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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이라는 선물, 정선 연포분교 캠핑장

챕터 메론

by 메론

불편한 시설에 관리도 미흡한 연포분교캠핑장이 왜 자꾸 생각날까? 하남 검단산 백패킹했을 때가 떠오른다. 산 전체에 인간이라곤 나밖에 없다는 확실한 체감. 또렷이 각인된 생경함. 연포분교캠핑장을 갈 때 그 생경함이 떠오른다.


오지 중의 오지. 가는 과정 자체가 보상이다. 기암석벽과 쪽빛 강물의 동강을 따라 운전하다 보면 고성리재를 오르게 된다. 지역주민만 아는 고성터널이 나오는데 마치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니 설국이었다.'의 재현이다.


굽이굽이 내려오면 동강을 건너 연포마을로 넘어가는 세월교가 나온다. 장마철에는 잠긴다고 하니 섬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그렇다. '연포섬'에 고립되러 가는 것이다.


캠핑장에 텐트를 설치하고 앞을 보면 강원도 말로 '뼝대'(바위로 이루어진 높고 큰 낭떠러지)가 맞이한다. 캠핑 목적 없이 그냥 이걸 보러 오는 사람들도 많다. 나도 이걸 보러 온 거고 아이들에게도 이걸 보여주려고 온 거다.


뼝대를 가까이서 보려고 강가로 내려가면 기이할 정도로 적막하다. 강물 흐르는 소리도 안 들린다. 이제 알겠다. 항상 나에게는 소리가 입력되고 있었다. 입력값이 없어서 뇌가 덜 일한다는 느낌이 든다. 이제 좀 쉬는 것 같다.


해가 일찍 진다. 주변 캠퍼들도 일찍 잠이 든다. 불빛이 잦아들고 눈으로 들어오는 정보도 줄어든다. 일체의 보고 듣는 행위는 뇌가 재해석하는 것이라는데 잠시나마 뇌의 스위치를 꺼보는 경험을 해본다.


진정한 '힐링'을 생각해 본다. 뭔가가 계속 입력되고 뇌가 일하는 것과는 정반대의 상황. 이거다 싶다. 가는 길이 다소 불편하고 지내기도 그러하지만 내 마음속 고향처럼 가끔은 애써 찾아가 봐야 하는 정선연포분교캠핑장. 나만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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