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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까짓것 Dec 23. 2019

순댓국집 산수갑산

02 힙지로 이야기

음식은 추억이다. 허기진 배를 채웠던 음식은 맛도 좋지만 마음을 후비는 무언가가 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 중에 하나가 순댓국이다. 군대를 제대하고 복학까지 몇 개월 동안 독서실에서 공부하며 근처에 있는 시장에서 순댓국을 많이 먹었다. 무언가를 많이 먹으면 반응이 두 가지다. 질려서 안 먹거나 아니면 입맛이 들어 잘 먹거나인데 나는 후자였다.


이런 추억으로 웬만한 순댓국집은 다 다녔다. 이번에는 힙지로 세운상가 근처에 있는 산수갑산을 갔다. 일단 이름이 마음에 든다. 순댓국집에 어울리지는 않지만, 왠지 산수갑산을 경험하고 한 그릇 먹으러 찾아오는 느낌이 든다.


저녁인데도 사람이 길게 늘어서 있다. 기다리는 동안 인쇄소에서 나는 잉크 냄새가 났다. 주변이 온통 오래된 노포가 즐비하고 바로 옆에는 세운상가를 개조한 호텔이 있다. 사장님의 안내로 점포 안으로 들어가니, 순대를 자르고 있는 주방 아주머니들이 무려 세 명이나 보였다. 나는 다락같은 이층으로 안내되었다. 신발을 벗고 고개를 숙이며 겨우 자리를 잡았다. 사장님은 이곳을 인수하여 삼십 년 넘게 운영하였다고 한다. 젊은 친구들에게 돈 아끼라고 하며 조금만 시키라고 여유를 부린다.



순댓국은 새우젓으로 간을 하게 된다. 먼저 국물을 먹어보니 약간 달은 느낌이 있으면서 느끼하지는 않았다. 가벼운 돼지 냄새가 코끝을 자극했다. 큼지막하게 자른 무김치, 작고 매운 고추와 양배추, 허술하게 담은 김치, 마늘종과 마늘 등이 반찬으로 나왔다. 밥을 말고 찰진 아바이 순대와 자른 고기를 섞어 먹었다. 고깃국물인데도 먹고 나서 입이 개운했다. 좋은 와인은 뒷맛이 개운하듯, 좋은 국밥 종류 음식은 뒷맛이 깔끔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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