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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법의 정원 Feb 04. 2021

그렇게 애국자가 되었다.





"어흑흑, 나 어떻게 흑흑. . .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어?"


"지금 와줘 빨리!!!"


무슨 일이냐며! 깜짝 놀란 친구는 전화를 끊자마자 나에게 달려와 줬다.

불과 일주일 전 수영을 끝내고 돌아가는 차 안에서 친구한테 농담 반 진담 반 던졌던 말이 떠올랐다.



"야, 나 일주일째 소식이 없는데, 설마 아니겠지?"

"뭐가? 그날?"

"웅, 워낙 들쑥날쑥해서 그러니깐 일주일 정도는 뭐 크게 문제 되지 않겠지?"

"너 아까 그 OO 회원 임신 얘기 신경 쓰였어?"

"어! 갑자기 혹시 나도? 이런 생각이 드는 거야, 무섭게시리 흐흐"

"절~~~대 그럴 일 없을 거고, 만약에 그런다면 난 죽고 말 거야~~생각만 해도 너~~~~~~~무 싫다!! "



그래, 별일 아닐 거야~로 치부했던 일이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의 그림자가 자꾸 나를 덮쳐오는 기분이 들었다.


여자의 직감은 무섭다. 그 어두운 그림자가 결국 나를 삼켜버렸다.


열흘이 지나도 소식이 없던 '그날' .

날짜가 좀 늦어져도 이런 묘한 불안감은 없었는데, 

심장이 32비트로 빨라지며 내 손에 든 임신 테스트기를 확인했다.


선명하게 그어진 분홍색 두 줄.

내 두 눈으로 확인하는 순간 내 머릿속은 그야말로 띵~~~~~~~~~~~~~

제야의 종소리처럼 울림의 파장이 길게 슬로우로 재생된 기분이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니 믿고 싶지 않은 현실이었다!


남편을 찾는 핸드폰의 통화 버튼이 재빠르게 움직인다.

뚜뚜뚜_______ 통화 중, , 몇 번의 시도도 마찬가지였다.

분노와 함께 폭발해 버린 눈물이 하염없이 쏟아졌다.





유난스러웠던 둘째를 이제 기관에 맡기고 숨통이 막 트였던 차였다.

아침마다 울면서 등원했던 아이를 이 고비만 넘기면 될 거라 여기며

나를 붙잡는 그 고사리손을 애써 외면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눈물 흘리는 횟수도 점점 줄어들고 점차 적응을 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모질게 굴었던 내 모습을 잘 참았다고 스스로 합리화했다.


나도 숨 쉬고 싶었기에____


3개월간 아이 적응기에 시간을 보내고 이제 나를 위해 누릴 시간이 확보되자마자 

그동안 배우고 싶었던 것들을 무더기로 등록했다.


도서관 무료수업으로 진행되는 독서지도자 과정, 동화 구연지도자 과정,

주민센터에서 진행되는 벨리댄스, 캘리그래피 수업,

스포츠센터에서 진행되는 수영, 에어로빅  등록,

엄마들과 함께하는 독서모임, 걷기 모임 등등


그동안 어떻게 참고 있었냐는 듯이 단 하루도 자유 시간인 오전 시간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다는 강박 아닌 강박에 오전 스케줄을 타이트하게 잡았다.


아기 띠 없이, 기저귀 가방 없이  내 물건만 담은 작은 가방 하나가

세상을 다 얻은 듯한 엄청난 희열을 느끼게 해 주었다.

첫째, 둘째를 연년생으로 낳아 밤낮 수유에 잠들지 못했던 그 수많은 시간들이

이렇게 보상받는다는 생각에  그 보상을 충분히 만끽하고 싶었다.





나의 완벽한 오전 플랜들이 딱 한 달 만에 허무하게도 주최 측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막을 내릴 수밖에 그런 공연이 돼버렸다.

무대 위에서 이제 막 자신의 날개를 펴 보이며 날아보려는 주인공은 

그렇게 다시 날개를 접어야 했다. 원치 않는 상황으로 인해.


선명한 분홍빛 두 줄은 내게 모든 것이 끝났음을 의미했다.

지구가 멸망해 사라져 버린 것 같은.


원치 않는 임신, 전혀 계획에 없었던 날벼락 통보 같았던 임신.

내 모든 것을 앗아갔다는 생각에 좀처럼 마음이 다잡아지지 않았다.

세상이 끝난 듯 그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내가 애가 셋이라니! 정말 믿기지 않았고 믿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난 애국자가 되었다.


그리고 지금은 그 원치 않았던 아이로 인해

세상을 다시 얻는 기분, 살맛 나는 기분으로 살고 있다.


그 아이가 작은 점이었을 때 수없이 흘렸던 눈물이 

지금은 그 아이 존재로 기쁨의 강물이 되어 

더 큰 행복의 바다로 나아가게 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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