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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밀 Dec 03. 2022

MBTI와 현실고증

S(감각)-N(직관)의 쓸모


 MBTI를 논할 때 대부분 주춤하게 되는 지표는 아마도 S(감각)-N(직관)이 아닐까.

 에너지 방향에 따른 내향-외향이나 판단기능의 주체인 감정(F)-사고(T), 일상에서 채택하는 생활양식에 관한 판단(J)-인식(P)에 비해 상대적으로 S-N은 경계를 짓기가 모호한 편이다.


 어떤 대상을 인식할 때 감각과 직관 중 아무래도 사용이 빈번한 쪽이 있을 것이다. 자신만의 선호도가 존재한다. 가령 내가 나를 알다가도 모르겠거나 지나친 자기보고 방식이 못미덥다면, 가까운 지인이 그 해답을 제시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감에 의존하며 지금, 현재에 집중하는 경우는 S형에, 영감을 중시하며 비약과 암시를 통해 미래를 내다보는 일에 능하다면 N형에 속한다.

 내 경우는 현실과 절충한 삶을 살지만, 그럼에도 이상을 완전히 저버리지 못해 늘 뭔가를 사부작대는 쪽이다. ISFP-T 중 내향(I), 감정(F), 인식(P)은 상대적으로 편향된 값을 갖는 것에 비해 S와 N의 비율은 6:4 정도로 엇비슷하게 나온다.


알록달록, 시선을 끄는 스팟


 일례로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밑그림을 잘 펼쳐 보이지 못하는 면은 S형에 가깝지만, 실제 보이는 것 이면에 관심을 두고 비유적 묘사를 선호하는 점은 N형과 닮아있다. 구체적인 것을 취하더라도 그것을 드러내는 과정에서 추상적으로 뭉개는 경우가 더러 있다. 표현의 미숙함도 이유이겠지만, 낱알 하나하나 부연하는 것도 정서에 맞지 않는다.


 그럼에도 S-N 중에 나의 대표성을 감각형(S)으로 볼 수 있는 결정적 이유는 If 질문에 취약하기 때문으로 본다. 망상을 즐겨하지만, 그것이 가정형의 질문으로 잘 이어지지는 않는다. 물론 편향된 P값(인식형)이 뒷심 부족의 근거로 작용하는 것도 분명 존재한다.

 감각형(S)이 싫어하는 대표적인 질문 중에 이런 것이 있다.

내일 로또에 당첨된다면, 어떻게 할 거야?


 나 역시 이 질문세례를 받은 적이 있는데 대체 왜 그런 걸 묻는지 의구심과 역정이 뒤엉켜 "로또의 확률을 믿고 사는 거냐", "거기까지 생각해본 적 없는데" 정도의 모난 대답으로 회피한 경험이 있다. 실현 불능에 가까운 일에 에너지를 소모할 필요를 못 느끼는 현실주의자는 판타지나 SF영화보다는 인간극장과 다큐에 흠뻑 취하는 쪽이다. (쓰다 보니 앞서 언급한 S:N 비율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



 

 근시안적 사고에 갇히면, 이때다 싶어 물귀신 작전으로 발목잡는 S(감각)로부터 아득히 도망치고 싶어진다. 직관형(N)에 비해 사회적 민감도 또한 높은 편이라 고단한 현대 사회에서 여러모로 에너지 소진이 빠른 타입이다. 물론 이는 감각형(S) 단독의 문제라기보다는 다른 지표와의 조합에 따른 것으로 보는 것이 맞겠다.


 같은 유형의 누군가에게 깊은 동질감을 느껴 그것이 내 MBTI 세계관을 더욱 공고히 만들 때 부쩍 현실 고증을 실감한다. 각자가 처한 환경이 다 다르고, 내 안의 나조차 어제의 직관(N)은 온데간데 없어 오늘의 감각(S)만으로 하루를 날지라도 개의치 않을 삶이다. 고정되지 않은 쓸모가 날마다 피고지는 동안 그저 적소에 발휘되기를 바란다.




사진: Unsplash@Nikita_Kachanovsk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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