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그사이에 컸군요.'
만 6세를 갓 넘은 남자아이가 진료를 위해 왔다. 며칠 전에 혈액검사를 하고 울고 갔던 아이다.
오늘 병원에 온 이유는 예방접종 때문이다. 만 6세가 넘으면 일본뇌염 사백신 4차 접종을 받을 수 있는 시기다.
접종에 적합한 몸 상태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진찰을 하는데, 아이는 등을 굽히고 쪼그려 앉았다.
나는 아이에게 "아들, 허리를 곧추 세우고, 가슴을 쫙 펴야 한단다." 이렇게 이야기하면서 자세를 고쳐주었다.
"무언가 무섭고 두려운 일이 있을 때 허리와 가슴을 딱 펴보렴. 그럼 용기와 자신감이 생긴단다."
진찰이 끝나고 접종을 하기로 결정했다. 나와 아이 사이에 예방 주사가 준비되어 나오자 아이의 눈에서 두려움이 보인다.
"아까, 삼촌이 얘기했지. 두려운 일이 있으면 어떻게 하면 좋다고?"
아이는 고개를 끄덕거리고 허리와 가슴을 딱 폈다.
"따끔-"
아이는 약간의 신음소리를 냈지만, 울지 않았다. 잘 참았다.
순간 보호자인 엄마와 나는 서로 쳐다보고 미소를 지었는데, 서로 같은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아이가 그 사이에 컸군요.'
눈 앞에서 한 단계 성장하는 아이를 보는 놀라움. 아이를 대하는 직업을 가지는 만족감, 행복은 바로 이런 데서 오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