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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여운 Apr 02. 2024

22평 교회,
52개 좌석에 소망이 있다

하양무학로 교회, 하늘과 잇닿은 작은 교회



승효상건축가가 설계한 교회로 유명한 하양 무학로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길 건너 다방물볕에서 조원경담임목사님을 뵈었습니다.

출석하는 교회의 '공동체 사역'과 관련하여

무학로교회 탐방을 협의드리기 위해서였습니다.

긴 시간 오랜 지인처럼 좋은 말씀을 나눠주시고

엄청난 인사이트를 주셨습니다.

닿기 어렵겠지만 지면을 빌어

조원경목사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22평 교회

경북의 작은 소도시

크고 작은 대학들이 모여있는 경산 하양에

22평짜리 교회, 등받이 낮은 52개 좌석이 있는

무학로 교회가 있습니다.


승효상건축가가 무료로 설계해 준 작은 교회 

( 이와 관련한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기에 건너갑니다 )

마당에는 야외 예배당이 있습니다.

연건평 22평 

실내에 머무는 교회가 아니라

마당으로 펼친 교회입니다.

작은 교회 앞마당에는 야외 예배당이 있습니다.

지나가는 주민들이 앉아 쉬기도 하고

건너 카페에서 음료를 들고 마주 앉은

커플들도 찾습니다,

눈높이 한참 허리춤에  있는 담벼락은

성속의 경계를 갈라놓을 뿐

마음을 갈라놓지 않습니다


마당이 열린 교회, 작은 교회



52개의 좌석

위엄 있고 커다란 출입구 없이

사람하나 겨우 겸손히 몸을 낮추고 들어서야 하는 작은 건물의 틈새

그곳이 교회당의 입구입니다.

(사진의 보이는 건물 좌축 길쭉한 틈새가 건물의 입구입니다)


어둡고 좁은 건물에 들어서면

건물에 어울리지 않는

두껍고 무거운 철문이 버티고 있습니다.

호흡을 가다듬고

성소에 발을 디디듯 온 힘을 다해 문을 밀고 들어서면

등받이 낮은 52개의 좌석이 펼쳐져 있고

강대상 뒤쪽에 하늘빛이 내리는

교회당이 있습니다.

무겁고 큰 철문은 성속의 문턱입니다.


52개의 등받이 낮은 나무의자가 있는 예배당


입구 좁은 복도와 옥상으로 올라가는

더 좁은 계단마저 빼고 남은 공간이

예배당의 다입니다.

들어서면 목회자로부터

뒷자리에 앉은 작은 아이의 호흡까지도

들릴듯한 좁은 공간

천창으로부터 햇빛이 쏟아집니다.



1m 너비의 계단

어깨 하나 겨우 지날 수 있는 옥상계단

골고다를 오르듯 좁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면

십자가가 걸린 하늘이 열립니다.

벽돌의자의 앉으면 막힌 담 사이로

하늘과 연결하는

가장 자연스러운 십자가가

온몸에 담깁니다.

교회의 옥상입니다.


하늘에 십자가가 걸린 옥상



50명 이하 교회에 소망이 있다

교회공동체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말씀드렸습니다.

출석교인 700명쯤 되는 중형교회에 출석합니다라고 소개를 하자

단호히 중형교회가 아니라 하십니다.

목회자가 해야 할 고민을 한 다시며 안타까워하십니다.


'한국교회의 미래는 50명 이하의 작은 교회에 있다.'

'50명 이상 교회가 더 커지면 목회자는 신이 되고 공동체는 이루어지지 않는다.'

'50명 이면  부족하지만 목회자와 함께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

'그래서 우리 교회도 좌석이 52개 밖에 없습니다. 공간을 더 늘이자 하시지만

제가 은퇴하기 전에는 그렇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작은 교회에 대한 명확한 목사님의 철학을 알 수 있었습니다.


700명 정도 규모의  제가 출석하는 교회가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라는 질문의 답은

이미 내려져 있습니다.

50명 이하의 작은 교회


그렇다면 이미 커져버린 중대형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는 중대형 교회의 목회를 해 본 적도 없고 고민한 적도 없기에

답을 드릴 수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답을 하라면 건물을 올리고 주차장을 늘리고 해외선교를 하고

사역이라 하며 본인들의 만족과 위로를 하는 모든 일들을 일절 하지 말고

모든 재정을 죽어가는 한국교회를 위해 비어 가는 시골교회 목회자들의 사례를 지원

교회만이 아니라 한국을 살리는 일을 시작하거나, 목회자들의 자질을 올리는 일에 

모든 재정을 집중하여 신학교를 전적으로 지원하거나. 

학원교회, 특수선교교회등에  전적으로 지원하시라 말하고 싶습니다.'

'한국교회의 미래가 아니라 한국의 미래를 교회가 고민해야 합니다'


하지만, 이 모든 오가는 대화의 중심에는

'큰 교회에는 소망이 없습니다.'


교회는 영적인 책임이 있습니다.

'젊어서부터 다양한 현장목회를 했습니다.

노숙자를 섬기고, 외국인 노동자. 노동자를 위한 목회를 하고

낮은 곳에 있는 자들의 인권을 높이는 목회를 했습니다.'

'은퇴를 앞두고 생각이 정리가 됩니다.

과거에는 국가가 이러한 일들을 하지 않거나 못했기에 

교회가 나서서 그런 일들을 했습니다.

지금은 복지의 문제는 국가가 해결하고 앞으로도 해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교회는 무엇을 해야 합니까?

영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합니다.'


교회가 세상과 다른 곳이 되어야 하며 세상에서 상한 영들을

치유하고 회복하는 쉼이 있는 곳이 되도록 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그래서 무학로 교회는 24시간 열려있지만

무거운 철문 너머 영적으로 분리된 공간이 되고자 한다고 하십니다.


업무에 치여 영성을 관리하지 못하는 교역자들에 대해 안타까워하십니다.

교회가 부교역자들을 노동을 착취하는 것이 아닌가 걱정하십니다.

교역자들의 자질이 낮아지고 교인들의 자질이 낮아져 가는

악순환을 말씀하십니다.


다방물볕

길 건너 다방물볕에서 목사님을 뵈었습니다.

승효상건축가의 아들이 설계한 카페로 알려져 있습니다.

중정을 품은 낮은 일층 카페에서 바라보는 교회는

더욱 아름답습니다.


목사님은 선을 분명히 그으십니다.

교회는 성소입니다.

카페는 별도의 공간이며 다방물볕 역시 장로님 한분이

운영하는 사업체임을 명확히 하십니다.




복잡한 질문 간결한 답변

돌아오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복잡하고 무거운 질문에 간결하고 명확한 답변


우리의 질문

이미 커버린 교회에 공동체성을 회복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답변

공동체는 작은 교회에 있습니다.

작은 것이 교회입니다.


내 손에는 놓지 못하는 떡이 두 개 들려 있나 봅니다

양손에 든 떡 하나는 버려야 합니다.

자신이 없습니다.


한국교회에 묻습니다

'그물을 버려두고 나를 따르라'


'성장과 성공, 자본주의의 신화를 써 내려간

교회의 그물을 버려두고 오직 예수님의 방법으로

다시 시작하라.'


고민 깊은 밤이 다가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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