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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yuwan Kim Apr 26. 2024

연극

기도문

연극을 보는 방식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좋아하는 배우들의 작품을 따라가며 보는 것도 그 중 하나일 것이다. 그래서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보게된 작품. 뭔가 관객들을 위한 세심한 위로를 준비하고 있을 것 같던 포스터 분위기와는 달리 연극은 남북한의 분단현실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치 평행이론처럼 되풀이 되는 남북한 두 어머니의 비극을 정면에서 다루고 있다. 무대는 두 개의 딱딱한 나무의자와 간단한 갈대숲 배경, 작은 디지털 액정 화면, 그리고 피아노 한 대가 전부이다. 결국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각각 나무의자에 앉은 배우들의 연기력과 그들이 쏟아내는 말의 힘이다. 북한의 어머니는 인민배우로 활동하다 결혼하여 얻은 아들을 '장군님' 탄신 기념일에 맞춰 무리해서 지으려던 빌딩의 붕괴사고로 잃고, 남한의 어머니는 결혼 5년 만에 귀하게 얻은 외동딸을 한강의 다리붕괴사고로 잃게 된다. 두 어머니는 무대에서 결코 만나지 못하는데, 그리고 이어지는 마지막 피아노 연주... 올해가 벌써 성수대교 붕괴 30년 되는 해란다. 그날 이후에도 여지없이 다른 모습으로 변주되고 반복되었던 억울하고 기막힌 죽음들 앞에 흐르는 슈베르트의 기도문이 추모이자 간절한 기원, 기도의 의미로 묵직하게 다가왔다.

평화롭게 쉬기를, 모든 영혼이여

두려운 고통을 다 겪고,

달콤한 꿈도 끝나버린,

삶에 지쳐서, 태어남도 없이

이 세상에서 떠나간 사람들이여

모든 영혼들이여, 평화롭게 쉬기를

태양을 향하여 웃지도 못하고,

달 아래 가시덤불 위에서 잠 못 이루던 이들,

하나님, 순수한 천국의 빛 가운데

언젠가 당신과 마주하게 되리니

모든, 이 세상을 떠난 이들이여,

모든 영혼들은 평화 속에 안식을


- Schubert, Litane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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