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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에센티아 May 01. 2022

다섯 번째 이야기) 왜 나에게만?이라고 묻고 싶을 때

고통과 슬픔의 감정을 승화시키기

모닝 메시지
대체 왜 나에게만?


혹시 이런 생각 드신 적 있으신가요?

아~ 왜 힘든 일은 참 올 때 한꺼번에 밀어닥치는 거지?

싶은 그런 생각요. 여러분도 살면서 한 번쯤은 경험해 보신 적 있으실 거예요.



뭐 이런 식이죠.

가뜩이나 돈이 부족할 때엔 꼭 더 큰돈 들어갈 일이 터지는 거예요.

멀쩡하던 차가 고장이 났는데, 수리비만 100만 원이래요. 그 와중에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세금 고지서가 날아와 열어봤더니 작년보다 두 배 오른 재산세. 때마침 은행에선 신용대출 만기가 도래했으니 상환하라고 연락이 오는 거예요. 지금 내 주식은 반 토막이 난 상태인데. 이걸 어쩌나.



설상가상으로 이때 결정적으로 전화가 한 통 와서 받아보니 어머니가 허리가 아파 수술을 받으셔야 한대요. 얘야, 수술비를 어떻게 좀... 와 이게 뭐지? 이미 정신에 과부하가 걸려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태인데, 마지막엔 그야말로 강펀치를 날려줘요. 아이가 사고를 쳐서 학교에 좀 와보셔야겠다는 선생님의 카톡 메시지.



만일 이 모든 불행이 하나씩 따로 찾아왔다면, 침착하게 정신을 가다듬고 잘 해결해 볼 수도 있을 텐데.

인생이란 그렇게 친절한 녀석이 아니죠. 참 작정한 듯이 한 번에 몰아닥쳐요. 일부러 심술이라도 부리듯이.


왜? 왜 이런 일이 나한테 생긴 거지? 왜 나한테만? 뭐가 잘못된 걸까?

© noahbuscher, 출처 Unsplash


아~, 삶이 참 불공평하게 느껴지고 짜증이 나기 시작해요.

그런 마음으로 문제를 대하다 보니 당연히 점점 실타래처럼 더 꼬여가게 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죠.


분노는 더 큰 갈등을 부르고, 두려움은 자꾸 대면해야 할 것들을 회피하게 만들고, 이제는 제 편인 사람들에게조차 짜증을 내고 푸념도 해요. 잠 못 드는 밤이 계속되고 머리에는 두통이 오고, 결국엔 내 몸 어딘가가 조금씩 조금씩 상해 가는 거죠.


이런 불행의 블랙홀에 걸려들어서 한참을 헤메인 적이 있었어요. 계속 이 말만 주문처럼 되풀이하게 됐죠.

왜 나에게만? 왜 나에게만 이런 일이 생기지??


그 수렁에서 저는 어떻게 빠져나왔을까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여러분들께 들려드리고 싶어요. 아마도 한창 불행의 한 가운데서 헤메이고 있는 분에게는 와닿지 않을 거예요. 제가 그랬거든요. 가장 힘들고 괴로운 시점에는 그 어떤 위로나 충고도 실은 도움이 되지 않았어요.

© RyanMcGuire, 출처 Pixabay


그런데 사람이라는 존재가 정말 어처구니없는 데서 위로를 받거나 답을 찾을 때가 있어요. 저는 감당 못할 갑작스러운 문제들이 일시에 닥쳐왔을 때 그걸 '드라마 시청'으로 극복해 냈답니다.


오잉?

다소 수준이 낮고 깊이가 느껴지지 않는 방식이라 실망하셨나요?

책이나 현인의 가르침에서 답을 찾았다거나 극적인 사건을 계기로 우아하게 길을 찾는 게 아니라, 한낱 뭐 드라마라니요?!


근데 한 번만 들어봐주세요.

© mygallery, 출처 Unsplash


제가 진짜 힘들 때요. 끝도 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떠오르는 상념이 머리를 가득 채우니까 도저히 손에 뭐가 잡히지가 않는 거예요. 청소하고 밥을 차릴 힘도 나질 않았어요. 몸은 피곤해 죽겠는데 잠도 오질 않아요. 그래서 밤새도록 중세 역사물 미드를 그렇게 봤어요.


라스트 킹덤, 나이트폴, 바이킹스, 그 밖에도 등등등.


제가 원래 유럽 역사 덕후이긴 하지만 굳이 드라마 같은 걸로 그걸 즐겨 보는 사람은 아니었거든요. 그저 고민들로 머리가 너무 아프니까 제발 제 주의를 확 좀 다른데 돌리고 싶었던 거예요.


그런데 연속으로 몇 날 며칠 그런 시대극들을 보다 보니까요. 어느샌가 기묘하게도 마음이 위로를 받더라구요.지금보다 더 비인간적인 폭력, 비과학적이고 맹목적인 가치관과 종교, 관습, 신분, 전쟁 같은 걸 숙명으로 받아들여야만 했던 이름도 없이 무력하게 인생을 살다간 각 역사 속의 인물들이 사는 모습을 보니까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 yousafbhutta, 출처 Pixabay


아 그 시대엔 화려했던 권력층 몇몇을 제외하면 대다수는 사는 게 참 힘들었겠구나. 특히 그런 시대에 태어났던 여자들의 삶이란 정말 노예보다 못했겠구나. 지금의 나로서는 참을 수 없는 모든 부조리함과 불평등의 세상이었고, 아이를 낳다 죽은 여자도 수두룩하고, 말도 안 되는 이유로 마녀재판에서 화형에 처하질 않나, 권력자들의 판단 미스 한 번으로 참 아무런 의미도 없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예요.


그걸 보고 있다 보니까

왜 나만? 나에게만 이런 일이? 대체 내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이런 물음은 참 어이가 없는 거라는 깨달음이 오더라구요.


갑자기 전쟁이 터져서 남편은 전쟁에 나가고 살던 터전에서 쫓겨나는 사람도 있는데 제가 왜 나게만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화산이나 홍수가 일어나서 마을이 다 쓸려사라져 버린 사람은 또 어떤가요?

무시무시한 그 자연의 무차별적 랜덤성이란.

힘들게 낳은 아이가 지금이라면 간단히 고칠 전염병으로 죽어버린 엄마는요?

그저 권력자의 한마디에 목숨이 날아가 버린 사람들.

이들 모두가 왜 나에게만?이라고 묻는다면, 우리는 그 답을 알 수 있을까요?

© yousafbhutta, 출처 Pixabay


그때 깨달았어요.

불행이란 나에게만 오는 게 아니라 세상 모두에게 오는 거야. 심지어 지구가 생긴 이래 태어난 모든 사람들에게 불행과 불운은 반드시 찾아가서 덮치는 거야. 그나마 내가 좀 더 낫다.


웃기죠?

그런 걸 보면서 인생 최대의 암흑기를 벗어난다는 게요.


그런데 사람이 힘든 마음을 떨쳐내는 최후의 단계는 '승화'인 것 같아요. 우리의 처절함은 아주 구체적이고 바닥에 발이 닿아있는 실질적인 것들이지만, 그 고통을 이겨내려면 마지막엔 모든 감정은 승화가 되어 저 하늘 위로 훨훨 불 피워 날려보내야 하는 거죠. 많은 문화권에서 무언가를 떠나보내야 할 때는 그걸 불태워서 연기를 하늘로 날려 보내는 의식을 하잖아요.

© wx1993, 출처 Unsplash


한동안 나를 사로잡고 있던 문제들을 곱게 떠나보내기 위해선 그 고통을 긴 시선의 렌즈로 죽 줌 아웃해서 보고 의미를 확장시켜서 '승화'시키는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는 거더라구요.


저는 그 미드들을 보면서 제 힘든 심정을 과거에 살았던 처절한 운명과 시대의 희생양들 또 인류의 숙명적 시련에 대한 연민의 감정으로 어느새 승화시키는 작업을 했던 거였어요. 한밤중에 한낱 넷플릭스를 보면서 말이죠.

© ryanmfranco, 출처 Unsplash


인간 심리란 참 이렇게도 오묘하죠.


아마 여러분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슬픔이나 시련을 승화시켜내며 여기까지 살아내셨을 겁니다. 웃음으로든 직품으로든 예술혼으로든 덕질로든 우리 정신이 자유를 얻으려면 삶의 찌꺼기들은 활활 태워 창공으로 높이높이 날려보내야 해요.


요즘은 시간이 없어서 잘 보지 않아요. 하지만 언젠가 또 한없이 힘들어지고 제가 이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사람이라고 느껴질 땐 조용히 한밤중에 리모컨을 켤지 몰라요. ^^

© m2creates, 출처 Unsplash


명상
슬픔과 고통의 감정을 떠나보내기


자, 오늘은 우리 내 안에 더는 머물게 하고싶지 않은 감정들을 승화시켜보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볼까요.


우리는 모두 고요하고 평화로운 초여름의 밤 아름다운 강가에 작은 돛 단 배 위에 앉아있어요. 일렁이는 물살이 아주 가볍게 아기가 누운 요람처럼 배를 흔들어줘요. 기분이 너무 좋습니다. 손에는 알록달록 예쁜 풍등 하나씩을 들고 있어요. 오늘 밤 우리는 모두 배 위에서 일제히 이 등을 하늘 위로 띄어 보낼 거예요. 그야말로 장관이 펼쳐지겠죠.

© jonathanborba, 출처 Unsplash


자 각자 이 등에 촛불을 붙이기 전에 이제는 내가 멀리멀리 떠나보내야 할 수많은 것들을 넣어볼까요? 아 걱정 말아요. 이 등은 아무리 무언가를 집어넣어도 끝도 없이 다 들어가는 마법의 풍등이거든요. 여러분은 원하기만 하면 무엇이든 그 속에 넣을 수 있어요.


아픔도, 부끄러운 기억도, 지끈지끈한 스트레스도, 돌아가신 할머니에 대한 슬픔도, 무언가에 대한 집착과 미련도. 부질없는 욕심도. 애물단지 같은 잘못 산 러닝머신까지.


자, 이제 우리는 준비가 되었어요. 촛불로 등안에 불을 놓아줍니다. 은은하게 불빛이 켜진 아름다운 풍등, 제 신호에 이제 그 등을 띄어보내요.

하나, 둘, 셋~


아, 떠오르네요. 둥실둥실 하늘로 하늘로. 보세요. 천공에는 수천수백 개의 형형색색 풍등이 까만 하늘을 보석처럼 수놓아요.


마음이 벅차네요. 우리가 놓아준 것들은 별이 되어 저 하늘로 영원히 날아갈 거예요. 산들산들 부는 바람에 흔들리는 기분 좋은 물살이 다시 느껴져요.

© Sergeant_Hiropon, 출처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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