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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콩가루두스푼 Nov 10. 2022

구축 상가의 재탄생

내 명의의 부동산이 드디어 생기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난 이후부터 어느 순간부터 집이 아닌 내 명의로 된 다른 공간에서의 부동산을 갖고 싶다는 생각이 아주 강하게 들었다.


그러나 생각 외로 부동산 가격은 감히 내가 접근할 수 없을 만큼 비쌌고 아무리 싼 최저가 부동산 매물을 찾아봐도 비벼볼 만한 매물조차 없었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매물을 인터넷으로 약 십여 년간 심심하면 찾아보고 로드뷰로 구석구석 훑어보며, 휴식 시간을 보내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하지만, 가끔 정말싸고 특이한 매물들이 보여서 관심을 가지고 현장도 가보고 어떻게 하면 저돈을 만들어서 인수할 수 없을 까하는 고민을 몇번 시도했던적은 있다. 한번은 대출까지 알아보고 계약직전에 다른 사람에게 팔려버린 매물도 있었고 말이다. 


그렇게 십여 년도 넘게 휴식 때의 루틴으로 인터넷 부동산 매물을 보고 있던 중... 집과 회사도 가까운 곳에 한 매물이 눈에 들어왔다. 고진감래라고 했던가..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매물을 찾아보고 했는데 정말로 이런 게 나에게 보일 줄이야,, 전국 매물을 인터넷상에서 다 뒤져도 이보다 더 가성비 좋은 매물이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확신이 오는 매물이었다. 매물의 내용은 이랬다.


수도권 인천에 위치해있고 역도 차로 5분 정도 거리에 대로변에 입지 해 있고, 주변에 대단지 아파트도 있었고, 인근에는 공업단지라 크고 작은 회사들도 꽤나 많이 있는 곳이었다.

대지는 15평(약 50m2)에 건평은 2층 합쳐 26평(약 86m2) 정도 되었고, 용도는 1,2 층 전체가 1종 근린 상가였다. 그것도 구분형이 아닌 단독 건물의 단독 상가... 불법건축물도 없었고 문제 되는 부분 없는 깔끔한 부동산이었다. 단지 오래된 것이 문제일 뿐이었다.


로드뷰로 찍어보는 순간 가격이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내가 원하던 가격이었다. 그 즉시 차를 몰고 현장으로 출발했다. 그런데. 그 매물 상가건물 앞에 도착하니 이미, 벤츠 한 대가 세워져 있고, 투자자로 보이는 사람 몇이 거기를 둘러보고 있었다. 그것을 보는 순간 나는 아차, 이매물 놓치겠다 싶어 바로 부동산에 전화를 걸었다.


매물을 관리하는 부동산은 문의 전화가 있었는데 아직 계약 진행된 건은 없다고 하였다. 유선상으로 나는 말했다. 이매물 제가 반드시 구매할 테니 나갔다고 해주시고 지금 바로 계약을 원한다고 말하고는 부동산 사장님과 함께 만나 매물 내부을 볼 수 있었다.

건물 외부 모습


2층 공사 시작전 내부 모습


역시나 내부는 보나 마나 귀신의 집같이 느껴질 정도로 엉망이었고 세월의 흔적들은 거스를 수 없었다. 수년간 사람도 살지 않았고 상가로도 이용되지 못한 폐가 수준이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수십 년 전에는 슈퍼마켓이었다가 이후에는 식당으로 쓰이다가 지금은 안 쓰는 공실이 되었다고 했다.

건물이 워낙 오래되고 인천에 있는 부동산이라 그런지, 한편으로는 일제강점기 풍의 창문과 분위기가 곳곳에서 느껴지는 특이한 건물이었다.


오래도록 안 쓰고 낡은 천장과 층고도 낮고 애매한 건물 구조긴 하지만, 나는 그 광경에서도 구조와 위치를 잘만 다듬으면 물건이 되겠다고 머릿속으로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이런 부동산을 사본적도 없고, 꾸며본 적도 없으며, 공사도 안 해본 나로서는 부담감도 크게 느껴졌다. 과연 이것을 잘 만들어서 뭔가를 이뤄낼 수 있을 까? 하는 생각... 그럼에도 아파트가 아닌 내소유의 단독 부동산을 갖는 꿈을 이루기 위해 계약을 바로 하였고 이날 한 번에 잔금도 치르고 바로 등기까지 치고 싶었으나, 부동산 주인의 사정으로 잔금일은 한 달 뒤로 잡고 아쉽지만 집으로 돌아왔다.


<부동산 선택시 체크사항>

- 부동산 위치, 입지 주변 접근성과 주차관련 여건 파악

- 주변 시세와 인근 시세 대비 가성비

- 미래 발전가능성과 개발 계획 등 파악

- 해당 부동산 지역과 위치에 대한 이해도와 역사 파악

- 매수 대상 부동산의 활용성과 본인만의 활용계획


<부동산 계약시 체크사항>

- 신분증과 등기부상 동일인 인지

- 담보나 등기 현황 파악

- 당일 날짜 등기 재확인

- 계약 시 혹시 모를 불안요소 계약서 상에 표시하여 책임소재 분명히

- 불법 건축물 또는 불법요소 파악


그 후, 잔금일 전까지 혹시나 부동산 주인이 마음이 바뀌어 안 판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그리고 계약 취소하고 다른 사람에게 더비싸게 팔겠다고 하면 어떻게 하지? 라는 걱정과 불안함 그리고 내 것이 진짜 된다라는 기대감에 잠도 잘 이루지 못했다.


드디어 고대하던 한 달 후 잔금을 무사히 치르고 나는 바로 리모델링 업자를 앱과 인터넷을 통해 찾아보기 시작했다. 잔금 전에 미리 찾아볼 수도 있었겠지만, 불안함과 기대감에 여유가 없었고, 확실하게 내 것이 아닌 상태에서 무엇인가를 시작하기는 싫었다.


리모델링 검색도 해보고 유튜브도 보고 했지만, 완전히 내 소유가 된 이후 앱을 통해 몇몇 업체를 미팅한 결과 그중에 가장 자신감 있어하고 일을 현장에서 얼마나 고되게 했을지 예상될 정도의 거친 손과 새카맣게 변해있는 손톱을 가진 실장님을 선택하여 진행해보기로 했다.  다른 두 군데 업체도 현장을 보고 갔는데 자신 없어하고, 애매하다고만 말하고 예산을 말해주면 글세요..라고만 답해서 내키지 않았고, 이번에 선택한 업체 실장님은 가능하다 해보겠다고 적극적인 대시를 하여, 결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제일 처음일은 안에 필요 없는 것들은 모두 철거를 하기 시작했고, 벽에 묵은 곰팡이들도 제거를 조금 해주고, 새단장을 할 준비를 시작했다.

 

<리모델링 전 체크>

- 대수선 공사인지 단순 리모델링인지 확인 후 신고가 필요하면 신고하고 정식 업체를 이용

- 단순 리모델링 수준이면 비교견적은 하되 반드시 계약서 날인하고 진행하기 (여러 업체 미팅)

- 공사업체 사업자와 공사 실제 진행자 동일인 여부 파악(다를 경우 대부분 문제 생김, 계약서도 문제 생김, 책임소제)

2층 내부 철거 중
2층 내부 철거중
1층 내부 곰팡이 제거작업


이 건물은 목조 + 블록을 사용하여 지어져 있던 건물이라 구조도 그렇고 조금 독특했다. 1955년도에 건축되어 천장고도 아주 낮아서 손을 들면 천장이 만져지는 높이였고, 1층을 여러 공간으로 되어 있었으며, 여길 터서 넓게 만들고 싶었으나, 기둥 역할까지 하는 중간 벽들을 철거하면 위험하다고 판단하여 기존 레이아웃 그대로 리모델링을 해나가기로 결정했다.


대수선 공사도 아니고 내부 위주의 리모델링이다 보니, 나무무늬가 돋보이는 원목판을 이용하여 기둥들을 감쌌고, 편백나무를 활용하여 구석이나 문을 제작하여 외관이 좋고 향도 느낄 수 있는 자재를 쓰기도 하였다.

1층 천장이면서 2층의 바닥인 면은 나무마루 형식이라 뼈대로 보강하고, 오래된 전기라인들도 싹 다 교체하였다. 하면 할수록 손댈 곳이 하나둘 생기게 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 열리면서 하나하나 손보지 않으면 문제 되는 부분이 발생하므로 하는 길에 이것도 저것도 하다 보면 예상했던 견적보다는 항상 더나 올 때가 많다. 이러한 부분 때문에라도 계약 단계에서부터 견적 뽑을 때도 꼼꼼하게 구체적으로 범위를 잘 계약해서 진행해야 한다.


1층 전기 공사

그렇게 안전과 현장의 상황에 맞게 기존의 틀을 최대한 살리면서 리모델링을 진행하였고 무난히 잘 돼가나 싶을 때 역시나 리모델링 업체가 속을 썩이기 시작했다. 처음에 선수금으로 달라고 하고 중도금과 잔금 형식으로 계약을 하였는데 도장도 안 찍어 주었고, 공사는 시작했는데 공사 기일은 차일피일 미뤄지더니, 중간에 조금씩 돈을 주면 시작하고 멈추고를 반복하였으며, 공사 퀄리티는 마음에도 들지 않았다.


마무리가 안되고 있는 1층
85% 수준의 공정률에서 마무리가 안되고 있는 2층


원래는 1달 정도를 예상했던 공사 기일은 2달도 훌쩍 넘어갔고, 3개월째 돼서야 85% 수준 정도에서 도저히 진척이 되지 않았다. 공사 담당 실장을 어르고 달래고 보채기도 하면서 조금조금씩 90% 정도 하고 내가 포기하게 되었다. 더 이상은 지치기도 싫고 들어간 돈만큼은 되었다고 판단하여, 더 이상의 스트레스는 받기 싫어서 그만하시고 이제 오지 말아 달라고 하고 정리한 후 마무리 공사는 옛날에 아시던 건축업체 사장님이 계셨는데 다행히 연락이 되어 그분에게 맡기고 마무리가 되었다. 추가 비용이 더들어가긴 했지만..


아무튼 예상대로 진행도 안되고 시간도 더 걸리고 중간에 업자도 바뀌고 하다 보니 계획했던 예산보다 훨씬 초과되었고, 생각했던 것 처럼 막상 리모델링이 끝나도 임대가 잘안나가서 고심하기도 했지만, 보러오는 사람은 많아서 이는 위치나 입지가 나쁘지않다고 볼 수 있는 것 이어서 이번 부동산 투자가 성공적인 방향으로 느껴지고 있었다. 이후 수많은 사람들이 오갔고 문의가 지속되었으며, 카페나 식당으로의 임대로 협의를 하다가, 최종적으로 쇼핑몰 사무실이 들어왔다. 


중간에 재미있는 일이 있었는데, 리모델링이 끝난 직후 하루빨리 임대를 주고싶은 마음에 주변시세에 맞추어 싸게 내놓았었다. 그런데 막상 빨리 나갈 줄 알았던 예상은 빗나가고 보러 오는 사람만 엄청나게 많았었고, 설명하고 했던말 또하고 계약도 진행되지 않고 매번 이런 상황이 오니 가격이 싸다고 임대가 나가는 것이 아니라, 상가는 임자가 있어야 나가는 것이라고 나는 스스로 판단했고, 바로 부동산에 연락해서 기존에 내놓은 보증금과 월임대료보다 원래 내가 생각하는 수준에 맞는 금액으로 조정해서 올렸다. 


부동산에서는 보통 임대가 안나가는 물건의 경우 금액을 낮춰서 내놓거나 홍보를 하는데, 왜 사장님은 금액을 다시 올리는지 조금은 황당?해 하는 분위기도 다소 있긴 했었다. 

하지만, 전보다 가격을 올린 임대 매물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보러오는 사람는 꾸준했고, 결국 지금의 세입자 분께서 이 상가의 구조와 특색 활용성을 보고 계약을 하시게 되었다.

요즘같이 불경기에 공실도 많은 시대에 공실이 아닌 것만 해도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지금의 세입자 분께 항상 감사하고 지내고 있으며, 상가관련 관리에 대해 더욱 신경써드리고 필요한 것 있으면 적극적으로 대응 해드리면서 잘 지내고 있다. 


<임대 놓을 시 체크사항>

- 주변 시세를 보긴 하지만, 자기 건물의 가치는 자기가 결정함으로 스스로 보증금과 월 임대료 책정할 것

- 마음 급하게 세입자부터 받지 않을 것. 자기 상가의 용도와 주변 지역 그리고 상호 간 발전을 위해 윈윈 할 수 있는 업종이 들어오는 쪽이 더욱 도움이 된다.


이제는 성실히 대출금만 잘 갚는 일만 남았다... ㅡㅡ;;


드디어 마무리된 2층 모습
편백나무로 테라스  문도 만들어 주었다.
조그만 테라스도 만들어서 공간 활용도를 높였다.


1층 한쪽 공간은 개인 사무실로 꾸며서 사용 중이다.


1층과 2층 레이아웃 / 건평은 26평 / 1층 약 15평, 2층 약 11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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