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문
이미 세상을 떠나고 없는 엄마가 이곳 진열대 어딘가에 판매되고 있다면!
나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구매할 것이라고, 내 남은 생을 지불해서라도 기어코 사버리겠다고,
이마트의 진열대 앞에서 엉뚱한 생각을 했다.
이토록 간절히 재구매하고 싶은 엄마는 어디로 가버렸을까.
유통기한 없는 존재라고 여겼던 나는
잘 해드리지 못한 지난날을 후회하지만, 돌이킬 수 없다.
“엄마를 살 수 있나요?”
“예전의 엄마는 품절되었어요. 다시는 입고되지 않아요.”
예순의 나를 유심히 살피는 직원을 바라보며 나는 무언의 대화를 주고 받았다.
쉰이 넘도록 당연하다는 듯이 꺼내 쓰던 엄마는 품절되어 더 이상 재구매가 안되었다.
세상이라는 거대한 진열대 위에서 내가 소비하던 엄마는 이제 그 어디에도 없었다.
한 시대가 마감되었기 때문이다.
*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새벽같이 일어나 밥을 안치고 집안을 꾸려나가며
내 양말의 위치부터 중요한 기념일까지 다 기억하던 엄마를
그 어떤 풍파에도 흔들리지 않고 나를 지켜주던 진열대 위의 엄마를
세월이 하나둘 집어 간 것이다.
나는 엄마가 제공하는 서비스는 당연한 줄 알았는데 홀연히 사라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그것은 무료가 아니라, 엄마의 한정된 시간과 건강을 깎아서 만든 초고가의 한정판이었음을….
내가 누리던 것은 엄마의 뼈와 살을 갈아 넣은 눈물겨운 증정품이었다.
“몸이 삐걱거려도, 기억이 끊기는 치매여도 좋으니 구매할 수 있을까요?”
엄마라는 상품은 여전히 넘쳐났고 또 비워졌으나 재구매는 없었다.
*
엄마가 사라진 진열대 위로 이제 내가 올라섰다.
투명하고 깨지기 쉬운 엄마가 등장한 것이다.
서툴지만,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조금씩 꺼내며
나만의 방식과 노파심으로 딸들의 삶을 수선하려 들지만, 딸들이 외면했다.
“그런 말은 잔소리에 불과해.”
나 또한 언제 품절될지 모르는 한정판이라는 것을 딸들은 모르고 있었다.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버티기 힘든 허약한 존재라는 것을
아무리 강조해도 딸들은 무심히 흘러들을 뿐이다.
*
내가 딸들에게 건네줄 사랑을 제조하는 일이란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을 되돌려주는 일이어서
품절임에도 때때로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나가도 했다.
도저히 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예전의 엄마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재등장했기 때문이다.
딸이 밤을 새우며 칭얼거리는 아기를 달래느라 망연자실해 있을 때,
내 몸 어딘가에 숨어있던 예전의 엄마가 불쑥 튀어나온 것이다.
관절이 쑤시고 기력이 딸리는 예순에도,
손주를 받아 안는 내 팔은 예전 엄마의 완력으로 되살아났다.
유전자에 각인된 사랑의 복원으로
엄마에게 받았던 사랑의 힘이 내 손을 통해 딸에게 전가 되고 있었다.
*
나만의 방식으로 노년을 꾸려가지만,
손주를 안아 올릴 때 솟아나는 완력은
엄마가 나에게 남겨준 적립금이었다.
진열대 위의 나는 위태롭고 서툴지만, 언젠가 내 딸도 이 진열대 위에 서게 될 때,
내가 남긴 사랑을 기억하게 될 것임을 알기에
품절은 끝이 아니라 소중한 것을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양도하는 증표였다.
엄마에게 받은 사랑을 딸에게 갚아나가는 마지막 결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