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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벋으훈 Sep 05. 2020

보도할 것인가, 말 것인가 (2)

2020년 한국, 종교와 엮인 극우 관련 보도 중심으로

이전▶ 보도할 것인가, 말 것인가 (1) :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극우 관련 보도 중심으로


이어서,


2. 2020년 한국,

 “기존의 주류 매체가 신호를 증폭해준 덕에” 특정 종교인이 광화문 중심에 섰다.     


 광화문이 태극기로 덮인 게 언제부터였을까. 17년 대선 전까지만 해도 광화문은 촛불의 민심을 반영한 것이었다. 그 옆에 태극기 부대의 등장은 돈을 받은 용역이라 폄하했었다. 탄핵 여론으로 대동단결한 상황에서 그 집단은 비합리적인 소수로 치부됐다. 신기하다는 시각과 비판의 의도로 언론은 그 집단을 계속해서 퍼날랐다. 그렇게 태극기 물결은 일파만파 퍼져나갔다. 유튜브에서 생산한 말은 카카오톡으로 넘어왔고 광화문이란 장소를 점령하며 집결했다. 그리고 주류 매체 언론에서 이들의 언행을 '다시' '중요하게' 보도했다. 

 그들은 점점 중요하게 인식돼갔다. 이들은 정부에 맞서는 대등한 세력처럼 여겨지기 시작했다하지만 19년 2월 자유한국당 당권 경쟁에서 김진태 후보의 득표에서 태극기 부대로 대표되는 극우의 힘이 과대표된 것이 드러났다. 모든 운동이 그렇듯 급진적일수록 목소리는 더 크고 행동은 과격했다. (일부 인권 운동에서도 전략적으로 과격함을 사용할 때도 있다.) 그 행동을 언론이 자주 노출해준 덕분에 그들의 세력은 실제보다 중요히 여겨졌고 영향력은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미 대중도 그들에게 관심이 있었기에 해당 세력의 의아한 행동을 다룬 뉴스는 클릭받기 수월했다. (언론이 관심을 받게 해 주류로 올려야 할 사람들은 약자 아니었던가)

  그리고 2020년 8월 15일 또다시 광화문에 사람들이 모였다. 코로나 시국에서 말도 안 되는 집회였다. 더군다나 몇몇 교회에선 확진자가 나오는 중이었다. [그들은 대통령 탄핵을 외쳤다. 전광훈 씨는 이전 예배나 집회에서 결국 자신의 말만 맞아 떨어질 거라며 하나님도 까불면 혼난다는 말을 했다. 이들은 나라를 움직일 수 있다는 신념을 가지고 행동했다. 그들에겐 코로나가 여전히 문재인 폐렴이나 중국 우한 바이러스였다.] 위의 [정보]는 언론을 통해 전달된 당사자들의 목소리(“ ”)로 파악 가능했다. 언론은 이들을 실시간으로 다뤘다. 비상식적인 언행으로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대중에게 특정 교회나 종교는 '중요' 이야깃거리, 즉 의제가 됐다. 대중이 이들을 궁금해하니 또다시 언론은 그들의 행보를 보도했다. 그렇게 태극기로 시작한 극우세력은 종교와 엮여 사회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 정확히는, 차지한다고 '인식'됐다. 8월 15일 광화문에는 전국에서 최소 3만 명 이상이 모였다.


 이쯤에서 가해자 보도방식을 점검해봐야 한다. 가해자에게 서사를 부여하는 보도가 연일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N번방 가해자를 보도할 때, 가해자의 범죄보다 가해자의 학점과 대학 생활 등이 일상 속 대화에 침투했다. SBS가 최초로 조주빈의 신상공개를 하며 봉사실적까지 공개한 탓이다. 사람들이 궁금해하니 다른 언론사들도 앞다투어 그의 행적을 파헤쳤다. 하지만 대중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피해자의 신상이나 가해자의 서사가 궁금하지 않다’는 말은 일종의 밈처럼 SNS에 퍼졌다. 

 물론 (구상권을 청구받긴 했지만) 극우 세력이 그 자체로 가해자는 아니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돼야 한다. 그러나 그들은 ‘유튜브’라는 마이크를 쥐고 있다. 단체 행동을 주도할 지도부와 지위 체계도 갖췄다. 그리고 중요한 건, 그 마이크를 통해 나오는 주장이 현재 사회에 해악을 끼치고 있다. 그들이 일구어내는 서사를 옮겨 보도하는 것이 필요가 있을지, 해악을 감소시키는 데 기여하는지 의문이다.

 대상이 실재하는 크기보다 사회에서 더 크고 진지하게 받아들여지는 환경이 조성됐다. 너무나 적극적으로 나서 몰라도 될 내용(이를테면 극우 유튜버들의 방송)까지 공개하며 비판한 탓이다. 현재까지도 전광훈 씨 관련 보도는 뉴스에서 핵심 사안으로 다뤄진다. <PD수첩>, <궁금한 이야기Y> 등과 같은 시사프로그램에서도 ‘그’를 특집으로 취재했다. 그와 그가 담임 목사로 있는 교회를 코로나의 온상으로 지목돼 보도의 열기는 더 뜨거워졌다. 진보 매체는 극우 유튜버를 엮어 비판에 가세했다. 원인 분석의 타당성과 무관하게 해당 집단을 보도하는 전반적 방식을 재고해봐야 한다.  아래의 질문을 던지며 궁극적으로 전광훈 씨 관련 내용을 이렇게까지 보도할 가치가 있는지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 그들의 말을 빈번하게 노출해서 문제가 지금 해결되는 상황인가?
● 그들은 목소리를 확장할 마이크가 없는 약자인가?
● 그들을 주류 매체에서 등장시킴으로써 그들의 입장이 현재 과대표되고 있는 것은 아닌가?
● 그들의 관점은 사회 발전을 위해 진지하게 논의해볼 정도로 유의미한가?
● 누군가의 신격화를 기정 사실화 보도하며 그 신격화를 증폭시키고 있는 셈은 아닌가?
● 유사 언론과 다른 언론의 역할은 보도 과정에서 달라야 하지 않을까?           



마치며


 물론 보도를 아예 안 하는 것이 해결책은 아니다.  보도를 안 하면 더 큰 위험을 초래할 수 있고 사실상 문제가 해결될 가능성도 사라진다. 유튜브 플랫폼에서 유통되는 가짜 뉴스가 기정 사실화될지도 모른다. 주류 언론이 이를 일부러 은폐한다는 음모론으로 신뢰가 떨어질 수도 있다. 다만 자주 보도할지라도 주안점을 바꿔야 한다. 당사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내보내는 것보다 그들에 대한 분석을 통해 관점을 제공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한다. ‘보도할 것인가 말 것인가’, 즉 ‘증폭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언론이 끊임없이 고민해야 할 과제 중 하나다. 


  “기존의 주류 매체가 신호를 증폭해준 덕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전국, 아니 전세계의 수용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었다.” 이 말은 앞서 인용한 책에서 2016년 미국 대선을 분석하는 맥락에서 쓰였지만 2020년 한국에 그대로 적용해볼 수 있다. 주류 매체라 불리는 몇 개의 방송국과 신문사들의 영향력은 약해졌다. 하지만 여전히 언론은 우리 의식 속 ‘존재’에 영향을 미치는 ‘지각’을 제공한다. 적은 해악을 크게 키우고 있는 건 아닌지 되돌아봤으면 한다.



* 증폭이나 재생산을 조금이나마 막기 위해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았다. 같은 이유로 직접 인용이나 구체적 지명 또한 최대한 피하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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