보임이 흘러가지 않더라도 그간 내가 쌓았던 경험, 이로 인한 회사의 발전과 성장, 

나와 함께 한 구성원의 성장에 내가 기여했다면 분명 의미 있는 삶을 산 것이 맞습니다. 


중꺾마(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야!)를 생각해 보면 좋겠습니다. 

단순히 고과를 잘 못 받았으니 내년엔 대충 살아야지, 승진이 안 되었으니 그만둬야지..

이런 부정적인 모습보다, 포기하지 않고 앞으로 나가는 모습,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의 마음으로 묵묵히 나간다면 우리에게도 다양한 모습의 기회가 주어질 것입니다. 


<다음 편에 계속>


                     


작가의 이전글 귀주대첩, 그리고 리더십 #2 (시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