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온 토요일 아침 7시 30분, 평소 출근하는 날보다 빨리 일어난 시간이다. 와이프는 벌써 오늘 뭘 먹을지 검색하고 있다. 도저히 졸음이 몰려와 다시 잠들려 하지만, 와이프는 빨리 오늘 뭘 먹을지 찾아보란다. 주말 아침부터 그녀의 심기를 건드릴 수 없다. 그렇게 눈을 비비고 스마트폰으로 인천 맛집을 검색한다.
와이프와 인천에서 데이트를 9년 넘게 했지만, 나는 오늘도 어김없이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는 인천 맛집을 찾아 나선다. 사실 항상 검색해서 찾아낸 음식집의 8할은 와이프가 찾는다. 와이프가 검색해 찾아낸 곳 중 맛집이 아닌 곳은 거의 없다. 그렇게 둘은 아무 말 없이 식당을 선별하고 다양한 맛집들을 서로의 카카오톡에 남긴다. 그렇게 한 시간 반이 지났다.
평소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쏟아냈지만, 못 찾았다. 자연스레 날은 밝아버렸고 온연한 아침이 됐다. 둘은 오랜 시간 식당을 찾은 만큼 보상 심리가 커졌다. 오늘 토요일은 무엇보다 맛있는 세상에서 최고의 음식을 먹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던 중 와이프가 굉장한 곳을 찾았다며, *순댓국밥을 먹자고 한다.
*순댓국밥이라니. 평일보다 몇십 분은 일찍 일어나 출근 시간만큼이나 시간을 들여 맛집 리스트업을 했는데 그 중 *순댓국밥이라니. 하지만 의견을 낼 순 없었다. 이렇게 한 소리 했다가 다음에 올 잔소리가 더욱 무섭기 때문이다.
그렇게 우리는 집에서 자가용으로 30분 정도 거리에 있는 ‘*순댓국밥집’으로 향했다. 당최 *순댓국밥을 차까지 끌고 가서 먹어야 할 음식인가? 평일 점심으로 마음만 먹으면 바로 먹을 수 있는 쉬운 음식이 *순댓국인데 말이다.
“아 *순댓국밥이 거기서 거기지”
결국 운전하면서 아내에게 볼멘소리했다. 와이프도 어느 정도 내 말에 공감하는 눈치였지만 오전 중에 지인에게 추천을 받은 곳이라며 어차피 당기는 음식이 없으니 가자고 담담하게 말했다. 주말에는 특히나 음식에 대한 보상 심리가 강해지다 보니 맛있어 봐야 *순댓국밥이란 생각이 머릿속을 지배했다. 그렇게 식당에 도착했다.
맛집으로 유명한 곳인 만큼 사람은 많았다. 주차도 쉽지 않았고 이른 점심치고는 딱 대기줄 없는 수준으로 사람이 북적였다. 그렇게 매콤 *순댓국과 된장 *순댓국을 주문했다. 비주얼은 평범했다. 그렇게 와이프와 식사를 이어갔다. 한술 뜨는 순간 머릿속에서 엄청난 도파민이 쏟아졌다. 맛은 정말 알고 있는 *순댓국밥 맛이었으나 그 고점이 높아졌다고 느낄 정도로 맛있었다. 아니 이 식당으로금하여 내 *순댓국밥의 고점은 높아졌다.
특히나 맛깔나게 만든 겉절이김치는 *순댓국밥의 맛을 돋우었다. 김치 맛집이라는 맛을 들을 정도로 사람들은 셀프 코너에서 한 움큼씩 김치를 나르기에 바빴다. 김치를 별로 안 좋아하는 나인데, 와이프와 3번은 가져다 먹은 것 같다. 그렇게 식사를 마치고 이런 생각이 떠올랐다.
뭐든 단정 짓지 말아야겠다고.
사람이 이렇게나 간사하다. 평일 보다 일찍 일어나 좋지 않았던 마음이, 침대에서 한 시간 반이나 맛집을 찾았지만, 결론을 찾지 못해 커진 보상 심리가, 아무 때나 먹을 수 있는 *순댓국밥을 주말도에 먹어야한 다는 짜증이, 그런 *순댓국밥을 30분이나 운전해서 먹어야한다는 사실이 한순간에 날아갔다.
와이프와 그때를 떠올리면 항상 재밌다. 그녀가 본 나는 어지간히 불만을 뿜어냈나 보다. 나름 한 번 볼멘소리 했다고 생각했지만, ‘고작 *순댓국밥?’이라는 생각하는 내 불만족이 얼굴에 다 보였단다.
아무튼 누군가에는 별일 아니라 볼 수 있지만, 저 사건은 지금도 깨나 여운이 남는다. *순댓국밥에서 자아 성찰로 이어지는 기이한 경험이기에 더욱 그렇다. 급히 마무리하는 듯하고 그것도 맞지만, 이 글을 보는 누군가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 무언가 당연해 보이는 일이 있더라도 단정 짓지 말자. 스스로 직접 경험해보고 판단하자.
사실 지금 먹으러 가는 그 *순댓국밥은 정말 인생을 뒤바꿀 맛일지 모른다.
*순대국밥이 옳은 표기입니다. 단어적인 맛을 살리고자 순댓국밥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