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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유 컴패니언 Dec 05. 2022

회사는 회사! 상처받지 않으려면 동일시에서 벗어나라

 

불행의 주요 원인은 결코 상황이 아니라 그 상황에 대한 당신의 생각이다. 자신이 하고 있는 생각을 알아차려야 한다. 생각을 상황으로부터 분리시켜야 한다. 자신 안에 불행이 있다면, 먼저 그 불행이 거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에크하르트 톨레Eckhart Tolle-     


50대! 후회보다는 반성적(反省的) 통찰과 성장을 학습할 시기다! 우리에게 지나간 삶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영화<어바웃 타임>이나 <나비효과>에서는 이런 우리의 바람을 대리만족시켜준다. 주인공은 시간을 되돌려 과거를 현재의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고쳐나갈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지만 주인공이 자신의 고치고 싶은 과거를 고칠수록 하지만 전혀 다른 데서 문제가 발생한다는 설정이다.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는 것은 현실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우리는 시간이 흐른 뒤에 ‘왜 그렇게 어리석은 짓을 했을까?’ ‘그렇게 중요하지도 않은데도 죽기 살기로 매달렸을까?’하고 후회하고 자책한다.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 알았더라면 스트레스 덜 받고, 더 많이 성취할 수 있었을 거라며 아쉬워한다.   

   

공자는 나이 50을 지천명(知天命)이라고 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알게 되는 나이, 즉 세상의 일을 자기만의 주관적 관점에서 보던 것을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관점으로 볼 수 있는 나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막상 쉰 살이 넘어가면 ‘세상 물정을 모르고 살았구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자주 있다.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티끌만 한 ‘창백한 푸른 점’으로 보인다. 멀리서 보면 한 줌도 안 되는 지구 행성을 좁히고 좁혀서 바라보면 자신의 일터가 보인다. 그 일터도 지구 전체에서 바라보면 티끌보다 더 작아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 그 안에서 이전투구(泥田鬪狗)가 벌어지곤 한다. 직장에 다니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주어진 일을 성실하게만 하면 되는 줄 안다.     

 

회사는 좀 더 객관적으로 보면, 자본주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사람들이 모여 생존 경쟁하는 시스템이다. 자신들의 욕구를 좀 더 많이 채우려고 생존 경쟁을 벌이는 전쟁터이다. 자신들도 모르게 회사를 자기의 분신으로 착각하며 오직 회사를 위한 일에 모든 열정을 쏟는다. 인정을 받고 보상으로 승진과 상여금을 받으면서 점점 회사인이 되어 간다. 50 이전에는 그런대로 돌아간다. 그런데 50이 되면 회사생활을 열정적으로 하던 이런 환상은 파도처럼 부서지는 날이 올 때가 있다. ‘회사가 왜 그래?’ ‘이래도 되는 거야?’라며 당혹감과 배신감, 분노를 경험한다. 회사와 나를 동일시하는 착각에 빠져 ‘회사가 나를 버렸다, 배신했다’고 생각한다.   

   

“회사안의 분위기가 갑자기 먹구름이 몰려온 듯 스산한 느낌이 돈다. 어제까지 선배, 동료, 후배로 보이던 사람들의 눈빛이 달라져 보인다. 사회 전체적으로 구조조정의 바람이 불고 있었다. 회사 분위기는 살벌하다. 오직 이번 기회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이 있는 것 같다. ‘이번에 누구는 잘린다.’, ‘누구는 나가라고 통보받았다더라’, ‘○○○는 실세인 ○○○에게 무릎을 꿇고 충성맹세를 하고 살생부에서 빠졌다’라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가슴을 졸이면서도 그런 소문을 믿지 않았다. ‘이제까지 회사 동료로 지내왔는데, 설마 그 사람들이 그러겠어?.’라며 그들의 선한 인격을 믿었다. 결과는 소문대로 나타났다. 쫓겨나야 할 이유도 모른 채 간부 직원들이 강제로 퇴출당했다. 그 일로 충격을 받아 돌아가신 선배도 있다. 나도 그들이 쏜 화살에 상처를 입은 사람이다.” 내게 심리 상담을 받던 50대 직장인의 과거 기억 회상의 한 장면이다.    

 

필자인 나도 40대 후반에 직장에서 그런 분위기와 마주친 적이 있다. 그 당시에 좌천당했다는 부당함에 대한 분노의 감정과 복수하고야 말겠다는 원한의 감정에 젖어 있었다. 갑자기 회사에서 내쳐져 혼자가 되었다는 두려움과 절망감과 무력감, 외로움을 느꼈다. 아무리 애써도 책임질 위험성이 높은 일을 해야 한다는 스트레스도 받았다. 살아남기 위해 일을 완벽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강박적인 생각에 빠졌다. 갈수록 몸과 마음은 더 지쳐갔다. 회사를 위해 성실하게 일을 하면 회사가 지켜줄 것이라는 순수한 유아적 동일시의 환상에 여전히 젖어 있었다. 아무도 내게 관심과 도움을 줄 사람이 없다는 외톨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출구가 어딘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깜깜한 굴속에 들어온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곤경에 처하거나 충격적인 일을 맞닥뜨릴 수 있다. 이때 대부분은 본능적으로 움츠렸다가 곧바로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패턴을 보인다. 전체적인 관점에서 보지 못하고 눈앞의 문제에만 매달리는 것이다. 심리학에서 ‘터널시야(tunnel vision)’라는 용어가 있다. 1965년 영국의 심리학자이자 인지과학자인 Mackworth에 의해 이름 붙여졌다. 터널시야는 인간의 자연스러운 반응 경향이라고 한다. 차를 몰고 터널을 들어가면 터널 바깥은 보이지 않고 터널 안의 불빛만 보인다. 이때 시야가 극도로 좁아져 아주 작은 일부분만 볼 수 있는 상태가 된다. 사람은 어떤 일에 빠져 있을 때 주위에 무엇이 있는지 잘 알아차리지 못한다. 주의가 한 곳에만 집중되기 때문이다.      


50대는 일터에서도 불안한 위치에 놓인다. 열심히 일한 당신에게 회사는 가혹하리만치 냉정하다. 명예퇴직, 권고사직, 보직 미 부여 등 망신 주기로 자발적으로 회사 밖으로 내몰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 맞닥뜨릴 때 터널 비전에 빠지기 쉽다. 50에 터널 비전에 빠지면 위험하다. 혼자 외롭게 고군분투하는 외골수가 되어간다. 자신을 희생자로 여기며 가해자에 대한 복수를 다짐하지만, 자신의 몸과 마음만 상할 뿐이다. 평소에 성실하고 판단력이 좋고 영리한 사람인데도 막상 자신이 이런 상황에 빠지면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기도 한다. 눈에 핏발을 세우고 살기가 느껴지는 말투와 적대감을 드러낸다. 가장 가까이 있는 가족들을 불안하게 한다. 인생의 후반부를 시작하는 시기에 이런 터널 비전에 빠지지 않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50에는 삶을 안정적으로 지탱할 노후 자금이나 보험 등에 더 관심을 기울인다. 전문가를 찾아 도움을 받기도 한다. 50 이후의 삶의 과정에 맞닥뜨릴 수 있는 스트레스에 대해 현명하게 대처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자산 관리만큼의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내가 심리 상담 과정에서 만나는 50대는 뒤늦게 후회한다. 조금이라도 더 일찍 터널 비전에 빠지지 않을 방법을 알았더라면 몸과 마음을 이렇게 혹사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자신에게 다가온 유익한 기회도 잡을 수 있었었을 것이라고. 그들은 상담을 통해 상처로 얼룩진 미해결과제를 풀어내면서 세상을 보는 관점이 바뀐다. 나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고서야 벗어났던 터널 비전의 경험을 그들과 공유하면서, 오늘도 인생 후반전을 시작하는 50대의 동행자로 함께 하고 싶다.  

    

(Tip! 터널 비전에 빠지지 않는 방법)

조망 수용(Perspective Taking)이라는 조작적 용어가 있다. 미국의 교육심리학자 로버트 셀만(Robert Selman)에 의해 연구된 관점 전환 능력을 설명하는 말이다. 자신의 관점을 객관화면서 타인의 관점도 동시에 고려할 수 있는 능력이다. 터널 속의 좁은 관점에서 벗어나 우주 공간에서 지구를 보듯이 전체적인 관점으로 상황을 볼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내가 당면한 문제에서 공간적·시간적 거리를 두는 방법이 있다. 여행을 떠나거나 휴가를 내고 기분 환기를 시켜 보면 상황을 좀 더 객관적으로 보는 여유 공간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의 쓰나미가 몰려온다고 느낄 때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간이 명약’이라는 옛 선인들의 지혜를 믿어보는 방법도 있다.  

    

선배나 친구들에게 여러 가지 의견을 들어봄으로써 자신의 주관적 관점을 좀 더 객관적 관점으로 볼 수도 있다. 명상, 마음챙김(mindfulness) 수행을 통해 자기 자신의 내적 경험을 객관적 관점으로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다. 스트레스 상황을 인지하고 자신의 내면 경험을 담담하게 심리적 거리를 두고 탐색하는 방법이다. 이런 방법을 배워서 터널 비전에 빠지지 않고 좀 더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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