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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주는 선물

현재에 머무르게 하는 강렬한 힘

  지난 여름, 김영하 작가의 "여행의 이유"라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쉽게 쓰인 문장 안에는 결코 가볍지만은 않은 그만의 철학들이 담겨 있었다. 김영하 작가는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로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등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어두운 두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게 해주는 유익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이 것이 가능한 이유 익숙한 곳에서 벗어나 처하게 되는 다양한 상황들이 오직 먹고 자는 것을 확보하는 일이나 신변안전하게 하는 것에 집중하게 만들기 때문이라고 하였다. 이처럼 현재만이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되면 우리는 미래에 대한 근심과 과거에 대한 후회를 줄이게 되어 흔들림 없는 평온 상태에 근접할 수 있.

  여행의 이유는 어쩌면 바쁜 일상 가운데 우리가 명상을 찾는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루틴한 일상 속에서는 지금 내가 딛고 있는 이 지면, 그리고 그 땅에 지탱하고 있는 내 몸과 마음이 느끼는 하나하나의 감각에 무심해지기 쉽다. 늘 여전히 같은 자리에 있는 구름조차도 평소에는 바라보지 않다가 여행지에서나 문득 올려다 보고서는 그 경이로움에 감탄하게 되는 것을 보면 여행은 어쩌면 우리가 놓치고 있는 소소한, 그러나 의미 있는 것들에 대해 깨우치게 하는 소중한 선물인 것도 같다.


  한편, 현재에 머무르게 한다는 것은 나를 찾아가고 발견해가는 것에도 많은 도움을 주기도 한다. 새로운 풍경을 바라보며 처음 보는 음식을 맛보게 될 때, 낯선 곳에서 아침과 저녁을 맞이하게 될 때, 익숙하지 않은 크고 작은 모험의 순간들을 경험하게 될 때 우리는 내 안에 있었지만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또 다른 나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전혀 와보지 않은 새로운 곳에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지, 내게 불편한 경험들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실존적으로 깨닫는 순간을 마주하게 된다.

추운 날씨에 굳건히 버티고 서있는 나무의 기개가 느껴진다.
산굼부리에서의 하늘과 억새


  쳇바퀴처럼 반복되는 일상에서도 소소한 변화에 대한 알아차림과 감사함을 실현할 수 있다면, 다른 사람을 의식하는 것만큼 나 자신의 감정과 기분에 관심을 돌릴 수 있다면.. 지금 느끼는 것만큼 여행 경이로울 수 있을까?

명상과 다도의 순간을 경험하다 (취다선리조트)


  제주에서 서울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현재에 머무르게 하던 여행의 강력한 힘을 또다시 반추하며 다시 잠시 멈춰놓은 일상의 순간으로 발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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