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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agette J Dec 17. 2023

다시 한번 신생아 아빠를 해본 소감..

조아현님이 30일이 되던 어느 날..

무슨 자신감인지 호기롭게 아내의 저녁 산책을

허락했다

.

아기 띠와 하나 되어 잠이 든 내 딸 부랴부랴 청소기도 돌리고

그릇을 치워도 백색소음이란 프레임에 씌워져 곤히 잠든

이 친구를 보흐뭇해하며 집안일을 이어간다

.

그런데.. 갑자기 내 코끝을 찡하게 자극하고 발끝에 떨어지는

촉촉한 느낌 아기도 보고 집안일도 잘하려다 보니 고도의

집중력으로 사람의 감각은 잠시 지운 탓일까?

고개를 숙여보니 대변이 범람하여 아기 띠와 바닥에

오염이 된 상태가 되어버렸다

.

아!! 뿔!! 싸!!

1초간 소리를 지르고 냉정하게 이성을 되찾기 시작했다

아이가 1순위이니 욕실로 당장 달려가 아기 띠를 벗기고

아이의 옷을 벗기기 시작했다 하얀 아이의 옷은 노란 옷인 양

염색이 되어 버렸고 기저귀 주변도 초토화되어 손을 쓰기에는

이미 늦어버린 상태였다

.

세면기 풀 파워로 틀고 온도를 조절한다 각도가 조절되는

수도꼭지가 있음에 다시 한번 감사하며 성난 노란 엉덩이의

흔적을 지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로션도 바르고 기저귀도

옷도 갈아입히니 방긋 웃는 아이의 모습 참 이때의 아이들은

일차원적인 욕구에 굉장히 감사하며 사는 것 같다

.

엄마 아빠의 허리를 보호해 주는 기저귀 갈이대에 다시 한번

감사하고 그 위에 나무로 된 코끼리 모빌과 잠시 대화의 시간을

가지게 한 뒤 최초 사건 현장으로 달려간다..

아..! 무심한 나의 감각이여 열 발자국 이상의 범위가 채취와 흔적으로

가득한데 알지 못했다는 게 말이 되나? 나 자신을 원망하며

무표정한 얼굴로 하나하나 차근차근 지우기 시작한다

.

그 와중에 아이의 꺄르르 웃는 모습이 내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노랗게 물든 아이의 옷과 아기 띠

(살아생전 아기 띠 오염 사건은 처음 겪는다)

이런 모든 일련의 세탁 과정은 애벌 손세탁이 있어야 다시 엄마가

만족하는 기준이 충족되기 때문에 열심히 옷을 비빈다

그리고 바닥을 닦고 소독하고 세탁기까지 돌리고 한숨을 돌린다

.

여전히 코끼리 모빌과 대화중인 녀석을 보고 미소를 짓고 있을 때쯤

아내가 돌아온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조금이나마 정돈되고

바뀐 모습으로 인사해 주고 싶었는데 떠나기 전 그 모습만 간신히

유지를 했으니 마음이 편하지가 않다

.

그렇게 바운서에 잠시 몸을 누운 아이에게 시선을 고정하며

하루 종일 있었던 소소한 대화를 하기 시작한다 방금 전 폭풍전야를

맞은 나의 이야기가 모든 엄마들의 일상임을 다시 한번 느끼며

오늘도 수고했다는 어색한 나의 진심이 상대에게 보내진다

.

그래도 머리잊었지만 몸이 기억하는 그 무언가는 정말

대단하다고 느끼며 나 스스로에게 칭찬하 하루를 마무리한다

세월이 지나고 문명과 기술 육아 템이 발전한다고 해도 정말

한 생명을 키우는 건 정말 힘든 일인 것 같다

.

다시 한번 어려운 환경 속에서 나를 키워주신 과거의 부모님과

그들이 낳아서 부모 역할을 하며 고군분투를 하고 있는

현재의 부모님들에게 경의를 표하며 오늘도 날 닮은 내 분신의

함박 미소를 보고 사르르 녹으며 나는 잠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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