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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쉑터 Jan 19. 2020

영화 미드웨이



미드웨이 해전, 그것은 20세기 전쟁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이다. 직접적으로 알지는 못해도 미드웨이 해전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전쟁(戰爭)에서 일어나는 행위에서 전투(戰鬪)는 전쟁의 그 흐름 속에 하나이다. 전투에서 일어나는 행위가 전쟁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도 있고, 혹은 그냥 그대로 스쳐가는 수도 있다. 전투 과정에서 일어나는 전략전술이 전쟁의 흐름에서 크게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임진왜란에서 이순신이 왜군에게 가장 큰 타격을 준 것은 첫 전투 승리인 옥포해전, 한산도대첩, 명량해전이다. 그것은 조선이란 국가가 이때까지 계속 패배하다가 처음으로 옥포해전에서 승리를 거두고, 한산도대첩으로 해상권을 제압하며, 정유재란 이후 명량해전에서 전쟁의 기세를 바꾼 점이다.     


육상전투와 다르게 해상전투에서 거둔 승리란 그 가치가 매우 크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육군이 해상에서 싸울 수 없고, 공군이 해상에 투입해도 장기적으로 공중작전을 수행하기가 어렵다. 해상전투의 전략적인 가치는 해상이란 공간이 육상처럼 지지 공간이 있는 게 아니고, 공중처럼 비상할 수 없다. 해전의 가치란 바로 이런 특성이 존재한다. 게다가 보급적인 요소도 중요하다. 공중 수송기로 보급할 수 있는 물량과 전투력은 매우 한정적이나, 해상 선박으로 이동하는 병력과 물자는 매우 크다. 해상이 봉쇄된다는 것은 전략적으로 전투력 배치나 보급 노선이 끊기는 것이다.     



영화 <미드웨이>, 사실 왜 2차 세계대전에서 일본은 패망의 길로 가게 되었는지 잘 생각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이다. 20세기 위대한 영화 중에 <도라도라도라>라는 작품이 있다. 일본군이 미군이 주둔한 진주만 습격을 다룬 영화이다. 진주만 전투의 패배로 미군은 2차 세계대전을 참전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가쓰라-태프트 밀약 이후 일본에 대한 동맹을 지키는 것처럼 보여도 속내는 다를 것이라 여겼다. 그 이유는 앵글로색슨 계통 그리고 백인 우월적 가치를 지닌 미국이란 국가가 영국을 비롯한 유럽이 2차 대전의 불길에 고통을 받는데, 정치권에서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단지 전투 과정에서 첩보와 전략은 서로 다른 쪽으로 볼 수 있다고 여긴다. 미국 영화를 보면 2차 대전 시 적국 국가에 대한 적대심이 묘하게 숨어 있고, 진주만이란 치욕에 대해 은근히 신경 쓰는 것을 볼 수 있다. 진주만에서 폭격이 일어난 이유는 일본의 군수물자와 관련하여 제일 중요한 석유가 문제였다. 석유를 정제하면 등유, 경유, 휘발유, 제트유 등이 구분된다. 19세기 산업혁명 이후 에너지의 공급은 석탄이 기반했다면 그 힘을 더 살린 것은 석유이다. 자동차와 비행기가 나오고, 대형 선박이 바다를 누빈다. 하지만 그 힘은 석유에서 정제된 각종 오일들이다. 미국이 2차 대전 중에 밀약 동맹을 맺은 일본에게 전쟁의 원동력이 되는 기름을 제한적으로 통제하기 시작한다.     


군대에서 전쟁 상황만이 아니라 평시에도 보급과 관련된 군수 전략은 매우 중요하다. 군수작전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전쟁은 패배한다. 총알이 공급되지 적에게 대항할 수 없고. 식량이 없다면 병력은 금방 무력화된다. 기름이 없다면 항공기와 탱크는 움직이지 못한다. 근대 이전의 전쟁은 총과 칼이 중심이 되어 인간이 직접 무기를 지니고 싸우지만, 근대화 이후 전쟁은 도구의 기능과 활용이 승패의 좌우가 된다. 21세기는 그 이상으로 전자 전파로 통한 첨단화로 전쟁의 승기를 좌우한다.     



미드웨이 해전은 그런 역사적 과정에서 본다면 근대화 이후 전쟁이다. 잠수정이 등장하고, 고정익 항공기 성능과 그나마 파일럿의 조종술이 전투의 흐름을 바꾼다. 영화 <미드웨이>는 제목 그대로 미드웨이 해전을 다룬 작품이다. 해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해전을 지휘하는 사령관이 탑승한 모항, 그리고 사령관 명령에 따라 적을 타격하는 전투기이다. 공군이 창설되기 전 전투기 조종사는 해군이 더 우세한 것 같다. 현재 제트엔진을 탑재한 전투기가 일반 활주로에서 이착륙하기 위해선 6000ft가 필요하나, 해군은 항공모항에서 이착륙하므로 그보다 짧다. 과주로가 없기에 전투기 바퀴를 걸어 브레이크를 거는 방법이 있지만, 그 상황에서 이착륙할 수 있는 것은 조종사의 역량이다.     


영화 <미드웨이>는 말한다. 진주만 습격 이후 미 해군이 제대로 운영할 수 있는 전함은 거의 없고, 전투기도 그만큼 받쳐주지 않으며, 게다가 병력과 물량이 일본군이 우세했다. 질 것 같은 해상전투였고, 해상전투에서 패배하면 일본군은 태평양을 지나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다. 결국 20세기 중반의 전투는 해상전투가 모든 것을 좌우한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처럼 열도로 이루어진 국가는 해군력이 뒤받쳐주지 않으면 타격할 수 없다. 미드웨이 해전은 바로 해군력의 운용이 어떻게 전투의 흐름을 바꾸지는 알려주는 작품이다.     


항공모함 1척에 소요되는 비용도 어마 하나, 그 안에 움직이는 병력과 군수물자 역시 어마하다. 항공모함 1척 파괴는 국방력에 막강한 손실이고, 전투의 승패까지 좌우한다. 육상전투의 패배는 물러서면 되나, 바다에서는 물러서기가 어렵다. 처음 미군이 진주만에서 겪은 참패의 원인은 바로 정보장교를 신임하지 않아서이다. 과거 일본 내 미국 외교관으로 복무하던 레이튼 소령 말을 제대로 듣지 않았기 때문이다. 영화 처음 레이튼 소령이 초급장교이던 시절을 보면 이 영화에 대해 문득 의문이 들기 시작했다.     


평화를 누구나 원하고,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나, 과연 그런가?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영화감독은 아주 유명한 사람이다. 그 유명한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각본과 감독을 맡았기 때문이다. 공군 출신 대통령이 직접 전투기를 몰고 외계인에게 대항한다는 설정부터 이미 미국 제일의 할리우드 영화제작자이기 때문이다. 본 작품인 <미드웨이>는 전형적인 Narrative적 요소를 잘 반영한 작품이다. 평화로운 세계에 강력한 적의 출현이란 서사적 시작에서 절대적 위기에 봉착하고, 그 결정은 미드웨이 해전의 난투극이다. 그리고 마지막은 결국 평화의 쟁취이다. 아니 더 말하자면 일본군을 응징해야 한다는 서사적 귀결이다.     


영화 평이나 혹은 관객들은 이런 말을 한다. 미드웨이 전투에서 승리했기에 대한민국이 광복을 했다. 하지만 세계사에서 당시 전장의 흐름을 잘 봐야 할 것이다. 공산주의 혁명이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소비에트가 막강한 국가로 부상하고, 동유럽 대부분 소비에트의 영향권에 들어간다. 독일 히틀러가 독소 불가침 조약을 깨고, 소비에트를 침공하여 소비에트는 결국 2차 세계대전에 큰 축으로 움직인다. 자유경제 진영인 미국으로 어떻게 보면 소비에트 연방의 확장을 저지할 명분이 없고, 그 명분은 진주만 습격이다. 전투와 전쟁은 다른 시선과 관점이다.      

전투는 당장의 문제지만, 전쟁은 그 이후의 상황까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보장교 레이튼의 판단력은 정확하고, 워싱턴의 판단은 정확하지 못한다는 모습이 나오나, 그것만으로 전쟁의 전체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 어렵다. 이 영화 보기 전에 <포드 V 페라리>를 보았다. 포드 2세는 자신의 공장을 바라보며, 2차 대전의 승리를 이끈 것은 자신이 소유한 공장의 기술력이 있었기 때문이라 한다. 영화에서 페라리는 이탈리아 회사 메이커이다. 독일, 이탈리아, 일본 3개 연합국에 대항한 국가가 미국인데, 사실 미국은 일본만 아니라 나치 독일과 이탈리아까지 상대했다.      



내 개인적으로 진주만 습격은 가쓰라-태프트 밀약이란 명분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한 방안이 아닌가 한다. 전략에서 군수물자의 중요도를 안다면 굳이 미국이 일본에게 군수물자 보급까지 방해할 이유는 없다. 독일 U-보트는 영국 군함만 아니라 민간 함선의 두려움이었다. 민간 함선의 물품이 결국 군수물자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군수전략에 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다. 영화 <미드웨이>는 미드웨이 해전을 표면적인 요소만 보여준다. 그 전투에서 활약한 조종사, 지휘관 수많은 장병들, 그들의 숭고한 정신은 부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 이면에 보이는 문명의 흐름은 고운 시선으로 보기가 어렵다.     


영화에서 감독이 <인디펜던스 데이>를 만든 것처럼 이 영화는 미국의 위대함을 드러낸다. 적국인 일본은 항공기 수도 많고 조금 더 신형이고, 게다가 미군은 항공모함 수도 적고 조종사도 많이 부족하다. 여기에 지휘관은 병으로 인해 교체되어 매우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 우리가 이긴 이유는 레이튼과 그가 지휘하는 암호해독 병력, 두려움에 지지 않고 출격하는 조종사가 있었다. 그래서인지 일본군이란 적이 매우 훌륭한 방식으로 표현되었다. 적의 해군사령관은 매우 전략적으로 뛰어나고, 전함이 가라앉을 때 자신이 책임지며 젊은 사관들을 퇴선 시켜 미래를 걱정한다.     


적이지만 악으로 규정하기보단 매우 강하고 힘든 적으로 묘사하다. 영화를 보면서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저 군국주의적 요소를 상당히 미화시킨 것만 보인다. 육군항공대가 일본을 폭격하고, 그 폭격지점인 일본 천황이 살고 있는 곳이다. 여기에 큰 충격을 받은 일본군 수뇌의 모습에서 그들의 군국주의는 왠지 모르게 광기에 빠진 것으로 생각하기보단 진정한 군인정신이 소유한 불굴의 사나이처럼 묘사한다. 그런 점은 마지막까지 보여준다. 일본은 적이지만, 미군에게 가장 큰 적이고, 가장 대등한 존재라고 말이다.     



미드웨이 해전에서 미국 전투기가 일본항공모함을 침몰시킨 것으로 만족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었다. 미드웨이 해전은 80년 전에 일어난 전투이나, 지금 일본 정치인들이나 자위대 고급 참모들의 생각 방식은 80년 전과 별반 차이 없다는 점이다.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일본군은 절대적 악의 축인 적이 아닌 그저 대등하고 싸울 맛이 나는 적대국으로 묘사한 것이 상당히 불쾌하다. 미군이 오키나와에서 전투를 펼칠 때 포로나 섬에서 거주하는 민간인을 방패 삼거나 그들의 목숨을 이용하여 미군을 공격했다.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에서 이 영화는 그런 요소를 완전히 배제했다.      


육군 폭격기 부대가 일본 영토에서 폭격을 시도할 때 일본인들은 그저 천황의 안위만 걱정했지, 그 폭격에서 고통받을 일본 민중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영화 자체가 전쟁영웅을 기리기 위해 만들었기에 그런 문제에 대한 고민이 없었다. 물론 육군 폭격 부대 중령이 대륙에서 도망갈 때 일본군 폭격 부대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에 대해 문제를 삼지만, 사실 일본군이 저지른 만행을 생각하면 그 문제는 매우 작은 부분이다. 영화는 CG효과와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었기에 전투 과정은 흥미롭게 그린다. 하지만 그 이면에 가려진 담론은 조금 고민할 필요가 있다.      


최근 미일 보장 조약 60주년으로 다시 새롭게 그 조약을 기리는 미국과 일본의 모습을 보았다. 일본은 과거 미국에 도전하여 큰 참패를 당했지만, 그 교훈에서 받아서인지 미국에 대해 크게 반항하지 않고 오히려 정치적으로 미국을 의존한다. 미국에 패배했지만, 영화 <미드웨이>에서 일본은 전쟁과 전투에서 패배할지언정 자신의 자존감은 오히려 지키고 승리한 것처럼 보인다. 영화는 영화로되, 그 영화에서 보이는 상황적 연출은 영화만의 세계가 아니라 감독과 감독이 느끼는 세상이 반영된 공간이다. 일본 군함들은 침몰해도 일본 군국주의적 마인드는 침몰하지 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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