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초원 Dec 08. 2021

나는 어떤 사람인가_김아라 사용설명서

올 어바웃 김아라






All about Kim-Ara : 김아라 사용설명서

아라다움, 김아라스러움에 대한 고찰


나는 수집가일 뿐이다.
순간을 수집하고,
문장을 수집하고,
취향을 수집한다.




Chapter 1. 순간을 수집하는 사람 (Searching for meaning)


  나를 잘 아는 오랜 친구가 지어준 별명이 있다. 바로 ‘형광아라’. 마치 내가 지나간 자리는 형광펜으로 줄 그은 것처럼 티가 난다는 것이다. 나는 일상이 스토리텔러고 모든 사물이나 사건에 의미 부여하길 잘한다. 좋아하는 단어 가운데 ‘도그지어(Dog’s ear : 책 귀퉁이 접기)’가 있다. 책을 읽다가 마음을 울리는 어떤 문장을 만나게 되었을 때, 그때 접어둔 페이지와 기억해두려 표시한 문장들처럼. 분명 우리의 삶에도 접어 놓고 싶은 사람과 기억해 두고 싶은 순간들이 있으리. 그러니 그런 순간들을 만나면 잊지 않기 위해 틈틈이 기록한다. 메모로, 사진으로, 때론 영상으로. 특히 사진을 하도 많이 찍어서 한 친구는 나를 김찰칵, 사진귀신이라고 부른다. 카메라는 친구이자, 내가 세상과 대화하는 방법이며, 인생을 풍성하게 채워주는 매개체이다. 셔터소리에 즐겁고 남겨진 추억에 행복하다. 순간 수집은 좋지못한 내 기억력을 보완해주기도 한다. 메모와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둔 여행은 확실히 더 진하게 기억이 남는다. 가끔 "우리 그때 거기서 갔던 식당 어디였지? 참 맛있었는데.”라는 말을 들을때면 얼른 그때의 사진 속 식당 간판과 시킨 음식을 찾아 알려준다. 두 번 연애한 지금의 남편과 첫 연애시절 적었던 세 권의 여행노트는 정성 들여 정리한 게 아까워서 헤어지고도 버리지 않고 가지고 있었는데, 다시 만나고서 기록해두길 또 버리지 않길 잘했다는 생각을 얼마나 했는지. 가끔 남편과 노트를 열어서 그 시절 전국을 누비며 반짝였던 우리를 회상하곤 한다.



Chapter 2. 문장을 수집하는 사람 (Sentence collecter)


  누가 뭐래도 문장에 대한 애착이 있다. 좌우명은 'Sin prisa Sin pausa(서둘지 말되, 멈추지 말자)'. 또 삶을 대표하는 문장은 'Do what you love. Love what you do'. 가장 좋아하는 영화 속 대사는 바닐라스카이에 나왔던 명대사, "because without the bitter, baby, the sweet ain’t as sweet.(쓴맛을 못 느껴봤다면 달콤한 것도 달콤한 것이 아니야)"이다. 좋아하는 묘비명도 있다. '나는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나는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 나는 자유다.'라는, 책 「그리스인 조르바」를 쓴 카잔차키스의 묘비명. 또 좋아하는 시는 <가지 않은 길> (로버트 프로스트). 시의 한 부분을 소개하자면 '먼 훗날에 나는 어디선가 한숨을 쉬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 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다고. 나는 사람이 적게 간 길을 택하였다고. 그리고 그것 때문에 모든 것이 달라졌다고.' 이렇게나 문장들을 좋아해서 운영하는 작은 작업실 벽 곳곳엔 문장들이 새겨져 있다. 브랜드 카피였던 "오늘도 예쁘지만 내일은 더 예뻐지실 거예요." 부터, 오픈할 당시 그 해의 모토였던 '즐겁게 살자 고민하지 말고' 등. 문장 수집하는 것을 좋아하는 만큼 예전 싸이월드 홈피에는 좋은 글귀들만 올리는 메뉴도 따로 있었다. 책을 읽으면 좋은 구절이 적힌 페이지를 노트에 습작해왔다. 지금은 좀 더 생산적으로 브런치라는 sns에 꾸준히 내 글을 남기고 있다.



Chapter 3. 취향을 수집하는 사람 (Bravo! I've been Kim-Ara)


  나는 취향을 중시한다. 누군가 이상형을 물어볼 때 목소리, 웃는 모습이 예쁜 사람이라는 외적인 요소 외에 꼭 한마디 더 보태는 게 있는데 바로 "취향이 없는 사람은 곤란해"라는 것. 나와 취향이나 취미가 달라도 괜찮다. 그러나 취향이 없고 취미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무색무취, 매력없는 사람으로 보인다. 내가 유난히 취미를 많이 가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등산, 트레킹, 차박, 클라이밍, 프리다이빙처럼 아웃도어 활동에서부터 캘리그라피, 도예, 공예하기, 전시회와 뮤지컬 감상 등의 정적인 활동도. 취미는 취미수집이라 할 정도로 여러 취미를 가지고 있다. 지인들에게 "난 가능한 한 세상의 모든 경우들을 만나볼 거야."라고 말할 만큼 경험주의이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대학교 4학년 졸업반 시절, 친구들은 모두 취업을 위해 지원서 더미에 에워쌓여 있을 때 나는 요트를 타고 몇 달간 세계일주 하는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1, 2, 3차까지 붙고 최종절차에서 낙방했지만 내 선택을 후회한 적은 없다. 그때의 도전과 실패의 경험이 지금 내가 살아가는 데 있어서 자양분이 되었다고 믿는다. 이런저런 곁눈질과 시행착오 끝에 가까스로 얻게 된 한 줌의 취향. 지금의 내 취향과 안목이 그래서 더 소중하다. 그리고 앞으로도 계속해서 경험주의적 삶을, 취향 수집하는 라이프를 지속해나갈 것이다. 그러고서 이 삶이 끝날 때 클로징 멘트로 "브라보! 즐거웠어요. 지금까지 김아라였습니다."하고 후회없이 끝낼 수 있는 것, 이것이 바로 내가 꿈꾸는 인생이다.



+) Appendix. 심리테스트에 진심인 사람 (Like a self-portrait)


'심리테스트 ; 사람의 정신 능력이나 심리 상태를 알아보기 위하여 검사하거나 시험함. 또는 그런 검사나 시험.' 예전부터 각종 심리테스트를 정말 많이 해왔다. 그 가운데 잊지 못하는 테스트는 미술심리검사. 사막 위에 상자 하나를 그려보라해서 속이 다 보이는 투명한 상자를 그렸는데, 결과는 내가 포커페이스가 안되고 남들에게 속마음을 그대로 보여주는 투명한 사람이라는 것. 제대로 간파당했다. 또 MBTI 성격유형 검사는 처음은 고등학교 때, 그리고 대학교 때나 졸업 후 이직할 때도 몇 번씩이나 했었다. 근데 요즘 왜인지는 알 수 없지만 유행이란다. 사람들이 점점 남보다 자기 자신에게 관심이 많이 생겼고 심리테스트를 통해 일종의 위로를 받는게 아닐까. 몇 해전 '자존감 수업'이나 '미움받을 용기'와 같은 심리학 서적들이 인기를 끌었던 것처럼.  아무튼. 그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내 성격유형은 ENFP. 일명 스파크형. 선천적 금사빠. 인간 골든 리트리버. 남들은 인싸인 줄 아는, 사실상 자발적 아싸 등 설명하기가 참으로 쉽다. 그리고 MBTI 유형별 여자로 엔프피를 '개성 있는 마음 갈대녀'라고 한다. 남편이 듣더니 "그냥 김아라를 한마디로 설명한 거네."라고 했다. 어쩌면 사주보다 더 정확하다. 늘 비슷비슷한 결과가 나오는 MBTI 및 각종 심리테스트를 맹신하는 편이다. 왜 심리테스트를 좋아할까 생각해 봤더니 그 이유는 나에 대해 알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다. 결과에 대한 신빙성보다는 나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를 들으며 나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이해하게 된다.



결국 삶이란 좀 더 나 자신이 되는 과정인 것 같다. 살아가면서 나를 알고, 먼저 나란 사람을 사랑해야 다른 누군가도 제대로 사랑할 수 있다. 그러니 앞으로도 나에 대한 탐구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일신우일신(日新又日新)',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내가 되어야지. 삶이라는 항해를 멈추지 말고 계속 해나가야겠다.

“Bon voyage, Ara!"





작가의 이전글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