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yuwan Kim Mar 17. 2024

연극

하이타이

좋은 연극은 자꾸 무대화되기 마련이다. 약간은 촌스런 호랑이가 그려진 포스터와 '하이타이'라는 묘한 제목이 예전부터 눈에 띄었었는데 재공연 된대서 드디어 보러갔다. 미국 텍사스 주에서 Haitai라는 세탁소를 20년 째 운영하던 이만식씨가 한국으로의 영구귀국을 앞두고,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취재하러온 한국 취재진 앞에서 미국까지 흘러온 자신의 인생여정을 고백하면서 연극이 시작된다. 그는 해태 타이거즈팀 초창기부터 응원단장으로 국내에서 유명세를 탄 인물로 임갑교라는 실존인물을 모티브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초창기 프로야구 롯데와 해태팀 간의 묘한 갈등과 대립을 다루며 한국 프로야구의 역사를 정리하려는 건가 싶었는데, 어느 순간 연극은 80년대라는 시대의 핵심을 훅~ 치고들어간다. 한국 프로야구의 탄생 자체가 폭압적이고 무도한 정권의 정치적의도로 시혜처럼 던져진 1982년이라는 시점에서 '야구장 밖에서는 모일수도 구호를 외칠수도 없었던 광주시민들'에게 야구장은 스포츠 이상의 정서적 해방구역할을 했고, 응원가 목포의 눈물은 상대팀에게 혹은 시대에 띄우는 장송곡 역할을 했다고 한다. 왁자지껄한 응원연습과 배우의 너스레로 연극이 진행되면서, 이만식씨가 프로야구 응원으로 전국을 떠도는 동안 고향의 가족들이 오롯이 겪은 518로 그는 어머니와 처자식을 잃은 비극의 주인공임이 드러나는데... 프로야구라는 키워드로 시대를 정리하는 듯하다가 관객의 가슴을 아프게 찌르는 작가의 역량이 범상치 않다. 다만 극의 마지막 부분을 좀 더 간결하게 다듬으면 좋겠다는 생각. 최동원, 선동렬 선수를 비롯한 30명의 등장인물을 소화한 단 한 명의 배우의 역량은 관객들 입이 딱 벌어지게 만든다. 오늘이 재공연 막공이었으니 혹시 놓치신 분들은 다음 재공연을 기다려 보시길...

작가의 이전글 강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