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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에 대하여

실패와 실망을 지나

by 겨울새 Winter Robin

얼마 전에 용기를 내어 공약을 걸었다.

약 3주 동안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고

구독자 수가 늘어나는지 관찰해 볼 생각이었다.


그러나 결과는

실. 패.


수치로 보이는 결과를 내고 싶었지만

결국 발표에 쓸 자료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발표는 전혀 다른 주제로 끝마쳤다. 씁쓸하다.)


작가의 서랍 속 글의 개수는 늘었다.

특히 마지막 발행글을 쓰고 난 뒤 며칠 동안은

하루에도 몇 개씩 늘어갔다.


하지만.


(Pixabay)

연습글은 잔뜩 써봤자

발행하지 않으면 소용없다.

카운트에 들어가지 않는다.


더 큰 문제는

결심을 불이행 이후의 마음이다.


매일 플래너에

브런치스토리에 글 한편 올리기로 적어놓고는

가위표를 쳐서 결국 못했다는 걸 표시하는 행위.


처음에는 일말의 죄책감 비슷한 게 있었지만

일주일, 그리고 또 일주일,

시간이 지나가며 그냥 가위표를 치는 게 익숙해졌다.


아, 맞다, 쓰기로 했지.

뭐, 어제도 그랬는걸.

올리는 게 되려 이상한 걸지도.


그 정도에서 멈추는 게 당연한 패턴.


처음에나 스스로에 대한 실망으로 낙담했지

갈수록 "내가 그럼 그렇지"하고

스스로에게 실망하는 것이 오히려 자연스러워진다.


그렇다면 나는 왜 플래너에 계속

브런치스토리에 글을 올리자고 적고 있는가?


여전히 쓰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잘" 쓰고 싶고

그러다 보니 "많이" "길게" 쓰고 싶다.


오늘도 세줄만 쓰자, 결심했건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결국 세줄보단 길어졌다.

브런치스토리에는 짧지만 강렬한 글이 넘쳐난다.

짧다고 못난 글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알고 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한 약속도 못 지키는 나는

다시 글을 쓸 자격이 있는가?


한번 나를 이런 프레임으로 보니

더욱더 글을 발행할 수 없었다.

대단한 글도 아닌 글을

이제야 올리는 나는 과연 작가인가.


그냥 저장만 하고 오늘도 이 글은

작가의 서랍으로 넣어버릴까,

오늘도 강한 유혹이 든다.


오늘은 그 유혹을 견뎌보자.


그 대신,

완성에 익숙해지자.


완벽이 아니라 단순히 완성으로 족하다.

그걸로 충분하다.

완성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이 완성은 "발행" 버튼 끝에 있다.


이제 이만

누르러 가보겠다.


오늘은 꼭 완성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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