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사용 설문조사 - 업무 자동화하기
고객의 목소리를 통해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고객의 의견을 듣는 방법 중 하나는 설문조사인데, 2019년 7월부터 쏘카는 첫 사용자에게 만족도 설문을 받기 시작했다. 서비스의 강점, 약점, 만족도를 파악하기 위한 목적이었고, 고객의 목소리를 주기적으로 받고자 하는 니즈가 있어 일회성 설문으로 그치는 것이 아닌 지속적으로 응답을 받아 사내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보자는 목표를 세웠다.
설문 담당자로서 상시 설문조사 응답을 받으며 깨달은 점은 운영에 있어 엄청난 업무 리소스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첫 사용자 만족도 설문조사는 아래 6단계로 진행되는데 3~6단계를 주 1회 또는 월 1회씩 기계적으로 반복해야 하는 것은 시간 낭비로 느껴졌다. 그래서 서베이몽키, 브레이즈, 파이썬, 빅쿼리 그리고 태블로를 활용해 설문 업무를 자동화할 수 있도록 작업에 착수했다.
첫 사용자 만족도 설문조사 작업 6단계 프로세스
1. 설문 기획/설문지 작성
2. 설문지 배포
3. 설문조사 결과 데이터 다운로드
4. 설문조사 결과 가공
5. 설문조사 rawdata 공용 DB 업로드
6. 정기 리포트 작성
쏘카를 비롯한 대부분의 회사는 설문지 기획 시 회원정보 수집 문항을 추가한다. 설문 문항으로 확인할 수 없는 데이터를 보기 위해, 혹은 설문 응답자에게 쿠폰, 기프티콘과 같은 리워드성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과정은 보통 설문 참여자의 '회원 아이디' 또는 '전화번호'를 설문 문항으로 입력받아 회원정보를 수집한 후, 설문조사 결과 가공 단계에서 이를 회원번호로 변환시켜주는 작업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
이때 입력 정보를 회원번호로 변환하는 데 시간적인 리소스가 발생한다는 것 외에 두 가지 문제가 더 발생한다.
첫 번째는 고객이 본인의 회원정보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는 것이다. 쏘카는 이메일 주소로 아이디를 사용한다. 회원 아이디 정보를 검수해보면 네이버와 구글 같은 도메인 주소를 바꿔서 쓰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전화번호 정보 역시 오타 혹은 이전 번호 기입으로 고객 매칭이 불가능해 일부 데이터를 활용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두 번째는 이메일과 전화번호 응답 데이터는 개인 정보라는 점이다. 회원정보 식별을 위해 받는 이메일 주소와 전화번호는 개인 정보로, 설문조사에서 이 문항을 입력한다는 것은 개인 정보 수집과 동일한 의미이다. 법률상 설문조사 등으로 받은 고객 개인 정보는 N개월 이내에 파기해야 한다. 이로 인해 설문조사로 받은 답변들은 일정 기간 이후 파기해야 하며 데이터가 파기되었기에 raw data 열람은 불가능해진다.
쏘카는 설문조사 솔루션인 서베이몽키에서 제공하는 변수 기능을 사용하면서 고객이 개인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회원번호를 수집할 수 있게 되었다. 변수 기능은 설문 URL 뒤에 추적코드 방식으로 삽입되는데, 이 URL로 설문작성을 하면 변수 값이 설문 결과 값에 자동으로 붙게 된다. 고객이 추적코드를 임의로 변조하여 설문에 참여하는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회원번호를 암호화하여 발송했고, 변수를 복호화 한 뒤에 최근 실 사용한 회원이 맞는지도 검증하여 회원정보 신뢰성을 강화했다.
설문은 첫 사용 건의 운행 완료 후 처음 도래하는 오후 1시에 메일/카카오친구톡/문자(LMS) 이렇게 3가지 채널을 믹스하여 발송한다.
매일 오후 1시에 자동 발송할 수 있도록 쏘카는 마케팅 자동화 솔루션인 'Braze'를 사용한다. Braze로 캠페인을 세팅하면, 매일 오후 1시에 대상 타겟에게 자동으로 설문이 발송된다. 메시지 안에 변수값을 삽입할 수 있어 회원번호 변수가 포함된 설문 URL 과 회원 이름을 넣어 개인화했다.
[설문조사 결과 다운로드 → 설문조사 결과 가공 → 데이터베이스 업로드] 3가지의 단계를 파이썬 하나의 파일로 반자동화했다. 파이썬 파일을 매일 실행시키는 배치(봇)도 구현한다면 100% 자동화가 가능하겠지만, 가끔 실행 중 오류가 나오는 단계라 시간이 될 때마다 파이썬 코드 실행 버튼을 눌러 작동시키고 있다. 파이썬을 통해 작업 당 소요되는 시간이 30분 이상 단축되었다는 사실!
내가 사용하는 파이썬 애플리케이션은 ‘colaboratory(이하 줄여서 코랩)’이다. 파이썬 주피터 노트북을 구글 서버에서 가동시켜 사용하는 웹서비스인데, 구글 문서와도 비슷하다. 워드나 엑셀파일을 구글 문서로 작성하는 것처럼 코랩도 PC에 별도 세팅 없이 이용 가능하다. 단점은 빅쿼리 구글 계정 인증을 매번 실행할 때마다 진행해야 되고, 배치파일처럼 일정 주기 자동 실행이 안된다는 점이 있다.
1) 설문조사 결과 다운로드
설문조사 결과를 rawdata로 다운로드 받는 방법은 직관적이지만 매주 혹은 매달 취합하는 담당자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다. 서베이몽키와 같은 설문조사 솔루션에 로그인을 해서 결과를 csv 또는 엑셀파일로 다운로드를 받는 과정을 반복해야 하기 때문이다. 서베이몽키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로그인하는데 몇 분(이메일 인증코드까지 받아야 됨), 파일 다운로드를 기다리는데 1분 남짓 (이때 메일 확인 등 다른 일을 하면서 업무 흐름을 놓침), zip 파일 압축을 풀어주는데 또 1분 남짓. 이렇게 약 5분 넘는 시간을 rawdata를 다운받는 것에 소비한다.
서베이몽키에서는 API를 제공하여 로그인 후 응답 파일 다운로드를 하지 않아도 데이터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서베이몽키 API를 활용한 블로거의 파이썬 코드를 레퍼런스 삼아 응답 결과를 파이썬 데이터로 import했다. 데이터를 불러올 때 기존에 받은 데이터는 호출하지 않도록 처리해 자동으로 중복 응답도 제거할 수 있었다.
2) 설문조사 결과 가공
첫 사용 설문조사는 응답해야 하는 항목이 많고, 심지어 '기타' 와 같이 주관식 항목도 따로 있다. 서베이몽키에서 다운로드 한 파일을 열어보면 영문으로 필드명이 구성되어 있는데 문항과 응답 선택항목이 많으니 직관적이지 않았다. 담당자가 아닌 사람이 보아도 어떤 응답인지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파일 다운로드 후 데이터 가공을 매번 진행해야 됐다.
이 부분도 파이썬으로 자동화를 진행했다. 우선 응답 별로 어떻게 데이터 필드값을 구성할지 기획한 후 import된 데이터를 dataframe 형식으로 가공했다. 이 단계에서 암호화되었던 회원번호도 복호화했다.
3) 설문조사 결과 DB 업로드
가공이 끝난 데이터는 사내 직원들이 보는 데이터베이스로 업로드해야 한다. 쏘카는 조회용 데이터베이스로 빅쿼리를 활용하는데, 팀 별로, 또 용도 별로 데이터 세트가 나누어져 있어 실무자들은 정해진 데이터세트에 데이터를 적재할 수 있다. 파이썬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CRM팀 전용 데이터 세트에 업로드하면 끝!
데이터를 업로드했다고 끝난 것이 아니다. 설문조사를 했으면 그 결과를 잘 활용하기도 해야 하니까. 쏘카 마케팅본부에서는 설문조사 결과를 고객 내부 데이터와 합쳐서 보고자 하는 니즈가 많았다. 예를 들어 첫 운행 목적으로 '여행'을 응답한 사람들의 쿠폰 사용 여부, 대여 기간, 운행 차종, 동승자 여부를 궁금해한다거나 말이다. 이 부분을 추가 작업 없이 쉽게 볼 수 있도록 내부 데이터 매칭 작업도 진행해보았다.
SQL 쿼리로 정의한 가상 테이블인 ‘뷰’로 설문조사 결과 테이블과 고객의 운행 데이터를 join한 것이다. 이 작업 이후, 설문조사에 따른 내부 고객 패턴을 궁금해하는 동료가 있으면 이 뷰를 알려주기만 하면 되어서 업무 효율은 물론 내 업무 시간 단축에도 도움이 되었다.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는 구글 문서의 스프레드시트 혹은 프레젠테이션으로 작성한 뒤 메일로 공유해왔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월간/주간 보고서를 제작하는 것은 해당 기간의 시사점만 제한적으로 본다는 단점이 있었다. 또한 동일한 포맷의 설문조사 보고서가 반복될수록 피로도가 생겨 이를 읽지 않는 사람들이 발생해 보고자의 리소스가 낭비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시각화 도구인 태블로를 활용하여 설문조사 결과 대시보드를 만들었다. 대시보드는 매일 아침 10시마다 현재 시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래프를 자동으로 업데이트 해준다. 검색필터를 상단에 추가해 정기 리포트에선 알기 어려웠던 시즌별/세그먼트별 설문 결과 취합도 쉽게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보고자는 정기적으로 데이터를 정리할 필요가 없어졌다. 태블로를 사용하기 전에는 보고서 작성에만 1시간 이상 소요하였으나, 현재는 따로 시간을 쓰고 있지 않다. 또한 열람자도 대시보드 url로 직접 쉽게 데이터에 접근해서, 원하는 조건의 최신 데이터를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해졌다.
서베이몽키, Braze, 파이썬, 빅쿼리, 태블로를 활용하여 설문조사 취합 작업을 손쉽게 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코랩에서 파이썬 작업 파일을 실행하면 3분 이내로 [설문조사 결과 다운로드 → 가공 → 빅쿼리 업로드]까지 마무리할 수 있고, 매일 오전 10시에 태블로에도 최신 데이터가 업데이트된다.
설문조사 결과 보고서를 엑셀로 작성하던 시절, 이 과정은 2시간 가량 소요되었지만, 업무 효율화 이후, 지금 내가 쓰는 리소스는 [파이썬 파일 열기 → 런타임>모두 실행 버튼 클릭→구글 계정 인증]과정이 끝으로 2분 미만이 소요된다.
내 업무 리소스도 절약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데이터 접근성도 향상시켜 회사 차원에서도 매우 생산적인 작업이었다. 이렇게 아낀 시간으로 다른 CRM 업무를 더 생산적으로 임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 정기 설문조사를 진행하시는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업무자동화로 시간을 아껴보라고 말하고 싶다.
참고 자료
서베이몽키 API를 활용하여 설문 응답 내려받기(feat. 파이썬)
Written by. CRM팀 이즈
데이터를 통해 이용자와 쏘카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