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녀의 삶이 담긴 연극과 식사를 한곳에서 즐기다
제주에서 나고 자란 해녀의부엌 김하원 대표는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과 출신으로 배우의 삶을 꿈꾸고 있었습니다. 미국으로의 유학을 준비하던 중 잠시 고향에 들렀다가 문득 창업을 결심하게 되었는데요. 과연 김하원 대표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녀가 창업한 해녀의부엌은 어떤 곳인지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대대로 해녀 집안에서 자란 김하원 대표는 방학 때 제주에 내려왔다가 집안 어르신들께 제주 해산물 가격이 급락해 어려움이 많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습니다. 당시 제주의 대표적 수산물인 뿔소라가 1kg에 2,700원 정도였는데, 이것이 20년 전과 같은 가격이라는 데에 충격을 받고 이 문제를 개선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해녀의 삶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봐왔던 김하원 대표에게는 이 문제가 단순히 수산물 가격의 문제가 아닌, 고향 마을과 제주 여성의 삶에 대한 아픔으로 다가왔다고 합니다.
그러한 경험은 어떻게 하면 제주 해녀라는 문화를 잘 알릴 수 있을지, 제주 해산물이 더 높은 가치를 가질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러던 중 김하원 대표는 연기라는 자신의 전공을 떠올리게 되었고, 실제 해녀들과 함께 연극을 만들며 제주 해산물을 판매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고령의 해녀들이 연극을 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달갑게 받아들일 리 없었습니다. 김하원 대표는 백 번의 말보다 한 번이라도 공연을 보여주는 게 낫다고 생각했고, 하루만 공간을 빌려달라고 사정해 마을 분들을 모아 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부끄럽게만 생각했던 자신들의 삶을 영웅적으로 묘사한 연극을 보고 해녀 어르신들은 감동을 받고 눈물을 흘렸습니다. 덕분에 해녀들의 마음이 움직이게 되었고, 이로써 해녀의부엌이 만들어질 수 있었습니다.
김하원 대표는 자신의 고향마을인 종달리에서 인적 드문 창고를 리모델링해 공연장과 함께 다이닝 레스토랑을 만들었습니다. 외양은 창고 같은 본래의 모습을 유지했지만 문을 열고 들어가면 여느 레스토랑 못지않은 깔끔한 실내가 펼쳐지도록 구성했습니다. 그리고 공연을 위한 최신 음향, 조명 장비와 더불어 레스토랑 곳곳에 실제 해녀들이 사용한 소품들을 배치해 현재와 과거가 뒤섞인 독특한 공간을 연출했습니다. 이렇게 마련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공연은 단순히 식사만을 위한 시간이 아닌, 손님들에게 다채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의미 있는 시간으로 다가갔습니다. 점심과 저녁 두 차례에 걸쳐 진행되는 100% 예약제인 공연 관람은 식사 이상의 색다른 체험을 안겨주었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손님들은 해녀와 소통하는 시간을 가지며, 식재료를 직접 공급한 해녀들의 안내에 따라 식사에 관한 스토리도 전해 들을 수 있습니다.
해녀의부엌 다이닝 메뉴는 제주 해녀들이 평소 채취하는 해산물을 중심으로 차려집니다. 손님들은 59000원의 비용만 지불하면 ‘해녀 이야기’ 공연과 토크쇼, 뷔페형 식사를 모두 즐길 수 있으며, 올해 3월부터는 ‘부엌 이야기’라는 새로운 공연이 추가되어 해당 공연과 1인 한상차림 식사를 49,000원에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식사와 공연의 패키지 구성은 곧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런 구성은 보통 특급호텔 등에서 고가로 제공되던 극장식 레스토랑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해녀의 부엌은 제주만의 콘텐츠를 해녀 이야기로 구성해 고객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것입니다. 이를 통해 해녀의부엌은 큰 인기를 얻었고, 하루 평균 80명의 고객들이 꾸준히 자리를 채우고 있습니다.
해녀들의 노력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만큼 해녀의부엌은 제주에 특화된 해산물이 하나의 브랜드로서 자리 잡아갈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우선 해녀의부엌은 ‘뿔소라를 세계인의 식탁으로’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해녀들의 경제적 자립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해산물을 통조림으로 상품화하는 제조 공정을 구축하고, 제주 해산물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각종 체험 활동과 해산물 레시피 개발을 더욱더 활발히 해나가겠다는 포부입니다. 그러한 성과 중 하나로 뿔소라 kg당 5000원의 최저가 보장제도가 만들어지기도 했습니다. 이는 해녀의부엌뿐만 아니라, 이들의 노력을 지켜본 제주도의 관심도 한 몫하였습니다. 제주도를 가치를 드높이려는 이들의 노력은 결국 빛을 받아 지역가치 창업 최우수 스타트업, 청년벤처기업인상, 우수음식관광 공모전 등에서 수상자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해녀의부엌이 가지는 가장 큰 경쟁력은 무엇일까요? 다양한 점들이 논의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 판매하는 제품에 생산자의 실제 이야기가 담겼다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 내가 먹는 식재료 하나하나마다 해녀들의 삶의 이야기가 녹아있고, 이들의 이야기를 공연을 통해 들으면서 체험하는 식사 시간은 분명 고객들로 하여금 생산자와 직접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에 더해 해녀의부엌이 가진 특화된 점을 꼽자면, 생산자 중심의 수익 구조 개선을 들 수 있겠습니다. 해녀의부엌은 어촌계, 수협, 제주도와의 직접 협약을 통해 원물을 기존 구입 경로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구입, 최종적으로 생산자가 최대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지속해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프라인에서는 극장식 레스토랑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온라인으로도 소비자들이 다양한 제주 해녀 특산물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이로써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원물 그대로 구입하기도 하고, 뿔소라장, 해녀만능장, 톳 흑임자죽과 같이 다양한 제주 해산가공 식품을 즐길 수 있으니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일거양득인 셈입니다.
해녀의부엌에는 김하원 대표를 비롯한 청년 7명과 해녀 7명이 일하고 있습니다. 해녀들은 50살부터 89살까지 다양하며 연극에 출연하기도 하지만 해녀의 본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청년층과 장년층이 조화를 이루는 사업 모델에 대해서 일전에도 몇 차례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해녀의부엌 또한 세대를 뛰어넘어 제주 해녀와 제주 해산물을 알리고, 나아가 제주를 대표하는 푸드 플랫폼 기업이 되고자 하는 포부를 가지고 있습니다. 현재 제주공항 부근에 제품 판매를 위한 2호점 오픈을 준비하고 있으며, 1년 후에는 해녀의부엌을 뉴욕에 런칭하려는 계획도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해녀의부엌은 제주 종달리 해녀들의 노동의 가치를 높이기 위해 해산물을 시가보다 20% 이상 비싼 가격에 매입하고, 부득이하게 제주의 다른 지역에서 해산물을 구매할 때에도 입찰가에서 30% 이상 웃돈을 주고 구매하는 방침도 꾸준히 유지해 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점차 해녀의부엌에 직접 들러 상품을 구매하고 싶어 하는 고객들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주변의 상권이 활성화되는 등 뜻하지 않은 효과도 생겼습니다. 이러한 노력 끝에 해녀의부엌은 이미 제주 종달리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고 제주를 대표하는 기업이 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라고 합니다. 과연 이들의 혁신 노력은 어디까지 계속될 수 있을까요? 뉴욕 런칭을 시작으로 글로벌 비상을 꿈꾸고 있는 해녀의부엌이 제주도의 바람을 타고 더 높이 날 수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지금까지 독특한 감성 식사 체험으로 생산자와 소비자를 건강하게 이어주고 있는 해녀의부엌이었습니다.
Where? 제주, 구좌읍
When? 2019년
What? 제주 해녀를 테마로 한 감성 다이닝
Who? 김하원
Why? 제주 해산물의 가치를 높이고 해녀 문화를 보존하기 위해
How? 해녀 관련 연극을 공연하는 극장형 레스토랑과 온라인 스토어 운영
‘e커머스로 돌아온 현대판 극장식당’ 해녀의 부엌, 스타인테크, 2021/6/25
고향을 사랑한 한 아티스트의 꿈이 일궈낸 ‘해녀의 부엌’, 더팩트, 2020/11/13
바닷가 어멍과 딸들이 빚은 기적…”해녀의 부엌으로 옵서예”, 조선일보, 2020/5/8
보고 먹고 이야기하라, 아주 특별한 ‘해녀의 부엌’에서, 중앙일보, 2020/12/17
아흔살 해녀 할머니 이야기는 맛나고 재미났다, 무등일보, 2021/8/14
제주로 간 신한금융, 해녀 스타트업 돕는 까닭, 한국경제, 2021/8/16
해녀 삶과 해산물…연극에 요리를 더한 ‘해녀의부엌’, 한겨레, 2020/12/16
해녀의 부엌, 크래머리 브루어리 등 21개팀 ‘지역가치 창업가’ 선정, 뉴스1, 2020/12/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