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쟁이 끝난지 70년도 더 지났건만 이 단 한 번의 전쟁은 남북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에 지금까지도 얼마나 큰 상흔을 남긴 것인가? 이 책은 전쟁을 겪은 아버지의 파란만장한 삶을 딸 지형의 눈으로 그려낸 소설이다. 저자가 '나는 이 소설을 쓰기위해 작가가 되었다'고 후기에서 밝히고 있듯이 많은 부분 자전적인 내용이 반영되었을 것이다. 연전에 출간되어 대산문학상을 받았다가 절판된 작품을 이번에 새로 찍었다고 한다.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였으며 더불어 잘사는 세상을 꿈꾸었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겪어야했던 이산과 수많은 가족들의 기막힌 죽음들, 그리고 남쪽에서 새로운 가족들과 살아남기위해 견뎌야했던 모멸의 시간들이 사춘기 소녀의 시선으로 섬세하게 그려진다. 남북 관계는 갈수록 경색되고, 아직도 세상의 한 구석에서는 끊임없이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서 이 책은 전쟁이야 말로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가장 미친짓임을 강렬하게 환기시킨다. 며칠 전 뵜던 강연에서 작가는 자신의 책들 중에서 이 작품은 정말로 많은 독자들을 만나기를 바란다고 하셨다. 가볍지 않은 주제에도 불구하고 잘 읽힌 것은 문체의 힘 때문일까? 이야기의 깊이와 무게도 그렇고, 암튼 우리나라엔 참 좋은 작가들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