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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단지 Oct 11. 2024

10개주고 1개만 받아도 남는장사

나는 성격 때문인지 몰라도 모두에게 호의를 베푸는 편이다. 첫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친절하게 가르쳐주셨던 팀장님 덕분인 것 같기도 하다. 특히나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 업무를 하면서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경력을 만들어오며 정말 다양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다. 상대에게 원하는 것이 없어도 언젠가 돌아오겠지, 하며 일했던 것 같다.


그렇게 일한 지 벌써 10년이 다 되어 간다. 또한 한가지 깨달은 것이 있다. 직장 생활을 하기 전에는 "10개를 주고 1개를 받으면 호구다"라고 생각해 왔다. 그러나 이는 틀린 말이라고 자연스레 느끼게 되었다.


어차피 사람들은 주변에 본인에게 호의적인 사람들만 남기고 싶어 한다. 또한, 내가 상식선으로 행동했다면 상대도 내 상식선의 사람이길 원한다. 그 때문에 어차피 도움을 받기만 하고 되갚을 줄 모르는 사람은 1번 도움을 주나, 1000번을 돕나 똑같다. 자연스레 그 사람과의 관계는 인간적으로 발전될 일은 없다.


내 상식선에서 움직이는 사람이라면 최소 10번 받으면 1번은 갚는다. 그런 사람들과는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고 어느새 나도 자연스레 무수한 도움을 받는 사람이 된다. 요약하자면 내가 베풀어야 남도 나에게 베푼다는 말이다.


나는 게임 기자부터 인플루언서 매니저, 작은 스타트업 창업 등을 경험하며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다. 그 과정에서 조력자의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아 맹목적으로 사람들을 돕기도 했다. 처음에는 굳이 도울 필요도 없는데 의무적으로 도와왔다. 그러나 어느 순간 내가 도움을 요청하면 상대가 받아 주지 않아 야속하다고 느낀 경우가 많더라. 그래서 이런 행동에 회의감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남을 돕다 보면 나에게도 기회가 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2019년 9월 퇴근 후 수영장 강습을 다녀오던 길이었다. 약 9시 50분쯤. 한 번도 연락한 적 없던 크리에이터에게 전화가 왔다. 당시 소속사 직원으로 개인 돈을 들여갔던 한 크리에이터 결혼식에서 번호를 교환했던 크리에이터였다. 그러곤 나에게는 너무 쉬운 질문들을 상당히 고민한 듯한 모습으로 질문하더라. 소속사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좀 더 신경 써서 해드렸다. 그 전화 한 통을 시작으로 이후 그와의 사이가 돈독해졌다.


특히나 그는 픽셀이라는 한 크리에이터 집단의 리더 포지션인 인물이었고 그와 친해진 덕분에 당시 소속사 게임 유튜브 소속 채널 매출의 1/3을 차지하는 해당 집단의 계약 연장을 이어가는 데 성공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그는 갑작스레 나에게 창업 제안을 했다. 본인을 중심으로 총 7명의 매니지먼트만 전담으로 해줄 수 있냐는 제안이었다.


더불어 그간 내가 그에게 조언해 오던 것들을 회사 중심으로 잡고 그대로 창업하자는 제안이라 상당히 좋은 제안이었다. 물론 창업 후 피나는 노력으로 회사를 궤도에 올렸지만, 좋은 제안으로 나도 창업이란 것을 경험하고 내 장점이 무엇인지 깨닫는 성과를 낼 수 있었다. 결정적으로 게임 유튜버 씬에서는 나름대로 인지도 있는 회사로 창업을 성공시켜 의미도 깊었다.


사실 돌이켜보면 그에게 주었던 조언들과 질문의 답변은 나에게는 너무나 경험, 경력자로 쉬운 답변들이었다. 그러나 그를 위해 성심성의껏 대하는 태도가 그에게 신뢰를 준 것 같다. 단순하게 10번도 넘게 도와줬다. 그 호의는 결국 큰 하나의 호의로 돌아오면서 나에게는 큰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도 그 기회는 내 인생에 큰 한 획을 그었다. 소형 MCN인 픽셀 네트워크라는 회사를 안착시킨 성과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경험이었다. 이 글을 빌어 좋은 제안을 주신 유튜버 지누님과 탬탬버린님, 픽셀네트워크 초창기 소속 크리에이터분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이다.


아무튼 내 사례를 중심으로 다시금 강조하고자 한다. 사람들에게 호의를 베푸는 것은 손해가 아니고 호구도 아니다. 그저 사람들을 돕다 보면 결국 그들도 나를 돕게 되어 있다. 더불어 도움을 주다 보면 받을 줄만 아는 사람들도 볼 수 있다. 자연스레 시너지를 내는 사람들만 주변에 남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위 사례가 조금 특이한 케이스일 수 있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점도 말해주고 싶다. 회사에서 업무를 하면서도 흔하게 일어난다. 작년 이맘때쯤 특정 영상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다수의 인원을 섭외해야 하는 일이 있었다. 그런데 잘 모르는 생태계이다 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성공적으로 업무를 진행할 수 있을지 막막했다. 그러던 중 점심시간에 식사하다가 한 동료 파트너십 매니저에게 이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그는 갑자기 본인이 해당 플랫폼의 전문가라며 본인을 소개해 주었다. 그는 정말로 그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탑 크리에이터 중 하나와 호형호제하는 사람이었고 심지어 다수의 인터넷 방송인이 오가는 채팅 커뮤니티의 장이기도 하다며 흔쾌하게 나를 도와줬다. 덕분에 아주 순식간에 업무가 해결된 기억이 있다.


나에게 그는 왜 이러한 호의를 베풀었을까? 본인 업무도 아닌데도 말이다. 그 이유는 다음으로 추측하고 있다. 그는 본인 진로에 대한 고민을 담아 유튜브 영상을 본인 개인 채널에 올린 적이 있다. 우연히 그 영상을 보았고 내가 동 나이 때 경험했던 고민과 비슷해 깊이 있는 장문의 피드백과 내 생각을 전했다. 당시 그는 놀라며 갑작스레 받은 호의에 감사했던 적이 있다. 그 때문에 나의 고민을 듣고 흔쾌하게 도움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지금은 친한 사이지만 당시는 교류가 크지 않은 사람임에도 그때 도움 준 것은 너무 감사했다. 어쩌면 그도 내가 뜬금없지만 진심 어린 생각을 전했던 것이 좋았던 게 아닐까?


이렇듯 사람들에게 다양한 호의를 베풀다 보면 그것이 눈덩이처럼 커져서 거대한 하나로 돌아온다. 또한 생각보다 호의를 베푸는 것이 누군가는 호구 잡힌다는 소리를 할 수 있지만, 호구면 어떤가? 문제 생기지 않고 모두와 좋게 좋게 지나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쉬운 장사라 생각한다. 특히 그 호의가 돌아온다면 분명 남는 장사라고 확신한다.


만약 여러분들이 명분과 실리 때문에 누군가를 돕지 않고 있다면 그냥 한 번 도움을 줘보자. 어차피 받아먹기만 할 놈은 받아만 먹는다. 돌려주는 사람이 하나라도 등장한다면 결코 손해 보는 장사가 아니기도 하다. 물론 이득 보자고 돕자는 건 아니다. 선의는 선의로 돌아온다는 말이니 망설이고 있는 당신이라면 지금 가서 누군가에게 호의를 베풀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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