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보다는 무료함을 자주 느낀다. 외롭지는 않지만 대화를 나눌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상대방의 이야기는 듣고 싶지 않지만 내 이야기는 하고 싶다. 너무 이기적인 생각이라 웃겼지만 나다운 생각이다. 사람은 혼자면 외롭고 둘이면 괴롭다고 한다. 그런데 둘이여도 외롭고 덤으로 괴로운 게 맞는 것 같다. 둘이면 잠깐 찾아오는 외로움이 내 것이 아닌 것처럼 느껴져 괴롭다. 그럼에도 우리는 왜 둘이길 택할까? 혼자는 너무 외로워서? 아니면 심심해서? 그렇다면 나는 둘일 때 행복한 사람이 맞을까?
2.
'센스가 없다'는 말을 하지 않기로 했다. 기대하고 열어본 선물에 실망했을 때나, 무심한 말에 상처받았을 때에 난 '센스가 없다'라고 했다. 나는 소소한 물건을 선물하는 걸 좋아하고거창한 선물을 하는 건 더 좋아한다. 그 사람에게 딱 맞는 선물을 골랐을 때의 희열을 즐긴다.받으려고 주는 건 아니라지만 뭐든 일방적인 관계는 지치기 마련이다. 받는 사람도 주는 사람도. 모두가 나와 같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자꾸 기대하고 실망하곤 한다.
어쩌면 난 상대의 무심함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 센스가 없다는 말로 포장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상대방의 마음이 나와 같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다. 센스가 문제라면 나아질 수 있겠지만 애정의 문제라면 갈구하고 싶지 않다. 센스가 아닌 애정, 애정이 담기지 않은 말과 행동에 지쳤다. 생각에매듭을 짓고 나니 마음이 편해졌다. 서로 더 노력하지 않는 관계가 어쩌면 가장 편할지도 모르겠다.
3.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 게 꿈이다. 가정이라 함은 남편과 나 그리고 아이 한 명정도? 딩크를 생각해 본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점점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내 알고리즘은 한동안 딩크로 점령당했다. 시나리오에서 아이가 빠지니 결혼에도 노후계획에도 여유가 생겼다. 지금으로서는 그냥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서로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여유롭게 살고 싶다. 그러려면 셋 일 때보다 더 끈끈한 서로 간의 사랑과 의리가 필요할 것 같다.
4.
단순하게 살고 싶다. 3월 한 달간 온갖 걱정으로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쓸데없는 걱정임을 알면서도, 걱정해서 달라질 게 없는 걸 알면서도 계속 걱정이 밀려온다. 불안의 원인이 불확실한 미래라길래 확실한 신년목표를 세웠다. 늘 불안해하고 스스로를 채찍질한 덕분에 발전할 수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남은 한 해는 맘 편히 보내고 싶다.
5.
신년 목표 중 하나는 '나'에 대해 탐구하기다. 나는 내가 제일 모른다. 정말 간단한 내 성격의 장단점을 묻는 질문에도 명쾌하게 답 할 수 없다. 삶의 방향성을 정하기 위해서는 내가 어디에 서있는지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떤 속도로 어떻게 달릴 수 있는 사람인지를 알아야 한다. 그래서 올해 5개의 질문을 정하고 답을 찾아나가 보려고 한다. 유의미한 질문을 찾고 싶어 이것저것 뒤적여보고 있지만 그럴싸한 질문 말고 정말 오래 곱씹어볼 만한 것을 아직 찾지 못했다. 아마 상반기는 질문을 찾는 데에 쓸 것 같다.
6.
난 어떤 사람을 좋아할까? 성공지향적인 사람, 다정한 사람, 눈치가 빠른 사람 등 떠오르는 말들은 많지만 한 사람에게 중복될 수 없는 특징들을 배제하고 내가 정말 어떤 사람을 좋아하는지 궁금해졌다. 직장동료, 친구, 연인 등 카테고리별로도 달라질 것 같다. 예전에는 성공지향적이고 승부욕이 강한 전형적인 사업가 스타일에 끌린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다정하고 안정적이고 감정을 잘 읽는 사람에게 끌린다. 연말의 난 또 어떤 사람에게 끌릴지, 또 5년 뒤의 난 어떤 사람에게 끌릴지 궁금하다.
7.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2년간 기획 업무를 하면서 천직을 찾았다고 생각했다. 행사 기획, 콘텐츠 기획, 캠페인 기획 등 구상부터 보고서 작성, 보고까지 모든 단계에 있어 머리를 쥐어뜯었지만 눈은 반짝이며 일할 수 있었다. 그러다 회사 블로그 운영안을 작성하며 브랜딩과 마케팅에 대해 찾아보며 내가 얼마나 좁은 관점에서 기획이라는 업무를 바라보고 있는지 알게 됐다. 최근에 읽은 책은 '컨셉 수업'. 훌륭한 기업들이 멋진 브랜드가 되기 위해 어떤 전략을 가지고 접근했는지 사례로 보니 이해가 쉬웠다. 우리 업계(B2B 제조업)에서는 너무 낯선 용어지만 그래서 더 궁금하다.
1분기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힘들었다. 아주 아주 아주 힘들었다. 하지만 여느 때처럼 괜찮아졌다. 얼마가지 않아 지금처럼 또 힘든 날들이 찾아오겠지만 그때도 또 괜찮아질 테니 괜찮다. 일곱단락을 쓰는데 한 시간 반정도가 걸렸다. 읽는 데에는 2분이 조금 안 걸린다. 괜찮은 글을 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