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워가며 살아가는 생生 / 권분자

산문

by 권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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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워가며 살아가는 생生


권분자


가발을 쓴 채 거울을 응시했다.

빗질 몇 번에 속절없이 빠져나가는 빈약한 내 머리카락에 인모가발을 고정시켰다.

낯선 여자와 내가 하나의 프레임 안에서 정교하게 봉합되었다.

타인의 일부가 나의 결핍을 메우는…, 참으로 기이한 조우였다.

낯선 여자의 머리카락이 돌고 돌아 내 머리카락의 일부가 되듯,

어쩜 우리 모두는 타인의 흔적을 깁고 기워 만든 거대한 패치워크 속에서 살아가고 있을 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래전부터 과거와 현재를 덧대가며 살아왔다.

타인의 지성에 나를 연결해야만 온전한 내가 되듯, 나! 라는 존재는 결코 고유한 성벽이 아니었다.

태어날 때부터 타인의 언어를 배우고, 타인의 습관을 모방하며, 타인의 지성을 기워 붙이며 살아왔다.

나의 정체성이란 결국 타인이라는 크고 작은 조각들을 가져와 깁고 덧대며 하나의 나로 다져온 것이다.

나의 빈약한 사유에 타인의 지성을 덧대가며 비로소 풍성한 나로 완성되듯

나의 결핍은 누군가와 기워져야만 온전했다.

타인의 과거가 나의 현재가 되는 이 서늘한 공생은

존재의 본질적인 문제이기에 나는

미용의 차원을 넘어, 결핍의 나에게 타인의 지성을 이식하는 기이한 의식을 치른 셈이다.

숨겨진 나의 빈자리에 타인의 일부를 가발로 뒤집어쓰고,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여자의 세계를 더듬는

슬프고도 아름다운 모조품을 바라보며

나는 멈칫멈칫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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