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의 두려움이 전해주는 위로
과학과 예술 그 사이 철학 4/
불안
1. 마음이 편하지 아니하고 조마조마함.
2. 분위기 따위가 술렁거리어 뒤숭숭함.
3. 몸이 편안하지 아니함.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인간에게 불안이란 절대로 떼어낼 수 없는 그림자와도 같다. 우리는 셀 수 없는 이유들로 인해 불안하다. 공부하는 학생들은 성적을 올릴 수 있을지, 올린 성적을 유지할 수 있을지 불안해하며,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에서 순식간에 도태되지 않을지 늘 불안하다. 그뿐 아니라 수많은 정보들을 차고 넘치게 전달해 주는 각종 인터넷 미디어 그리고 수시로 확인해야 하는 메일과 카톡은 우리의 불안감을 더욱 증폭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이유 있는 불안감의 원인들이 제거된다면 더 이상 불안해지지 않을 거라 착각한다.
사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불안하다. 이는 철학적인 표현이 아닌 과학적인 접근에서 비롯된 문장이다. 인간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백만 종의 생물 중 결코 비교할 수 없는 빠른 속도로 주위의 환경을 스스로 바꿔온 생물이다. 그 말인즉슨, 우리의 뇌와 신체 그리고 DNA는 아직 선사시대에 머물러있다는 뜻이다. 생물은 유전자를 이어나가며 끊임없이 진화라는 변화의 과정을 거치지만, 진화는 보통 매우 오랜 세월 동안 천천히 일어나며 그 속도는 종에 따라서 조금씩 다르다. 또한 환경적인 요인, 자연선택 등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도 변화한다. 인간의 진화는 수백만 년 동안 진행되어 왔으며, 화석으로 남겨진 기록을 통해 추정해 보았을 때 우리의 뇌는 수만 년 전의 인류와 거의 동일한 크기임을 알 수 있다. 인간의 뇌 크기 변화와 진화속도, 이것이 바로 불안의 근본적인 원인이라고 말할 수 있다.
수만 년 전 인류의 환경을 상상해 보자면, 인간은 지금처럼 편리하고 안전한 생활을 영위하지 못했을 것이다. 전기가 없기에 밤이 되면 보이지 않는 암흑 속을 헤맸을 것이고, 인간보다 월등히 강하고 치명적인 무기를 가진 천적들 사이에서 언제나 불안에 시달렸을 것이다. 그리고 농경에 대한 개념도 희미했기에 당장 먹지 못하면 다음날 굶어 죽을 수도 있는 위태로운 상태였을 것이다. 이 시기의 인류에게 불안이란 생명체로써 가장 중요한 생존을 유지시켜 주는 필수적인 기능이었다. 불안하지 않았던 인간들은 방심한 틈을 노린 포식자들의 배를 채워주거나, 위험한 상황에서 도망치지 못해 죽음을 맞이하였을 것이다. 따라서 불안은 우리를 지금까지 살아올 수 있게 만들어준 일등공신이라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언제 커다란 날짐승들이 우리를 덮쳐올지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당장 오늘 굶는다고 목숨을 위협받지 않는다. 그러나 안전하고 편안한 현대의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우리들은 이제 불안을 불안해하고 있다. 앞서 말했듯 우리의 불안은 마치 배우지 않았지만 숨을 쉬고, 갈증을 느끼면 물을 마시는 것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감정이자 생존본능이다. 그러나 과거와 같은 수많은 위협이 사라진 현재, 불안감은 사람들을 괴롭게 만들며 이는 사회적으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물론 과도한 불안감은 다양한 해결방법을 통해서 관리하고 조절해야 하는 것이 맞지만, 불안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완벽하게 불안감을 느끼지 않는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우리는 불안을 불안해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자신의 감정을 세상과 공유하고자 하는 예술가들 또한 불안감을 피해 갈 수 없었고, 예술을 통해 불안을 표현하고 해소하고자 하였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세계적인 화가인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는 불안감과 우울함을 아름답게 녹여낸 작품들로 유명하다. 그는 살아가는 내내 불안에 시달렸으며 고통으로 점철된 삶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쳤다. 환상적이고 아름답지만 어두운 정서를 가득 담고 있는 반 고흐의 그림들이 사후에 널리 사랑받을 수 있게 된 이유는 바로 불안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피할 수 없는 불안의 늪을 그 누구보다도 진실되게 표현한 그의 그림들로 인해서 우리는 다른 어떠한 말보다도 큰 위로를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반 고흐는 결국 불안을 이겨내지 못하고 삶을 포기했지만, 그의 작품들은 만인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불안을 담아냄으로 인해 영생을 누리게 되었다. 빈센트 반 고흐뿐만 아니라 에드워드 뭉크, 프리다 칼로 등 많은 예술가들이 끔찍한 내면의 고통과 불안을 작품에 투영하여 예술로 승화시키고자 하였다.
불안은 인간의 본성이자 동전의 양면 같은 감정이다. 불안은 우리를 괴롭게 만들고 때로는 삶에 대한 의지를 깎아내리기도 하지만, 이에 맞서 싸우면서 우리는 배우고 성장해 나간다. 내면의 두려움을 받아들이고 이해한다면 이는 다른 어떠한 것보다 강력한 무기가 되어줄 것이다. 불안을 존중하고 이를 통해서 더 나아진 삶을 추구해 나간다면 스스로에 대한 이해를 넘어 타인을 이해하고 탐구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불안을 불안해할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