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단단지 Sep 06. 2024

잡담이라는 무기 2#

아이디어적인 측면에서

한때 브레인스토밍이라는 말이 유행했다.


브레인스토밍이란 아이디어를 제한 없이 자유롭게 꺼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산하는 회의 기법 중 하나다.

나는 모두가 자기 기준에서 자유롭게 말한다는 점에서 브레인스토밍을 상당히 좋아한다.


이런 회의에서는 모두 모여 직급과 경력, 나이를 모두 내려놓고 자신만의 기준에서 아이디어를 쏟아내기 때문이다. 또한 깊게 고민했다고 해서 좋은 아이디어는 아니다. 그 때문에 소위 누군가 즉흥적으로 대충 생각해 낸 무언가라고 해서 나쁜 아이디어는 절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모든 다양한 생각들은 어떠한 계획을 실행하는 데 귀중한 재료이고 시행착오이다. 때문에 항상 경력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아이디어에 목멜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브레인스토밍은 어찌 보면 약간의 주제를 정해둔 잡담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평소에 회의까지는 필요 없지만 무언가 계획하거나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그때마다 사람들을 모아두고 회의 '잔치?'를 벌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때 잡담을 활용해 보자.


어차피 일상 속에서 만나는 지인들, 회사에서의 다양한 네트워킹 중에는 잡담이 발생한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원하는 잡담을 주제로 꺼내거나 상대가 말하는 아무 주제들에서 내가 원하는 바를 찾아보자.


나의 일로 비추어보았다. 나는 게임사의 니즈를 듣고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혹은 콘텐츠적으로 풀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일을 한다. 이 과정에서 고객인 게임사 인원들의 이야기를 자주 듣고자 노력한다. 그래서 평소 그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 지 듣고자 잡담을 많이 시도한다. 친한 지인이라고 부를 수 있는 게임사분들과는 업무와 별개 이야기도 많이 하며 서로의 생각을 확장시키고자 노력한다.


일례로 신규 게임의 론칭을 앞둔 상황에서 게임사 지인분과 유튜버들에 대한 잡담을 나누고 있었다. 그러던 중 몇몇 유튜버들이 특이한 직원을 두고 있다는 것을 주제로 떠들고 있었다. 그들은 게임을 대신 미리 해보고 '방송용'인지 조언을 해주는 매니저를 고용하거나, 소위 '타임어택'이라고 부르는 빠른 게임 클리어를 위해 관련 공략법을 대신 공부해서 유튜버에게 가르쳐주는 인원, 게임 정보를 수급하고 정리해서 유튜버가 콘텐츠를 찾을 수 있도록 돕는 작가 포지션의 직원들과 콘텐츠를 함께하고 있다는 주제였다.


이 과정에서 나는 자연스럽게 이번 신작의 경우 방송용으로 가능한지, 공략할 수 있는 거리가 있는 게임인 지 역으로 게임사 지인에게 물음을 던졌다. 지인도 신작이라 확인해 봐야 한다는 말과 함께 며칠의 시간이 흘렀고 자연스럽게 해당 신작 게임의 대회를 진행해 보자는 제안을 줬다. 특히나 이전 잡담에서 언급됐던 몇몇 유튜버를 중심으로 팀을 꾸려 대회를 만들어보기로 제안했다.


결과적으로 해당 대회는 치지직, 아프리카TV 인원들을 중심으로 큰 예산으로 진행됐고 내가 추천했던 인원이 실제로 게임을 분석, 파훼하여 좋은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당시 유튜버의 놀라운 분석 플레이를 본 개발진들은 "우리 게임에서 이런 게 되느냐? 버그 아니냐?"라고 할 정도의 좋은 퍼포먼스도 등장해 시청자들과 게이머들에게 좋은 볼거리를 선사하기도 했다. 또한 해당 유튜버는 그 게임팀의 뮤즈가 되어 지금도 협업을 진행 중이다.



이 외에도 떠올려보면 일을 하면서 잡담의 도움을 받은 적이 많다. 픽셀네트워크 재직 당시에는 유튜버 탬탬버린님과 떠들다가 아무 생각 없이 그린 그의 낙서에서 영감을 받아 굿즈화 했던 '탬탬버린 티셔츠', 본인 고양이가 얼마나 귀여운지 설명하던 유튜버 금사향님의 말에서 시작된 '까미 폰 케이스' 등 잡담에서 시작된 재미난 기억이 많다.



이렇듯 잡담에서는 다양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잡담을 하다보면 내가 필요한 것의 답을 얻을 수도 있고, 상대방이 무엇을 원하는 지, 생각한 적도 없지만 갑자기 떠오르는 영감 등 예측하지 못한 해결 방법이 불쑥 찾아온다.


어떤 누군가는 말한다. 무언가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집에 가라'고, '잠을 자라'고 말이다. 두 해결법은 생각을 한번 리셋함으로써 다시금 활력을 얻는 좋은 방법이다. 나에게 잡담은 그러한 솔루션이다. 사람들과 일상을 떠들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민에서 잠시 떠나 있을 수 있고, 누군가의 지나가는 말이나 잡담하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디어가 떠오르곤 한다.


지금 무언가가 살짝 막혀있다면 누군가를 붙잡고 고민 말고 허허실실한 잡담을 해보자.


작가의 이전글 잡담이라는 무기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