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에 느끼는 가을의 조짐
어제까진 온실 같던 공기가
오늘은 흐름이 생겼다.
덥지 않은 건 아니다.
그저, 정체된 공기 속에
실낱 같은 바람이 섞여 흐르는 걸 감지했다.
순간 반갑다가도
가슴이 서늘해진다.
두어 달이면
이 더위가 물러나고
선선해지면
그만큼 시간이 흘러갔다는 것일 테니까.
모두가 그렇겠지만,
올해 안에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
그 가능성은 여름의 끝자락에 달렸다.
가을이 오면
올해의 마지막 청사진이 나온다는 뜻이다.
어느 정도 수정이야
노력 여하에 걸려있겠지만
굵직한 건 정해지는 것이다.
여름이 지나갈 때.
또다시,
바람이 불었다.
어제보다 땀이 덜 나는 것 같다.
아직 덥지만
숨은 잘 쉬어지는 것 같다.
지난날은 어쩔 수 없지만,
가을이 곧 성큼 다가온다는 것만큼은
명심하자.
바람이 살결에 스칠 때,
가슴이 싸늘하게 식던
그 느낌을 떠올리자.
나의 한여름이
나의 가을을,
그리고 그 뒤를 따를 겨울을 위한
밑그림이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