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째 딸아이가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왔다.
오늘은 학기를 마무리하며 학교에서 롤링페이퍼를 썼다고 한다.
내게 친구들이 써준 롤링페어퍼를 보여주며 자랑을 했다.
우리 딸의 학교 생활은 어떨까 차근차근 읽어보았다.
롤링페이퍼 대부분의 내용은 우리 딸이 영어랑 바이올린을 잘한다는 칭찬이었다.
난독증 진단을 받은 둘째와 첫째 아이를 똑같이 키웠는데 자라면서 그 모습은 왜 이렇게 서로 다른지 모르겠다.
첫째 아이는 7살 때부터 바이올린을 배웠고, 최근까지 전공을 할지 취미로 할지 고민하다가 취미로 즐기면서 하기로 했다.
내가 봐도 딸아이는 음악성이 있다. 남들보다 금방 곡을 익히고 빠른 테크닉표현도 잘한다. 또 그만큼 예민함이 있는 아이다.
영어는 둘째와 같이 어릴 적부터 노출했었고 그 덕분에 큰 어려움 없이 듣고 말하는 수준까지 올라섰고, 첫째 아이는 작년부터 영어로 소설을 쓰기도 한다.
만약 첫째 아이가 둘째처럼 난독증 증상이 있었다면 스스로 자책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혹시 나의 잘못 때문에 둘째가 난독증이 발현된 것은 아닌지.
책은 많이 읽어주었지만, 혹 이른 나이에 영어 노출 때문은 아닌지
엄마로서 사실이 아니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이 나를 사로잡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첫째는 책 읽는 것도 좋아하고, 꿈이 작가이니 글 쓰는 것도 좋아한다.
그리고 난독증 아이들은 리듬이나 박자감을 익히는 것을 어려워하는데 첫째 아이는 음악성도 있다.
그래서 혹 내 잘못 때문은 아니겠지 하는 마음이 줄어든다. 이것도 하나님의 위로하심이 아닌가 싶다.
겨울방학을 하기 전 둘째 아이도 롤링페이퍼를 가지고 왔었다.
둘째 아이는 친구들이 지우개를 빌려줬던 것 고마워, 급식 맛있는 것 나왔을 때 나눠줘서 고마워 등의 내용이 많았다.
한집의 두 아이지만 참 다른 면이 많다.
우리 둘째는 까불거리는 장난꾸러기 남자아이지만 마음이 여리다.
내가 하나 가지고 있어서 기쁘기는 하지만 못 가진 친구가 속상해하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불편한 아이다.
그래서 내가 가지고 있는 하나에 하나를 더해 나눠주는 아이다.
나는 둘째 아이의 예쁜 마음이 좋다. 어찌 보면 손해 본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기꺼이 손해 보는 아이의 선한 마음이 좋다.
집에서 부모에게도 그런 심성이 나타난다.
혹시 엄마의 기분이 안 좋아 보이면 밝게 웃으며 엄마를 위로하고 사랑한다는 말을 서슴지 않는 사랑스러운 아이다.
첫째는 욕심이 많아, 성취욕도 많고 뭐든 한번 시작한 일에 최선을 다하는 딸이다.
그런 딸을 보면서 엄마인 나도 배우는 것이 많다.
둘째는 사랑이 많은 아이다.
나는 두 아이의 부모라 행복하다.
서로 다른 두 아이 때문에 누리는 행복이 날마다 크다.
정말 육아를 하면서 많이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내 삶의 엄마라는 역할을 감당할 수 있어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