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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물물 Mar 19. 2020

5. Lift our spirits!

부디 모두 안전하고 건강하길

친구가 말했다.
“We need to lift our spirits”
(우리 기운 내자)

패서디나, 내가 사는 동네에도 확진자가 1명 나왔다는 뉴스 보도를 시작으로, 회사들은 재택근무를 시작하고 학교들은 줄줄이 휴교를 발표했다. 그제부터는 모든 식당에서 포장을 제외하고는 자리에 앉아 식사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코로나19의 세계 유행 소식이 전해지면서, 사람들은 마트에서 생필품들을 사재기 하기 시작했는데 남편과 나는 ‘저렇게까지 물건을 쓸어 담아야 하나’ 생각하면서 크게 걱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아뿔싸, 다른 지역에는 이동 제한이 걸렸다고 하니 그러다 마트가 문을 닫을까봐 미리 사재기했던 것이었나. 한 발, 아니 많이 뒤처진 느낌이다.
미리 체크해 두지 못한 탓에 화장실 휴지가 똑 떨어졌는데, 쌓아두려는 목적이 아니라 당장 쓸 휴지를 사려고 하지만 동네 마트에 온통 돌아다녀도 휴지를 구할 수 없었다. 이렇게 필요한 물건을 구할 수 없을 정도로 확진자가 많은 상황은 아닌데, 바이러스가 더 크게 확산되는 것을 막고자 일찍 강경한 조치가 취해졌나 보다.

그러는 와중에 집에는 학교를 가지 않아 늘어지고 있는 꼬맹이 둘이 있다. 아이들 뭔가 챙겨 먹이고, 늘어놓은 것들을 중간중간 치우며 놀아주다 보니 너무나 정신이 없어서 밖이 어떤지 눈으로 확인하지 못했는데, 텅 빈 거리를 보니 덜컥 겁이 났다.

‘지금 무얼 해야 할까’ 생각하다가, 움직이기로 했다. 집에서. 어차피 어디 나가서 다닐 수도 없으니 집에서 움직여야지 어떡해.
그래서 샤워를 했다. 샤워를 하고 깨끗이 옷을 갈아입고, 로션을 발랐다. 산뜻한 색의 립도 발랐다.
평소에는 후줄근하게 있지만 이런 때일수록 더 잘 챙겨야지 싶었다. 아이들 손톱도 싹 깎아 주었다.

남편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원두를 갈아 커피를 내렸다. 집에 커피 향이 가득했다.

그러고는 사람들과 연락했다. 집에만 있는 이웃끼리 음식과 필요를 나누고, 소식을 나눴다.
문자 메시지가 여럿 오갔다.

“애들 학교 휴교했는데, 지내기 어때요?”
“잘 지내고 있어?”
“How is everyone doing?”

진지하게 혹은 농담을 섞어서 불안을 토로했다. 그러고는 격려했다. 괜찮아지면 함께 커피 마시자고, 기분전환이 정말 필요하다고도 했다.
휴지가 없다고 sos를 치자, 라윤이네는 휴지를 가져다주었고, 또 이레네가 집 청소용 소독 티슈가 없다고 해서 우리 집에 있는 것을 한 통 주었다.
신랑과 한국에서 인연이 있던 맹자매는 지금 귀하디 귀한 휴대용 손 소독제를 세 개나! 공수해 주었다.
Liz가 필요한 게 있냐고 물어와서 휴지가 없었는데 누구에게 얻었다고 하니, 그마저 떨어지면 자기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하진이 학교 선생님은 집에서 아이들 그림책을 읽어주는 story time 동영상을 올렸고 집에서 활동할 것도 첨부해주었다.

얼마나 나빠질지 모르는 상황은 정말 겁이 나고 불안하게 만들지만, 이미 알고 있는 따뜻한 이웃들이 이 불안을 잠재운다.

한국에서도 많은 연락을 받았다. 아마 한국에 보도되는 미국의 상황이 꽤나 흉흉하기 때문인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긴 하다. 마트에 가면 바로 체감이 된다. 신랑은 물과 휴지를 사려고 아침 일찍 costco에 나갔다가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는 것을 보고는 여기가 제일 위험하겠다며 차를 돌려서 나왔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얼굴을 보고 안부를 묻고 평소처럼 지낼 수는 없지만 (아, 평소에도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났던 것은 아니지) 잘 있느냐고 오고 가는 ‘연락’들이 그야말로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준다. 불안해하고 걱정하는 것이 혼자만은 아니라고, 그리고 또 함께 두려워하는 것뿐만 아니라 서로를 위하고 격려할 준비가 되어 있다고, 그러고 있다고.


정말 정말 우리의 정신을 드높여야 할 때.
부디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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