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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프리카 May 26. 2021

하늘을 높이날으는집

  건에 붙은 감정은 오랫동안 떨어지지 않는다. 넘길 수 없는 아내의 모험 책 페이지가 그렇고 두 사람의 추억이 잔뜩 담긴 집이 그렇다. 우체통과 소파, 액자 모든 것들은 세상과 멀어지는 대신 칼이 지킨 엘리의 흔적들이다. 엘리의 죽음 이후 외롭고 고된 그의 인생 속에서 유일한 목표는 필사적으로 집을 지키는 것뿐이었다. 그래서 구름 속으로 사라지는 집을 바라보며 칼이 "그냥 집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장면은 유독 인상 깊었다. 집을 지키기 위해 선택했던 여행이 영영 집을 잃게 되는 결말을 만들었기 때문도 있었지만, 새로운 여행을 시작하는 칼의 태도가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당장 살아갈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백발의 노인에게 새로운 여행이란 어떤 의미일까? 작품을 보기 전에는 굳이 노인이라는 가정을 덧붙일 필요도 없이 여행, 즉 일상적이고 안정적인 삶에서 벗어나는 것은 언제 죽을지 모르는 노인에게 공포 그 자체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작품을 보면서 지팡이에 의지해야 하는 몸뚱이도 어디로든 훌쩍 떠날 수 있다는 사실과 정말 중요한 것은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살아온 횟수, 남은 날은 모두 다르며 노력으로 바꿀 수 없지만, 시작하기도 전에 불가능을 단정 짓는 것은 무척 안타까운 일이다.

 

  칼의 선택에는 언제나 엘리가 존재했다. 풍선을 타고 여행을 시작한 것도 줄곧 두 사람의 꿈이었던 파라다이스 폭포를 보기 위해서였고 러셀, 더그와의 두 번째 여행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엘리의 모험 책이 있었다. 무뚝뚝하고 까칠하며 다른 사람과 어울리지 못했던 칼의 내면 변화, 성장은 무엇보다도 중요한 여행이다. 누군가와 세상을 공유하며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가치 있고 아름다운 지 칼과 엘리를 통해 알게 되었다. 두 사람의 서사는 웬만한 로맨스 영화보다도 낭만적으로 느껴졌다.


  어린 시절에는 누구나 한번쯤 풍선을 타고 하늘을 나는 상상을 했을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는 가능하지 않지만, 여전히 풍선을 탄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다. 풍선을 타고 내려다본 세상과 그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상상하면 세상은 넓고 인간은 너무나도 작다. 작은 인간에게 주어진 인생은 짧다. 남은 인생은 칼처럼 도전 앞에서 거침없이 나아가며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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