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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닥터 김사부 2와 스토브리그를 통해 비춰본 리더십

닥터 부용주 VS 백승수 단장

  최근 들어 꼭 챙겨 보는 드라마가 몇  개 있다. '블랙독''낭만닥터 김사부 2', '스토브리그'이다. '블랙독' 안에서도 박성순(라미란) 부장의 리더십을 다룰 수는 있겠으나 주로 기간제 교사를 둘러싼 생존, 소명과 관련된 내용이 더 중점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 것 같아 낭만닥터 김사부와 스토브리그의 백승수 단장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얼마 전 읽었던 인터넷 기사에서는 백승수 단장조직의 잘못된 시스템악습에 정면 돌파해 병든 조직을 바꿔 나가며 ‘진짜 리더’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고 소개하다. 나의 생각은 조금 다른데 그의 리더십은 선한 조직을 위해 혁신하고자 하는 목적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일을 잘하기 위해 일에 방해되는 장애물을 제거하고 조직을 재구성하는 것이 여겨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팀을 우승으로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본의 아니게,  좋지 않은 관습에 찌든 조직 문제가 드러나고 이를 전략적으로 개선시켜 나가는 모습에서 시청자들은 아마도 통쾌함을 느 것이라 생각된다.

  한편, ‘낭만닥터 김사부 2’는 거대병원의 작고 초라한 시골 분원인 돌담병원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다. 지난해 독보적인 인기를 누린 '스카이캐슬'과 같이 여느 조직만큼 폐쇄적인 분위기를 지닌 대형병원 의사들의 세계에서 '개멋 부리기'를 서슴지 않는 김사부(한석규)의 낭만은 능력 있는 전문인이 되는 것에 앞서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일깨워주고 실천하는, 소명을 지닌 리더의 모습을 보여준다.

  드라마 속 두 캐릭터의 리더십을 비교하자니 갑자기 지난 연말, KBS 연기대상에서 남자 최우수상을 받았던 강하늘의 수상소감이 문득 떠올랐다.


좋은 연기자가 되기 전에 좋은 사람부터 되겠다


2019  KBS 연기대상

  

  비유를 적용해본다면 백단장 좋은 연기자, 김사부는 좋은 사람으로 빗대어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시 말해, 백단장이 일 잘하는 좋은 리더라면, 김사부는 좋은 의도를 가지고 있는데 마침 실력까지 갖추고 있는 리더인 셈이다. 캐릭터 간 리더십 비교를 위해 작위적인 구분을 하긴 했지만 사실 드라마에서는 두 명의 리더 모두 내면까지 선한 존재로 나오기는 한다. 다만, 백단장은 자신의 어둡고 슬픈 과거를 한 켠에 숨겨 일 자로, 끝내 일의 성과와는 상관없이 계속해서 회사로부터 버려지고 다시 다른 기업에 스카우트되는 것을 반복하는 "일만 잘하는 사람"으로 등장한다. 하지만 조직을 가족처럼 생각하고, 조직의 일을 나의 일처럼 진정성 있게 대하는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 힘입어 결국 백승수 단장 스스로도 일만 잘하는 싹수없는 리더가 아닌, 마음까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일 잘하는 리더로 성장해 나간다. 한편, 김사부는 다소 츤데레적인 모습을 가진 기성세대의 전형적인 리더 모습을 보여준다. 겉으로오해받을 만한 말들을 골라하는 꼰대의 모습이지만 내면에는 누구보다 후배들의 성장을 응원하고 있는 따뜻한 인성의 소유자랄까. 한마디로 비현실적 캐릭터인데 재단 이사장과의 첨예한 갈등 상황에서 위급한 환자들을 치료하고 동시에 리더로서 후배들의 성장까지 돌보는 것을 보면 인간이 아닌, 절대자로서의 신의 모습이 생각날 정도이다.


출처: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 2/ 무심한 듯 츤츤 칭찬 내뱉는 김사부

  개인적으로 너무 완벽한 김사부보다는 때로는 미숙한 모습을 보여주는 백단장의 리더십에 더욱 매료되는 것이 사실이다. 어떤 때 보면 갑(구단주)에게는 하지 말아야 하는 발언들을 굳이 해서 팀을 더욱 곤경에 처하게도 하고, 애써 꾹꾹 눌러왔던 개인사에서 비롯된 슬픔들이 어느 한순간 폭발하듯 터져 나와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통제할 수없을 만큼 표출되는 모습을 보면 마음 한 켠이 또 짠해진다. 일터에서 희로애락을 느끼며 고군분투하는 우리들의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출처: SBS 드라마 스토브리그/ 오열하는 백단장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사기캐더라도  내 직장에 김사부 같은 리더가 있기를 기대하게 된다.  수능 같이 딱 떨어지는 정답 없이 날마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서 반복되는 실수와 그로 인한 좌절감을 느끼는 사회 초년생들에게 어느 한 구석 모자란 그들을 믿어주고 자신의 성장을 응원해주는 리더가 있다면 얼마나 의지가 될까? 실수하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날 힘을 얻을 수 있지는 않을까? 하지만 현실은 역시나 냉혹하다. 실수하면 "쟤는 딱 저 정도만큼 능력을  지닌 사람", 잘 해내도 "이 일은 맡겨도 될 만큼의 사람"으로만 평가된다. 기성세대들이 볼 때, 요즘 세대들은 조직에 불순응하는 이상한 사람들처럼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불과 3,40년 전 번듯한 직장만 구해도 서울의 아파트 하나는 뚝딱 마련할 수 있는 그 시절과는 달리 서울의 유명대학을 나와도 현실은 수도권 방 한 칸 마련하기 힘들 정도로  불안정한 삶을 살아내는 젊은 세대의 고통을 기성세대인 리더들은 헤아려야 한다. 경제적 곤고함을 감당하기에도 급급한데 일터에서조차 소속감을 느끼지  못한 채, 평가 당하고 수단시된다는 생각이 든다면 그 누구라도 능률적으로 일을 완수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리더는 기능을 잘하든, 못하든 조직의 한 구성원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기에 앞서 한 명, 한 명을 소중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상담자가 내담자를 대하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여 그에 적절한 반응을 해주는 일까지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조직에서의 성과에 앞서, 리더로서 구성원들의 성장을 이끌어나가는 책임감을 먼저 고려한다면 그 결과는 결코 기대를 저버리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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