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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핼로군 Sep 27. 2023

뮤지컬 빅피쉬 후기

이제는 이해할 수 있는 아버지?

<빅피쉬> 2019.12.04~2020.02.09 예술의 전당 CJ 토월극장

남경주 박호산 손준호 구원영 김지우 이창용 김성철 김환희

빅피쉬 포스터

'위대한 상상이 현실로 피어나다' 를 전면으로 내새우는 뮤지컬 빅피쉬는 무대에서 상상했던 것들이 현실로 일어난다. 아버지가 말로만 하던, 거인, 마녀, 인어들을 관객들도 볼 수 있게 무대장치를 해 놓아서 마치 나도 상상에 들어가 있는 것 같은 효과가 나서 좋았다.

뮤지컬에 인어가 나온다고?


뮤지컬을 선택한 동기

원작 영화가 있는 줄은 사실 몰랐다. '윌' 역을 맡고 있는 김성철 배우의 팬이다. 깔끔하고 고음도 듣기 편하고 발음도 정확하게 들려서 평소에도 재생목록을 가지고 있는데, 한번 꼭 직접 보고 싶어서 예매했다.


뮤지컬의 대략적 줄거리

자신의 삶에 대해 허풍 섞인 이야기만 하는 아버지 '에드워드 블룸', 그리고 그런 아버지가 싫었던 아들 '윌 블룸'. 아버지가 암에 걸려 죽게 될 날이 다가오자 아들이 아버지의 발자취를 뒤따라간다.


뮤지컬을 보고 느낀 점

보고 펑펑 울었다. 2막 중간까지도 약간 유아틱한 이야기에 넘버보다는 연기 위주의 극이다보니 팽팽함이 없어서 아쉬웠다가 갑자기 극의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아버지의 죽음 앞에 놓인 아들을 보면서 내가 언젠가 마주쳐야할 현실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아들이 마지막이 되어서야 아버지의 뜻을 이해하고 마지막에 보내주는 모습이 마치 "너는 지금 깨달아라" 라고 하는 것 같아서 눈물이 났다.

아버지는 아들의 미래다


요새 티는 안내고 있지만 제 2의 사춘기이다. 계속 학교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부모님과 시간을 보내다보니, 머리가 커서 그런가 부모님도 내가 생각했던 완벽한 사람들이 아닌 나와 같은 실수하고 실패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게 보인다. 오히려 요새는 내가 물건 싸게 사는 법 등을 알려주기도 하고 그런다. 


친구들은 부모님이 명품 지갑, 벨트도 사주고 외제차도 사주고, 심지어 아직까지 핸드폰 요금도 내준다는데 나는 내가 착한 척 다 큰 척 이제 부모님께 경제적 지원 하나도 안받는다고 해놓고 괜히 이제와서 섭섭하고 은근슬쩍 티내고 했는데 엄마 아빠가 내색은 안하셨지만 나는 참 나쁜 아들이다. 고등학교 때 노스페이스 사달라고도 안했는데 요새 내가 왜 이렇게 변했을까 싶다. 뮤지컬을 보고 많이 반성했다. 엄마 아빠 앞에서 맨날 결혼 안할거야 별로 행복하지 않을 것 같아 이렇게 말한 것도 후회되었다. 가끔 부모님이 '우리가 잘못해서 너가 결혼 안하고 싶어하나봐~' 라고 하시는 말들이 본인들에게 큰 상처였겠지. 


어렸을 때부터 사랑받으면서 컸고, 엄마 아빠한테 지금 와서 아쉬운게 왜 더 부자가 아닐까라는 생각만 드는 걸 보면 우리 부모님은 최고의 부모님이다. 내가 나중에 자식을 키우면 '윌'이 결국 '에드워드'처럼 된 것처럼 딱 우리 부모님처럼 하고 싶다. 그렇게 하면 좋은 사람이 돼 주겠지. 

평소에 뮤지컬을 보고 나와서 우는 사람들을 보면 '참 감성적이구나~' 했는데, 지하철 타러 가는 내내 마음이 울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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