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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겨울새 Winter Robin Mar 01. 2024

마음에 봄이 깃들었다

봄과 옷의 상관관계

공휴일과 주말이 이어져 좋아했더니, 다가오는 것 같던 봄이 한 발짝 물러서고 겨울이 유턴해서 돌아왔다.


지난 며칠 동안 좀 따뜻해져서 롱패딩에서 숏패딩으로 바꿔 입었다. 가벼워진 옷차림 때문일까? 평소에는 별 관심도 없던 쇼핑에 빠져서 구입은 하지 못하고 장바구니에만 열심히 담고 다녔다. 그러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들뜨고 즐거웠다. (그러면서 버린 시간이 그 돈보다 많을지도 모르지만, 땅을 파보라. 요즘은 옛날에 운 좋으면 나오던 백 원짜리 하나도 못 찾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그냥 구입하는 것은 구경하는 즐거움이 덜하다.)


어렸을 때, 엄마 카트에 물건을 담는 것 자체가 즐거웠다.

눈덩이가 불어나듯, 한 아이템을 장바구니에 담으면 알고리즘이 내가 놓친 물건이나 비슷하지만 새로운 브랜드를 소개해준다. 운동복 구경마저 재밌어진 요즘, 평상복에 가방이나 기타 소품까지 평소에는 보지도 않는 것에 관심이 가서 열심히 상세설명을 읽어보고 리뷰도 본다. 그리고 그 물건이 나에게는 어떨지 상상해 본다. 실제로 매장에서 쇼핑하는 것은 그리도 싫어하는 나인데, 인터넷으로 보는 물건은 왜 이리도 재밌는 건지. 프라인 매장에 갔을 때 옷걸이를 넘기며 촥-! 촥-! 나는 재미난 소리는 없지만, 내 손끝은 슥-! 슥-! 스크린을 내린다.


세일 할 때 오프라인 매장에 가득차는 옷걸이 넘기는 소리가 재밌다. 정작 나는 보통 그 소리를 들으며 짐을 들고 서 있는다.

다시 오늘로 돌아와서, 갑자기 추워져서 쇼핑에 대한 흥미가 잠시 줄어들 것 같았는그 욕구는 금방 다시 되돌아왔다. 딱히 기온의 영향이 아닌가 보다. 나는 여전히 틈날 때마다 스크린으로 쇼핑을 하고 다녔다. 처음에는 살 수 있었던 가격이 물건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선택과 집중을, 또는 순서를 매겨야 되는 지경이 되어간다.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다. 이러다가 결국 장바구니에서 삭제되는 이 대부분이라는 !)


이미 한번 품은 따뜻한 봄날에 대한 환상과 기대는 손끝 발끝으로 퍼졌나 보다. 결국 기온이라는 환경적인 요인이 시발점은 될 수 있어도, 내 마음이 내 행동에 더 큰 영향을 주나 보다.


그렇다면, 덜 갖춰진 현재라는 환경보다도 미래에 대한 기대를 품은 마음이 지금의 내 행동에도 더 큰 영향을 주는 걸까? 우울해질 것 같은 날에는 그런 꿈과 희망(욕망?)을 마음의 카트에 주워 담으며 따스한 봄날이 곧 오리라 믿어봐야겠다. 적어도 그러면 기다림의 즐거움에라도 흠뻑 취할 수 있지 않을까. 그중에 몇 가지는 내 손안에 들어올지도 모르고, 다 결국 놓는다고 해도 고민하고 담던 그 순간의 즐거움은 분명 느꼈으니까 마냥 아깝지만은 않을 것 같다.

영화에서 상점을 휩쓸며 실컷 쇼핑하는 주인공은 묘한 쾌감을 주곤 했다. 점원이나 다른 손님의 눈치도 안보고 시간 제약도 없이 카트에 물건을 담았다 빼는 것은 하나의 놀이 같다.

이미 한번 내 마음에 스며든 봄은, 진짜 봄이 오고 지나갈 때까지 떠나지 않을 듯싶다. 잠들기 전에 내 장바구니/카트나 한 번 더 보며 놀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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