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여행 후, 복직 2일 전 하는 회고
여행을 마친 후 4월 말 한국에 입국하니 복직까지는 2주 정도 남은 상태였다. 멕시코 여행은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이자 쉼표가 되었기에 그 시기의 여행기를 글이나 영상으로 남겨야겠다고 다짐했고, 여행 후의 마음가짐과 살아가는 태도가 훨씬 중요하다고 생각했기에 그때의 다짐을 잊지 않기 위해 하루에 한 편씩 글로 여행기를 써내려갔다.
갑자기 휴직 후 어쩌다 멕시코 여행을 하며 깨달은 점은 2가지가 있다.
첫째. 현생과 떨어진 곳에 있다 보니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싫어하는지는 알 수 없어도, 적어도 내 삶의 방향성에 대해서는 정립할 수 있었다. 나는 생각보다 나의 자유를 중시하는 사람이고, 내가 오로지 내 것을 일궈내면서 성장하는 것을 즐기는 사람이다. 회사는 사실 이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름 자유로운 회사에 들어왔지만 회사는 회사였고, 4년간 2번의 이직을 했을 정도로 맞는 회사를 찾아 떠났으나 이쯤 되면 내 본성이 회사랑 맞지 않는 것이었다.
나는 일하는 것에 가치를 두는 사람이었고, 그 간극 사이에서 주도적으로 일을 해보려다가 결국 번아웃이 와 일을 내던진 상태에서 휴직을 했기 때문에 새로운 일하는 방식이 필요했다. 원래 업무인 기획을 할 지, 학교 전공을 살릴지, 프리랜서를 할 지 사업을 할 지 등 고민은 많지만 지금은 휴직 중이기 때문에 우선 자유를 즐기고, 복직한 후 어떤 방식으로 일을 할 것인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할 예정이다.
두번째로, 인생에는 낭만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내가 원하는 게 뭔지 모르고 내가 힘든지 즐거운지 감각 자체가 마비된 느낌이었다. 현생에서 한 발짝 떨어져 지구 반대편의 멕시코에 오니 온전히 내 모든 감각이 다시 열리는 느낌이었다. 한국에서는 사회적 분위기와 나의 기질로 인해 쫓기듯이 살아왔다면, 멕시코에서는 온갖 강박관념에서 해방되어 모든 걸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타지에 아무 걱정 없이 한 달 동안 돌아다녀보니, 내가 너무 나 자신한테 엄격했다는 점을 깨달았다. 아침 7시에 일어나 8시에 운동을 가고, 10시부터 저녁 8~10시까지 일하다가 집에 돌아와서 12시에 잠드는 삶. "생각해보면 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왜 이렇게 살았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멕시코에서 여행을 하면서, 극단적으로 효율성을 추구했던 내 삶에 회의감이 많이 들었다.
인생에는 낭만이 필요하다. 효율적이지 않더라도 나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는 행동이 있다면 해야 한다. 여행과 같이 돈이 많이 드는 걸 할 필요도 없다. 퇴근 중 길을 가다가 보이는 노을에도 행복감을 느낄 정도로 마음에 여유가 있어야 하며, 점심식사를 하며 먹는 음식의 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소소한 것에서 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어야 한다. 멕시코의 기억이 환상적으로 남아있는 이유도 이런 소소한 만족감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 아닐까 생각한다.
객관적으로 볼 때 복직을 하고 내 삶의 외형은 그리 달라지지 않을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출근을 하고 일을 하다가 퇴근을 한 후 적당히 지내다가 자는 삶. 그럼에도 일상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마음가짐은 조금이나마 달라져 있을 거란 기대감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