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창가에서 글을 쓰는데 마치 반쯤 열어둔 창문처럼 스르르 감기는 눈.
글을 쓰되 완성하지 못한, 머릿속에는 떠다니는데 글로는 나오지 못한
먼 산등성이에 걸린 몽롱한 안개는
다가서면 물러서고 물러서면 조용히 어깨를 감싼다.
의지하면서도 끝내 받아들이지 못한
내가 사랑했던 남자의 눈길도 이러했으리라.
한 발짝 다가오면 한 발짝 물러서는 애매함은
빛과도 어둠과도 온전히 서로의 이름을 부르지 못한다.
고요한 밤의 눈꺼풀은 마르지 않은 문장 위에 번질 듯이
나무의 절반은 감싸고 절반은 가로등에게 내어주며
새벽안개로 서서 지그시 나를 들여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