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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함태진 Sep 24. 2023

미국 출장 마지막 날 떠오르는 생각들


출장 일정을 거의 다 마친 토요일. 거대한 콘크리트 숲 같은 뉴욕 도심에 아침부터 비바람이 몰아친다. 기온은 갑자기 뚝 떨어졌고, 길거리 분위기도 을씨년스럽다.


하지만 이번 행사 진행을 돕기 위해 나섰던 여러 기관의 직원들 표정은 날씨와 상관없이 밝기만 하다. 드디어 맞이한 뉴욕에서의 주말을 최대한 만끽하겠다는 각오가 느껴지는 듯하다.




해외시장 개척 등을 위해 이번 행사에 참여한 첨단기술기업의 대표들은 크게 두 부류로 나눌 수 있었다. 나름 산전수전 다 겪어본 50대 이상의 베테랑들과, 젊은 나이에 창업의 길을 선택해서 좌충우돌하며 사업을 일궈가고 있는 젊은 대표들.


그중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듯 보이는 젊은 대표 A가 유독 눈에 밟혔다. 그는 혼자 있을 때가 많았고 표정도 대체로 굳어있었다. 나는 말없이 외로워 보이는 그가 안쓰러워 일부러 다가가서 말을 한번 걸어보았다. 그러자 A 대표는, 비록 수줍어하는 표정이긴 했지만, 마치 ‘얼음땡’ 놀이하듯 굳어있던 표정이 스르르 풀리면서 의외로 자기 이야기를 술술술 잘해서 나를 놀라게 했다.


예상대로 그는 한창 젊은 대표였다. 첨단기술을 적용한 제품을 개발하고서 열심히 시장을 발굴하러 다니는 중인데 사업경험이 부족해서 고군분투하고 있다고 했다. 그리고는 관련 분야에 관해서는 일자무식인 나에게조차 무언가 조언을 얻고 싶은 듯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Boston의 Old State House 꼭대기에 있는 유니콘 동상. (‘유니콘’은 성공한 벤처기업을 상징하기도 한다.)


문득 최근 여러 기사들을 통해 잘 알려진 한국 수재들의 의과대학 선호현상이 떠올랐다. 한국의 머리 좋은 학생들은 죄다 의과대학 진학을 희망하고, 심지어 명문대학의 공대, 자연대 등 이공계 학생들도 학업 중간에 의대 입시에 도전하는 것이 비일비재하다고 한다.


반면 이번 출장 중에 방문했던 ‘하버드 이노베이션 랩 (Harvard Innovation Labs)'에서 들었던 이야기는 무척 대조적이었다. 하버드 대학교의 학생 및 교직원 창업을 지원하기 위해 설립된 이곳에는 하버드 학생 전체의 10%, 하버드 경영대학원 학생의 25% 이상이 가입하여 창업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고, 2022년 한 해에만 약 1,000개에 달하는 하버드 학생 창업 벤처를 도왔다고 한다.


Harvard Innovation Labs




가까이서 지켜보는 창업자들은 뭐랄까, 항상 고민하고 걱정하고 계획하는 모습이다. 한마디로 치열하게 산다. 물론 그중에는 창업해서 크게 성공한 사람들도 있고, 그렇게 성공한 사업가들을 보면 이제는 몸과 마음의 여유가 다소 느껴져서 부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들에게조차도 알고 보면 눈물 없이는 들을 수 없는 과거의 사연들이 다들 한 보따리씩 있다.


창업은 분명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남들이 가지 않은 길을 헤쳐나갈 각오가 되어 있어야 하고, 불확실성과 실패를 마주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나 역시도 불확실성은 끔찍하게 싫어한다. 어쩌면 내가 창업자가 아닌, 월급쟁이 사장이 된 것도 그런 이유와 무관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안정적인 삶을 원해서 의대진학에 목매는 청년들도 이해가 가고, 그래서 창업에 나선 젊은 창업가들은 더더욱 대단하게 보인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우리 인생에 확실한 것이 어디 있으며, 실패라는 것이 어찌 한 번도 없을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의 삶은 마치 지문처럼 그 누구의 삶과도 같지 않은, 오롯이 혼자서 헤쳐나가야 하는 외로운 여정 아닌가. 그런 면에서 우리 각자는 다 우리 인생의 창업자이자 경영자이다. 내 삶에 좀 더 주인의식과 책임감을 갖고 살아야 하는 이유다.


https://brunch.co.kr/@taejin-ham/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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