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루 사이다 Sep 14. 2022

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팬더마우스 입양

우리 집에 동물을 키우기 시작했다.

이건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다.

동물이라면 치를 떠는 내가 스스로 동물을 집에 들이다니.

일단 동물의 털이나 침, 오줌, 똥이 싫고

만지는 것이 무섭다.

어쩌면 동물이 싫다기보다는 두렵다는 것이 맞을 것이다.

한 번도 강아지를 쓰다듬어본 적이 없다.

그런 내가 집에 동물을 들였다.

아이 앞에 장사 없다고 동물을 싫어하는 나와는 달리 동물이라는 사죽을 못쓰는 제 아빠를 닮았는지

우리 집 두 녀석들은 동물을 너무 좋아한다.

특히 둘째는 꿈이 사육사이다.

몇 년간 강아지, 고양이 키우고 싶어서 졸랐지만 나는 자신이 없었고, 단호하게 거절했었다.

우리 둘째가 엄마는 사육사가 되고 싶은 내 꿈을 짓밟는거냐며 울먹이며 호소하던 어느 날.

드디어 우리는 타협을 봤다.

아직 동물을 무서워하는 엄마는 도저히 강아지나 고양이 같이 밖에 풀어놓고 키우는 동물을 안되고

케이지 안에서 키우는 작은 동물을 허락하겠다고 했다.

단 먹이를 주거나 케이지를 청소하는 등 모든 일은 아이들 스스로 할 것. 엄마는 아무 도움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아이들을 뛸 듯이 기뻐했고,

오랜 고민 끝에 팬더마우스를 키우기로 했다.

햄스터보다 작은 쥐 종류인데 팬더처럼 얼룩무늬가 있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따로 목욕을 시킬 필요도 없고 비교적 키우기 어렵지 않을 듯해서 결정하게 됐다.

지금 팬더마우스가 우리 집에 들어온 지 3일째이다.

아이들은 팬더 마우스 2마리에게 쿠키와 크림이라고 이름 지어주었다.

조금 더 얼룩무늬가 많은 아이가 쿠키, 조금 더 하얀 아이가 크림이다.

녀석들이 들어오고 나서 우리 집 공기가 바뀌었다.

저녁 먹고 쉬는 시간이면 나만 혼자 거실에 나와있고

아이들 둘과 남편까지 애들 방에서 팬더마우스를 보고 있다. 어제는 2시간을 족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긍정적인 점은 전자기기를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보통 할 일을 마치고 저녁시간이면 유튜브나 좋아하는 영상물을 보고 싶어 허락을 받는 일이 비일비재한데

녀석이 들어오고 나서 아직까지는 한 번도 그런 적이 없다.

물론 언제까지 갈지는 모를 일이지만 긍정적인 변화임은 틀림이 없다.

아이들이 너무 좋아하니 나도 좋기는 하다.

정말 내 손이 하나도 안 가도 되고 아이들 스스로 돌본다.

가끔 모두 집을 나간 오전 시간 한 번씩 애들 방에 들어가 팬더마우스를 지켜보면 쪼끄만게 귀엽기는 하다.

아이들은 아직도 집에 팬더마우스를 키우는 게 사실인지 믿어지지가 않는다고 너무 행복해한다.

이렇게 좋아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진작에 키우게 해 줄걸 그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1~3년 정도밖에 못 사는 아이들이라 벌써 걱정이 되기는 한다.

만남이 있으면 헤어짐이 있기 마련인데 아이들이 잘 겪어낼 수 있을지

한없이 좋아만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도 엄마는 걱정되는 마음을 벗을 수가 없다.

동물을 키우는 것이 아이들 정서에 좋다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이 조그만 녀석을 돌봐주는 모습을 보면서 엄마는 그 뒷모습이 사랑스럽다.

너희들을 쿠키와 크림이 때문에 행복하고 엄마는 행복해하는 너희들 때문에 행복하단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