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5,6년 전, 정서 및 행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청소년 대상의 기숙형 심리치료기관에서 근무한 적이 있다. 그곳은 전국에서 지원한 고위기 학생들이 24시간 함께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늘 위기에 노출된 환경이었다. 그리고 상담자에서부터 청소년지도사, 생활지도사 심지어 행정직원 분들까지 세심한 차원에서의 개입과 학생들에 대한 정보 공유가 필요하였다. 이에 따라 기관 내 치유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하여 아이들의 주호소문제와 함께 아이에게 적합한 목표까지 함께 나누었다. 그때 비자살성 자해 문제행동을 보이는 학생을 담당하고 있는 상담 선생님이 늘 강조했던 이야기가 아직도 떠오른다. 평소 성실한 모습을 보이다가도 정서가 다운되기 시작하면 손목 등 쉽게 눈에 띄는 신체부위에 자해를 하던 그 학생은 선생님들이 자신 가까이 지나가게 되면 손목을 걷어 올리며 “선생님 저 너무 힘들어서 이렇게 자해를 했어요.”하고 보여주곤 하였다. 심리적 이해가 없는 일반 행정직원 분들이나 프로그램 강사 분들은 성실하던 학생이 자해를 했다는 것에 놀라움과 동시에 동정심을 표현하며 측은한 마음으로 더 잘해주셨지만 이러한 반응이 오히려 해당 학생에게는 반 치료적이라는 이유로 전체 직원회의를 통하여 그러한 관심 반응은 지양해주실 것을 당부하셨더랬다.
이전에는 자살할 생각이나 의지 없이 다른 사람들의 관심이 필요해서 자해를 수단으로 사용하는 청소년들을 일컬어 ‘관종’이라고 치부하였던 것 같다. 그러나 최근에 이르러서는 자해를 하며 SNS에 게시물을 올리는 ‘자해러’, 몸에서 피를 뽑는 자해의 일종으로 불리는 ‘사혈자해’ 등등 자해와 관련한 다양한 신조어들이 등장하고 있다. 심지어 유투브에서 유행하던 ‘대박자송’이라는 노래는 “대가리는 의미 없어 장식품이야/ 이제 내 차례는 끝났으니 사요나라야/ 대가리 박고 자살하자” 등의 자극적이고 충격적인 내용을 담은 가사를 경쾌하고 발랄한 선율로 표현하여 마치 하나의 ‘놀이’처럼 자살과 자해를 다루고 있다.
하지만 이제는 학생들이 자해 문제로 상담을 찾아온다면, 이렇게 ‘관종’ 차원에서 단순히자해를 다루어서는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아이들의 문제행동은 더 정교해졌으며 사회적으로 더 다양한 방법과 SNS 노출 등을 통하여 한 학생의 위기 문제를 개입하기에는 더 높은 전문성이 요구된다. 한편, 학교상담에서는 이러한 학생들이 찾아왔을 경우 상담하기도 어렵고, 상담을 거부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위기사건이 발생시, 오롯이 상담자에게 책임전가되는 것 또한 난감한 상황이다. 아주 과거에는 자해를 ‘실패한 자살 시도’로 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에는 자살을 목적으로 한 행동과 자해를 목적으로 한 행동으로 구분하고 있는 만큼 이를 초기 상담 단계에서 구별해내는 추세이다. 따라서 위기 개입 시에는 상담자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꼭 필요한 기록들을 남기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