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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회 연재 최종회 "에덴의 향기를 품은 공동체 "

"교회공동체 회복을 위하여" 연재의 최종회입니다.

by 여운

30화 까지는. https://brunch.co.kr/brunchbook/faith-community 에 있습니다

브런치 정책상 30화 이상의 연재가 불가능해 별도로 글을 올립니다.

연재물 구독자 여러분들에게 불편하게 해 드려 죄송합니다.


31화는 https://brunch.co.kr/@topgunkk/353 로 정리 해 두었습니다.



글의 자료의 수집, 저술은 다소 사실과 다를 수 있습니다.
혹시, 문제가 있으면 제게 DM 주시면 바로 잡겠습니다.

전체 연재저술은 유튜브채널 "유목민이야기"(https://www.youtube.com/@%EC%9C%A0%EB%AA%A9%EB%AF%BC%EC%9D%B4%EC%95%BC%EA%B8%B0)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최종화. 에덴의 향기를 품은 공동체 — 다시 살아내는 교회

사랑의 순환이 완성될 때, 복음은 다시 생명이 되고, 교회는 에덴의 숨결이 된다.


길의 끝에서 다시 시작되는 생명


우리는 잃어버린 공동체의 슬픔에서 출발하여, 사랑과 신뢰의 순환을 복원하는 긴 길을 걸어왔다. 그 여정의 끝에서, 우리는 교회라는 제도가 무너진 땅 위에 다시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세워지는 순간을 목격했다. 나눔과 투명성으로 쌓인 견고한 결은, 공동체가 세상 속으로 다시 나아갈 수 있는 단단한 발판이 되어주었다.


그러나 복음은 완결된 제도에 만족하며 멈추지 않는다. 모든 완성은 다시 새로운 시작을 낳는다. 복음의 순환은 창조의 흐름처럼 정지하지 않으며, ‘다시 시작되는 생명’을 향해 끊임없이 나아간다. 모든 길은 결국 에덴의 본향을 향하지만, 그 에덴은 과거의 회상이 아니라, 현재를 뚫고 다시 피어나는 미래다. 교회는 그 생명의 숨결이 세상에 닿는 통로이다.


창조 질서와 에덴의 회복


회복된 공동체의 지향점은 단순히 '좋은 조직'이나 '성공적인 프로그램'이 될 수 없다. 그것은 창조 질서의 회복이라는 근원적인 신학적 비전을 품어야 한다.


창세기의 창조 서사는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지으시고 “보시기에 좋았더라”고 선언하신 하나님 나라의 질서(Order)를 증언한다. 그리고 요한계시록의 종말론적 희망은 죄로 인해 깨어진 세상 위에 “새 하늘과 새 땅”이 도래하는 회복된 질서(Restored Order)를 약속한다. 교회는 바로 이 창조와 종말 사이에 존재하며, 이 두 질서를 복음으로 연결하는 영적 구조이다.


따라서 회복된 교회는 무너진 조직을 재건하는 존재를 넘어, ‘창조의 질서를 다시 피워내는 영적 생태계’를 일으키는 존재이다. 교회는 세상의 메마른 땅 위에 에덴의 향기를 다시 피워내는 하나님의 정원(Garden of God)이다.


다시 살아내는 교회 — 복음의 생태계


공동체의 회복이 제도의 완결로 끝난다면, 그것은 금세 낡은 틀이 되어 고인 물처럼 썩을 것이다. 다시 살아내는 교회는 ‘프로그램으로서의 교회’에서 ‘생태계로서의 교회’로 본질을 전환한다.


교회는 시스템이 아니라 유기적인 관계망이며, 그 관계망은 사랑과 신뢰의 리듬으로 살아 움직인다. 복음은 제도가 아니라 호흡이며, 교회는 그 호흡을 세상과 나누는 존재다.


이 생태적 전환은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드러난다. 지역사회에서 생태적 전환 교회들은 도시 텃밭을 일구고, 로컬 푸드를 나누며, 기후 정의 신학을 실천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회복한다. 관계 기반 교회들은 소모임과 이웃 돌봄을 통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깨진 연결 고리를 다시 잇는다. 또한, 예술과 신앙의 통합 실천은 예배의 공간을 미학적으로 회복하고, 공공성을 확보하여 교회가 창조적 복음을 표현하는 통로가 되게 한다. 이러한 움직임들은 단일한 선행이 아니라, 복음이 "다시 피어나는 생태적 구조"임을 온몸으로 보여준다.


하나님 나라의 질서가 회복될 때


우리가 걸어온 모든 회복의 운동은 단 하나의 지점으로 수렴한다. 교회가 회복될 때, 그것은 곧 ‘하나님 나라의 샬롬(Order of Shalom)’이 회복되는 사건이다.


우리의 여정을 관통했던 6단계의 완성 순환은 다음과 같이 귀결된다.


사랑 → 관계 → 신뢰 → 제도 → 삶 → 창조 질서(샬롬).


교회의 모든 회복은 궁극적으로 에덴의 샬롬, 즉 “하나님과 인간,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의 관계가 조화롭게 정돈되는 질서”로 귀결된다. 깨진 관계를 치유하고, 혐오를 연대로 바꾸며, 자연을 착취하지 않고 돌보는 모든 실천 속에서 하나님의 질서는 그 결을 완성한다. 복음은 결국 질서의 회복이며, 그 질서 속에서 모든 피조물이 안식한다.


에덴은 돌아가는 곳이 아니라, 살아내는 곳이다


우리의 신앙은 과거를 복원하는 노스탤지어에 머물지 않는다. 회복된 교회가 바라보는 에덴은 '미래적 에덴', 즉 하나님의 나라가 현재 속에서 이루어지는 미래적 비전이다.


“우리는 낙원을 회상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낙원을 살아내는 사람들이다.”


교회는 완성된 복원 공동체가 아니라, 현재 속에서 미래의 하나님 나라를 미리 앞당겨 살아내는 실현된 종말론(realized eschatology)의 공동체이다. 이 땅에서 정의를 실천하고, 연대를 이루며, 빛과 소금으로 사는 모든 순간이 미래의 에덴을 현재로 끌어당기는 거룩한 행위이다. 우리는 완성된 정지(Stillness)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순환하는 리듬 속에서 그 질서를 지속적으로 이루어가는 여정 위에 있다.


복음의 향기, 다시 세상 속으로


우리의 모든 길과 흐름, 신뢰와 질서는 오직 이 한 순간을 위해 존재했다. 다시 세상 속으로 흘러가, 그 땅에 생명의 숨결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이제 교회는 건물이 아니라, 향기다. 그 향기가 세상 속으로 흩어질 때, 사람들은 다시 하나님 나라의 냄새를 맡을 것이다. 교회는 그 향기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그 향기를 끊임없이 퍼뜨리는 통로이다.


복음은 틀이 아니라 생명이다.

사랑이 흐를 때, 교회는 다시 세상을 품는다.

그리고 그 사랑이 향기로 남을 때,

우리는 비로소 에덴의 끝에서 하나님 나라의 새벽을 본다.




지금까지 "교회공동체 회복을 위하여"의 긴 연재에 함께 해 주신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연재된 글은 다시 한번 교정하고 수정하여 정리하는 과정을 거쳐 보다 정제된 글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거듭 긴 연재 함께 해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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