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겨울새 Winter Robin Aug 01. 2023

참새 눈물만큼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다

경험치를 적립하는 것에 대하여

벌써 8월이 되었다.


한여름이라고 할법한데,

사실상 해가 시작된 지 7개월이 지났고 이제 8개월째라 연말까지 남은 시간은 5개월보다 하루 모자란다. 고로, 순식간에 낙엽이 지고 눈이 오기 시작하고 캐럴이 거리에 울리며 새해를 맞이하는 날이 벌써 눈앞에 선한 기분이다.


초조함이 엄습하며, 올해 하반기를 어떻게 하면 더 의미 있게 보낼 수 있을까 짧지만 깊은 고민에 빠졌다. 작더라도 한 번도 안 해본 일을 하면 좋을 텐데, 매일같이 새로운 경험을 한다는 것은 은근히 막막하기도 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무더위를 피해 에어컨 빵빵한 카페에 들어서자, 때마침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한 번도 안 마셔본 음료를 시키자!



유레카, 쉽고 간단한 해결책에 들떴다. 안 그래도 지난주에 픽업대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음료가 너무 귀여워서 바리스타에게 여쭤보고는 "더블샷"이라는 이름까지 알게 되었다. 커피, 바닐라, 헤이즐넛 총 세 가지 맛 중 선택할 수 있다는 정보도 얻었다. 오늘은 바닐라로 정했다.


두근두근, 기다림의 시간.


바닐라 스타벅스 더블샷. 사진에 그 깜찍함을 전부 담지 못했다.

역시나!


너무나 귀여운 잔에 미니 사이즈 빨대까지 따라왔다. 셰이커에 흔들어 차갑게 한 음료라 아이스만 되고, 정작 음료 안에는 얼음이 없다. 하지만 얼음물을 달라는 내 부탁에 바리스타가 "얼음잔이요?" 하고 얼음잔을 먼저 건네주신 걸로 봐서 베테랑들은 얼음잔에 뿌려 마시나 궁금증이 생겼다.


작은 유리잔을 손끝으로 우아하게 잡고 (작은 만큼 뭔가 더 조심스럽게 다루게 된다) 평소 마시던 잔보다 은 테두리에 입을 갖다 댄다. 진하고 크리미 한 음료가 흘러들어 입안 가득 커피 향으로 채운다. 양을 중시해서 보통 그란데나 벤티를 마시는데, 이건 작은 만큼 음미하며 마시게 된다. 오랫동안, 천천히 즐겼다.


엄연히 말하자면 "더블샷"을 처음 마시는 건 아니다. 진짜 첫 경험은 지난주로, 헤이즐넛 더블샷을 테이크아웃으로 마셨다. 그러니 매장에서 바닐라 더블샷을 마셔본 건 그저 미묘한 차이를 갖는, 크게 다르지는 않은 경험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미세한 차이도 새로운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테이크아웃용 작은 플라스틱 컵보단 매장에서 마시는 작은 유리잔이 음료를 더 맛있게 했고, 바닐라와 헤이즐넛은 엄연히 다른 맛인걸. 다음에는 헤이즐넛, 또는 커피맛을 매장에서 마셔볼 예정이다. 그때는 얼음잔에도 마셔봐야지.


하반기는 새로운 경험들로 가득 채워나갈 예정이다. 그럴 마음으로 오랜만에 글을 올린다.


참새 눈물도 한 방울씩 모이면 웅덩이가 될 수도 있다.

(적어도, 그렇다고 믿고 싶다.)


Unsplash



매거진의 이전글 그 정도는 금방 또 할 수 있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