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

좋아한다 vs. 사랑한다

by 하트온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이 무엇이 다른지, 어렸을 땐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잘 몰랐어요. 좋아한다는 감정은 뭔가 빨강이 좋아 초록이 좋아를 고르는 것처럼, 더 원초적인 본능처럼 쉽게 다가오는데, 사랑한다는 말은 사실 잘 알지 못하면서 썼던 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말을 써야 하는 순간마다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썼던 것 같아요. 특히 연애를 하며 서로 좋아하는 마음을 나누게 되었을 때, 상대방이 '사랑해'라는 말을 해 오면 '나도 사랑해'라고 답하지 않기 힘들어서 뱉어냈던 순간들이 많았음을 고백합니다. 서로 좋아 죽는 꽁냥한 연애 분위기를 깨기 싫어서, 이 관계가 더 의미 있는 무언가로 발전하기를 소망하며, 그것이 '사랑'이기를 바라며, 내가 알지도 못하는 단어를 뱉어냈던 것 같아요.


지금은 말할 수 있다!


그때의 내가 누군가를 좋아했던 것이었는지, 사랑했던 것이었는지 솔직하게 정확히 말을 해보고 싶어서, 좋아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의 차이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해 봅니다.




좋아한다


좋아하는 감정은 예쁘고 잘생긴 사람을 따라갑니다.
좋아하는 마음은 한눈에 반하는, 갑자기 휘몰아치는 열정입니다.
좋아하는 사람을 생각하면, 가슴 두근거리고 그 사람이 보고 싶고, 자꾸 궁금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행복합니다.
그 사람에게서 “좋아해”라는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날아갈 듯 좋아요.
좋아하는 사람과는 둘이서만 있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과 떨어져 있을 때에도 수시로 문자하고 전화하고 그 사람의 모든 시간을 나로 채우고 싶어요.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그 사람을 소유하고 통제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좋아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내 곁에 두고 싶어요.
좋아하는 사람과의 갈등은 헤어지는 원인이 되기 쉬워요.
좋아하는 사람을 포기하면, 내 인생에서 그 사람 하나를 잃는 것입니다.


저는 이것이 백화점에 들어가서 가장 예쁜 것을 고르는 마음과 무엇이 다른가, 내 맘에 쏙 드는 물건을 찾아냈을 때 흥분되는 감정과 다른 것이 무엇인가, 그러다 싫증 나면 버리고 다른 것을 새로 사야 하는 마음과 무엇이 다른가 그런 생각이 듭니다. 좋아하는 것을 가지고 싶어 하는 마음만을 추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있는데 또 사고 또 사는 양다리 세 다리가 무슨 대수일까요.


예전에 어느 학교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납니다. 자기는 연애 초기의 딱 석 달 만을 즐긴다고. 그래서 만나고 석 달만 사귀고 헤어지기를 반복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 연애방법인 것 같다고. 그게 가장 행복하게 사는 법인 것 같다고.


모든 것이 좋아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 수 있지만, 좋아하는 데서 머무르는 것, 좋아하는 감정만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백화점 진열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예쁜 20대에 언제까지나 머무를 수 있는 존재가 아닐뿐더러, 석 달 즐기고 버리고 도망가고, 새로운 것을 찾는 마음이 과연 언제까지 행복할 수 있을까요. 사람의 마음은 그 이상을 바라는 마음을 분명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데서 머무르지 않고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과연 사랑일까요?




사랑한다


사랑의 감정으로 바라보는 모든 것이 아름다워져요.
사랑하는 마음은 긴 시간 동안 천천히 형성된 깊은 따뜻한 친밀감입니다.
사랑하는 사람과 만나면, 집에 온 듯 편안하고, 내 영혼이 밝아지는 느낌입니다.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있으면 행복하게 해주고 싶습니다.
그 사람에게서 “사랑해”라는 말을 들으면 마음 깊숙한 곳까지 뜨거운 감동으로 채워집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가족과 친구들에게도 소개하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이 때로 나 아닌 다른 사람들과 필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배려하고 싶어요.
사랑하면 사랑할수록, 그 사람을 이해하고 존중하고 싶은 마음이 생깁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어떻게 해서든 내가 그 사람 곁에서 지켜주고 싶어요.
사랑하는 사람과의 갈등은 서로를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포기하면, 온 세상을 잃는 것입니다.


좋아하는 것이 나의 욕구 충족과 행복에 집중하는 감정이었다면, 사랑하는 것은 상대의 잘됨과 행복에 집중하는 감정입니다. 좋아하는 대상은 싫증 나면 쉽게 버리고 갈아탈 수 있지만, 사랑하는 대상은 내가 마음과 정성과 시간을 들여 돌보아 온 대상인만큼 갈수록 소중해질 뿐입니다. 자식, 반려견, 화초,... 무언가를 정성 들여 키워 본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사랑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것을 경험해본 적 있을 거예요. 내가 책임지고 지극정성 돌보는 존재가 나에게 '사랑'인 것입니다.


사랑하는 존재는 싫증을 낼 수 있는 존재가 아니기에 결코 버리고 갈아탈 수 없어요. 생명이 다 할 때까지 함께 가는 것이 '사랑'입니다. 내 모든 것을 다해 영원히 책임지는 것이 '사랑'입니다.


사실, 현대사회의 자본주의적 기준을 토대로 해석하면. 좋아하는 건 완전 '이득', 사랑하는 건 명백한 '손해'입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인생을 살면 살수록 내 이득보다, 사랑하는 존재의 이득에 집중할수록 더 행복해지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결론은, 그때의 저는 사랑을 몰랐고, 사랑을 할 수 있는 능력도 없었다는 것입니다. 저의 사랑을 원했던 과거의 모든 이들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또 한 편으론 그렇게 사랑하기를 바라고 연습해서 지금 이렇게 사랑하며 살아가고 있지 않나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한때 스쳐 지나간 모든 인연들이 지금은 충분히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가고 있기를 바랍니다.


주변에 사랑하는 존재가 너무 많아져서, 내 시간과 관심을 나눠달라고 아우성치는 존재가 많아져서 너무나 바빠졌지만, 그만큼 행복하다는 것은 확실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