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게 고백을 받기 한두 달 전이었을까. 그는 아이폰을, 나는 갤럭시폰으로 서로의 일상을 나누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던 때였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신도림역에 있는 아이폰 서비스센터에 대뜸 같이 가지 않겠냐고 묻는 그의 문자 메시지에 아주 잠깐 고민했었다. 그전에도 영화 한 편 같이 볼 수 있을까 하고 물어왔던 그의 호의를 바쁘다는 핑계로 마다했던 일종의 죄책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엔 수락했는데 하필이면 그날 일정이 겹쳤다. 우리의 묘한 기류를 눈치챈 지인이 다행히 양보해주신 덕분에 우리는 그렇게 신도림역으로 향했다.
백화점 안에 들어서니 제법 사람들이 북적였다. 나는 초행길이라 앞서 걷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총총걸음으로 따라갔다. 목적지까지 가기 위해서 엘리베이터를 탔다.
처음 우리가 탔을 때에는 우리 둘만 있었는데 한 층 올라가니 커플이 탔다. 어찌나 다정하게 속삭이며 붙어서 그런지 우리는 그저 뻘쭘하게 서 있기만 했다.
우린 함께 그 로맨스를 한걸음 더 떨어져 보고 있었다.
그는 속으로 생각했을 것 같다.
“그냥 이참에 손 한번 잡아봐?”라는 생각을.
그의 시선이 자꾸 나에게 향해 있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몇 분간의 정적 끝에 내린 꿀이 넘치도록 달달한 커플의 뒷모습이 미래의 우리를 보여주리라고 그땐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그렇게 엘리베이터에서 내려 서로의 간격을 둔 채 함께 걸어갔다.
“저 원피스, 샛별 씨가 입으면 참 예쁠 것 같아요.”
늘씬한 팔다리에 원피스를 걸친 마네킹 앞에서 그가 건넨 말에 피식 웃음이 나왔다. 나중에 입어보겠다며 대답하는 내 이야기에 다시 뒤돌아보며 원피스를 훑어보는 그의 모습이 마음 한편으로 쨍하고 스며들었다. 그로부터 우리가 교제를 시작한 몇 달 후에 나는 그 원피스를 선물 받았다.
“역시 내 눈은 틀림없어.”
“오빠가 사준 거라 그런지 더욱 빛나네. 하하”
우리의 ‘썸’을 끝낼 기회가 된 그 날은 신도림역 아이폰 서비스센터에 혼자 가기 싫어 나에게 굳이 동행을 권유했을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나는 갤럭시폰이었지만 그가 사용하던 아이폰이 어떤 장점을 가지고 있을까 하며.
그저 같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아 저녁 늦게까지 그가 계획했던 일정까지 모두 군말 없이 동행했다.
그렇게 서로의 아쉬움을 감춘 채 헤어졌다. 집에 도착해 하루의 고단함을 씻어냈다. 포근한 이불 안으로 몸을 웅크렸던 순간에 메시지가 왔다.
“잘 도착했어요?”
“네, 오늘 즐거웠어요. 잘 주무시고요~”
자꾸 커플 사이에서 엘리베이터 안에서 민망하게 서 있기만 했던 그 순간이 생각나 혼자서 실실 웃었다.
우린 자연스럽게 썸을 끝냈다. 그전에는 썸이라고 하기엔 그의 표현이 직설적이었다.
미지근하지 않아서 좋았다.
내가 미지근하게 행동해서 그런지.
봄에 교제를 시작하고 나서 사계절을 함께 보냈다.
두 번째 봄이 지나갈 때쯤에 그 원피스를 입고 나선 데이트를 마무리할 때쯤에 수많은 인파 속에서 나는 결혼하자고 그에게 말했다. 사랑의 징표와 같았던 원피스를 벗어 웨딩드레스를 갈아입는 내내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우리 결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